1.신자유주의의 개념
과도한 국가개입과 복지정책으로 인해 1970년대 서구사회에 경제침체와 사회활력저하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국가개입 축소와 시장경제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영한 경제정책을 총칭해 신자유주의라고 하고 있다.
참고> 1970년대 이전, 즉 1900년대 초에도 ‘신자유주의’라고 불렸던 주장이 있었다.
① 191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W.윌슨은 ‘독점을 조장하는 부정한 경쟁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억제함으로써 미국의 자유와 진보의 원천인 경제적 자유를 지킬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활동범위 확대를 주장했는데, 정부의 개입을 적극 반대했던 고전적 자유주의와 비교해 ‘신자유주의’라고 불렀다.
② 모든 계획경제에 반대하고, 생산 소비 직업선택 등에 대해서는 자유경쟁을 완전히 보장하지만, 시장형태 등을 포함한 사회적 질서의 형성과 유지에 대해서는 국가가 경제 및 사회 정책을 통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1920년대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도 ‘신자유주의’의 한 흐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2.신자유주의의 대두 배경
1970년대 서구에서는 높은 실업률, 인플레, 경기 후퇴라는 전반적인 악조건에 직면하였다. 경제만 침체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창조적인 분위기나 생동감이 저하되는 현상이 함께 나타났다.
이 때문에 케인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델 등 이른바 ‘과도한 국가개입정책’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반성과 비판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자유주의 정책의 채택에 소극적인 유럽대륙과 비교하여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까지 포함하여 흔히 앵글로색슨 계열로 분류한다) 자유주의와 이를 토대로 한 사회경제정책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1979년 보수당의 대처내각이 들어서고, 미국에서는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신자유주의는 국가정책으로 추진되기에 이른다. 이때 등장한 자유주의 정책은 국가의 일정한 역할, 특히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수립하는 것 등을 인정하는 측면에서 19세기의 자유방임주의와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으로 사회 및 경제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에 있었다.
3.신자유주의의 원리와 원칙
① 자유시장경제의 원리
신자유주의의 철학은 고전적 자유주의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또 신자유주의의 관심도 인간간이나 세계관의 새로운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강화라는 사회정책에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핵심이자 신자유주의 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원리와 원칙은 자유시장경제원리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자유시장경제원리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분업과 교환을 통해 의 식 주 등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수요를 해결하는 법과 제도, 관행과 관습,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를 말한다.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는 시장경제체제(법이나 제도), 즉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자유(시장)주의를 바탕으로 한 의식과 태도, 즉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포괄한다.
②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구현한 8가지 원칙
▪ 교환자유의 원칙 - 개개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행하는 교환을 어떤 명분으로도 막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국민의 이익, 국민여론, 물가안정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치가나 관료 혹은 지식인들이 자발적인 교환을 억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 사적재산권의 원칙 - 사적재산권의 원칙은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제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자발적인 분업과 교환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 자유기업의 원칙 - 기업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원리는 기업을 계약체로 인정하고 계약체 사이의 계약자유의 원칙이 평등하게 주어지도록 인정한다. 기업을 위해 계약에 참가하는 이해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 경쟁의 원칙 - 경쟁은 사람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그 욕구와 의지, 그리고 능력을 자극하는 조건을 만든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사회제도와 사회적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 인센티브의 원칙 - 자기에게 이익이 생기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인 사람들의 수준이다. 따라서 일한 만큼 그에 맞는 공정하고도 확실한 이익이 주어져야 한다.
▪ 자기책임의 원칙 -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로운 선택도 개인적 책임이 뒤따라야 신중해진다.
▪ 작은 정부의 원칙 - 정부규모가 커질수록 정부가 좌우하는 자원의 양과 그 영향력이 늘어나고, 정치논리를 앞세워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해 달라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이 늘어나게 된다. 또 거대정부는 주인의식이 낮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낭비와 비효율이 있는 정부조직의 성격 때문에 경제발전에 부담을 주게 된다.
▪ 법치의 원칙 - 시장경제원리는 공정하고 보편적인 사회적 룰의 지배를 받는다. 단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입법’은 시장경제원리를 뒷받침하는 법제를 변질시키고 있다. 법치의 원칙은 이와 같은 ‘입법의 지배’와는 양립할 수 없다.
참고>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원칙
국민의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 자유와 정의, 효율을 중시한다고 전제하고, 1)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되 책임을 엄격히 지게 하는 원칙, 2) 시장경쟁을 통하여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원칙, 3) 모든 이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원칙, 4) 내·외국인 차별이 없는 시장개방의 원칙을 설정한 바 있다.
경제정책의 3대 원리 가운데 자유와 정의의 원리가 갖는 의미를 각각 살펴보자.
자유의 원리 :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은 개인의 행복추구와 사회질서 유지를 조화시켜 나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원천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의 원리 : 공정·투명하지 못한 경쟁규칙과 각종 진입장벽으로 인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안정이 저해될 것이므로 사회계층간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단, 정의의 원리가 결과의 형평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경우 ‘복지병’ 등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현상이 만연할 수 있으므로 사전적인 기회균등과 절차의 공정·투명성에 바탕을 두어 효율의 원리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제시한 실천적 원리와 기본원칙이 결국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원칙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신자유주의의 주요정책과 쟁점
신자유주의, 자유시장경제 강화의 주요 정책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보장, 불필요한 규제들의 철폐, 정부 규모의 축소, 세금 감축,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과도한 복지의 축소, 정책과 행정의 투명성 강화 정책 등이 있다. 국민의 정부도 이 정책을 대체적으로 수용해 정부, 금융, 기업, 노동부분의 4대부분 구조개혁을 단행하였다. 이른바 4대 구조개혁의 방향은 1) 작지만 봉사하는 효율적인 정부, 2) 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 3) 투명하고 강한 기업, 4) 노사정이 함께 만드는 활력 넘치는 노동시장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세계와 함께 하는 개방 경제 등을 추가해 경제개혁과제로 제시하였다.
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보장
자유주의 정책은 능력중심의 분배원칙을 강조하고 상호 경쟁체제를 더 강화하는 자극을 통해 개인의 열의와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한다. 서구 복지사회에서의 낮은 근로의욕, 연공서열 임금제도를 가진 개발도상국에서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 적당히 시간만 때우려는 사회주의 근로자들의 의식 등은 공통적으로 개인의 열의와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의식과 제도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능력위주의 임금제도에는 연봉제가 있다. 연봉제는 성별, 학력, 근무연수 등 선천적이거나 적어도 이미 고정되어 있는 요소보다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획득한 면에 중점을 두고 임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연공과 서열에 따른 임금제도보다 더 민주적이다.
물론 능력위주 분배원칙이 필요에 따른 분배원칙보다는 분명 덜 이상적이고 덜 진보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중의 의식이 아직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른 분배를 채택하게 되면 그 사회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분배는 많이 받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사실상 현시대에는 필요에 따른 분배가 불가능하다.
② 불필요한 규제 완화 및 축소
자유주의 정책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주장하는데 이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이어진다. 정부에 의한 경제활동에 있어서의 각종 규제는 공익 수호, 약자 보호라는 취지에서 강화되어 왔다. 서구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경향 등에 의해 정부에 의한 규제는 강화될수록 좋다는 분위기가 있어 왔으며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사실상 무(無)의 상태에서 사회의 체계를 세우려다 보니 국가의 규제강화는 불가피했다.
그런데 의식의 성장으로 인해 굳이 규제하지 않아도 자율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고, 규제로는 해결 될 수 없는 것조차 억지 규제가 남발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이와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는 부패를 조장하고,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역기능을 낳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공권력에 의한 감시와 통제 외에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나고 규제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의 의식이 성장하는 것에 발맞추어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③ 공기업 민영화
자유주의 정책은 공기업이 경쟁과 책임이 부재한 만큼 낭비와 비효율을 피할 수 없고 그 부실은 결국 국민경제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민영화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의 중요 생산수단의 국유화이론과 ‘공공재는 시장기능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이론에 힘입어 서구에서는 전후 국영기업이 광범하게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공기업은 경제활성화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영국의 대처정부는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민영화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 주장은 첫째 민영화는 정부의 지출을 줄이며, 둘째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며, 셋째 주주와 소비자의 압력에 반응하게 만들어 효율성을 증대시키며, 넷째 이익집단의 압력에 따른 정치논리식 결정이 아니라 산업의 필요에 의한 합리적 투자와 경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기업민영화의 핵심 쟁점은 공기업민영화가 공공이익을 침해할 것인지에 있다. 그런데 전력생산과 공급까지 사적 기업에 의해 경쟁체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사례는 공공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산업도 별 문제없이 시장체제에 의해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우체국을 민영화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자본주의 초기와는 달리 기업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소비자, 주주 등 자본을 견제하는 힘들이 다방면에서 작용하는 만큼 사적기업을 통해서 얼마든지 훌륭하게 공공재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영기업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서구와는 매우 다른데, 산업화의 후발국가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투하되는 기간산업이나 중공업을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큰 사적 자본이 존재하지 않아 공기업의 주도적인 역할이 불가피했다. 한국의 주요 은행, 포항제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은 그 공공성과 더불어 그 큰 규모를 감당할 사적 자본의 부재로 인해 공기업으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기업들은 그 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에서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역시 많은 문제점 또한 누적되어 왔다. 모든 공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독점적 지위로 인해 무사안일한 경영이 이루어지면서 낭비가 늘고 일반 공무원은 물론 유력 대기업보다도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일종의 특권집단이 되어버렸다.
이제 한국에서도 공기업을 인수할 만한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존재하며 외국자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만큼 민영화의 조건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데 생존권의 불안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대의의 차원에서 보면 민영화의 방향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④ 작고 효율적인 정부
서구와 개발도상국 모두 그 배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후 상당기간 정부만능의 분위기가 지배함에 따라 기구와 인력의 비대화라는 양적 문제와 사기업과는 다른 관료주의적 논리에 따른 비효율이 심각하게 누적되었다. 결국 거대정부를 감당하기 위한 세금의 증대가 생산활동을 위축시켜, 수요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더 많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작은 정부에 대한 선호가 생겨났다.
정부 업무의 과감한 민간위탁과 유휴인력 감축 등을 통해 영국은 1980-94년 사이 공무원의 25%를 감축했고,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약 33만 명의 연방공무원을 감축하는 정부기구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⑤ 세금 감축
상속세는 부의 세습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기회균등을 이루는 핵심적인 장치이다. 따라서 평등을 철저히 추구하기 위해 상속세율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가 지나치게 고율이 되면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인생의 말년에 가서 생산활동에 이를 투자하기보다는 극단적인 소비에 몰두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이런 사람들이 한둘에 그치지 않고 늘어나게 되면 그 나라의 경제 성장에는 이상이 생기게 된다. 기본적으로 경제의 성장은 생산부분에의 확대, 재투자가 이루어짐에 따라 가능하다. 항상 고속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또한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적어도 경제가 제자리걸음이 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이 되면 당장 신규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인력을 소화할 수 없게 된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도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정책은 누진(累進)적인 조세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이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지자 생산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는 등의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이와 같은 현실은 상속세나 누진세 같은 소득재분배정책은 적절한 수준에서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의 되고 있다.
경제적 평등의 실현은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으로는 사회전체의 부를 증대시키는 방법을 기본으로 부자들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을 적절히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임이 확인되었다.
한국 사회는 서유럽과는 달리 사회민주주의를 경험하지 않았고 심지어 미국 등에 비해서도 사회복지 수준이 낮다. 이런 조건에서 세금 감축 등을 주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으나 공무원을 대폭 줄이고 정부의 다양한 살빼기 정책을 추진하고 세원(稅源)투명성을 높인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조건에서는 현재 수준보다 세율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사회복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⑥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들이 노동자들을 돕고 일자리들을 지킨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틀린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나는 일자리들의 수가 고정되어 있어서, 기업들의 파산이나 영업축소로 일자리들이 없어지면, 시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빠르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노동총량의 오류 lump-of-labor fallacy다.
그러나 시장은 새로운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파산하거나 영업축소로 버려진 생산요소는 오히려 새로운 기업들에 의해 이용된다. 슘페터는 이를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불렀다.
또 하나 틀린 가정은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들의 복지를 늘린다는 생각이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장치들이 없었을 때,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데 공헌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그래서 어느 사이엔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시장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자들의 복지를 지켜주는 법과 사회적 기구들이 노동조합을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복지는 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힘이 아니라 사회의 경제적 번영과 노동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기업들의 경쟁적 구매에 의존한다.
또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리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 수를 조정하여 비용을 줄이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해 쌓이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경우 그 기업의 전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협력업체의 노동자들도 대거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진다. 그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 일자리들이 많이 생겨나 실업률이 줄어든다. 신자유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은 노동자의 해고를 그 이전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했지만 그 결과 실업률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실업률이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실업노동자들에게 큰 이익이 돌아간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반대하는 것은 겉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본다면 다양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가장 가난한 처지에 있는 실업노동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리고 실업노동자 다음으로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대기업의 노동조합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줄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면 상대적으로 해고가 자유로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만약 노동시장이 유연화된다면 기업에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반대하는 것은 얼핏 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기득권을 가진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며 실업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반(半)실업 영세 자영업자 등 가난한 사람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바라본다면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없는 조건에서는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자신에게도 불이익이 온다. 몇 년 전의 IMF 사태 때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도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많은 기업이 무너져 일자리를 잃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⑦ 과도한 복지정책을 축소
신자유주의는 과도한 복지정책이 국가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민부담을 증가시켰다고 비판하면서 과도한 복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의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은 첫째, 과중한 세금부담과 기업활동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노동조건에 대한 규제로 인해 자본가의 투자유인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둘째는 복지국가에 의해 실업상태에서도 일정수준의 생활이 보장되자 노동력의 공급이 줄어들고 근로의욕이 감소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일을 안 하려는 풍조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셋째로 복지국가는 국제적 수준에서 벌어지는 국가단위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비판에 근거하여 영국의 대처정부는 복지제공에 있어서 처우제한의 원칙(less eligibility principle)을 채택한다. 이는 국가에 의한 복지제공의 수준이 시장에서 제일 싼 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생활수준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근로를 하는 것이 적어도 실업상태보다는 더 나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의해 대처정부는 기왕의 복지의 보편적 제공에서 선별적 제공으로 선회하고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민간의 건강보험제도로 대체하고 공영주택의 민영화, 주택 보조금 삭감정책 등을 취한다. 유럽식 복지제도에 미치지 못했던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조세의 인하에 따라 국방비를 제외한 사회복지비용의 축소를 추진하였다.
실제로 미국경제는 1981년 레이건의 집권 후 구조조정기인 3년간 한때 9.5%까지 오르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98년에는 4.6%까지 떨어져 자유주의적 처방이 부자들뿐만 아니라 빈자들에게도 고용창출의 이득을 제공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의 이와 같은 복지정책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은 아니다. 만약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하게 형성되어 있다면 결코 생산활동의 위축이나 일을 안 하려는 풍조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론은 인간의 특정한 의식수준 하에서 나타나는 주된 경향을 경험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 의미를 갖게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복지정책이 그 수혜를 받는 사람들을 포함한 사회전체를 어렵게 하는 조건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복지정책의 개편을 꾀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보여진다.
5.신자유주의의 약점
신자유주의는 현 단계의 사회 운영에서 매우 유용하지만 그 철학적 기초나 미래관에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인간의 이성에 대한 깊은 신뢰가 부족하고, 둘째 사회의 질적 발전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으며, 셋째 정치의 지위와 역할을 과소평가하며, 넷째 사회운영의 영역과 운동의 영역이 각각 별도의 지위와 역할을 갖는 것인데 운동의 영역에 대한 관심과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하며, 다섯째 세계화는 인류연대성의 측면과 경제 효율성의 측면의 양 측면에서 각각 요구되는 것인데 경제 효율성의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불필요한 반감을 초래한 면이 있으며, 여섯째 현 단계 인류 발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저개발국의 개발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 그대로 적용되어도 좋은지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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