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마르면 입맛도 마른다
입 안이 타는 듯 마르는 ‘구강건조증’ 주의…방치하면 치아상실 유발
올해 67세의 한용순(가명) 씨는 봄이 되자 몸이 나른하면서 입맛이 없어졌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식욕부진 현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입이 심하게 마르더니 점막이 갈라지고 혀가 입에 달라붙어 일상인 대화가 불편할 정도가 되었다. 급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한씨는 ‘구강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노인들은 식욕부진을 몸의 노화 때문이라 생각하고 본인이나 가족 모두 무심코 넘겨버리기 쉽다. 그러나 입맛이 없으면서 입이 바짝바짝 타는 듯한 느낌이 동반된다면 치과를 찾아 구강건조증이 아닌지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구강건조증은 그 자체로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각종 구강질환을 유발해 노년기 치아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입맛이 없다면 어떤 봄나물로 반찬을 할까 고민하기에 앞서 입 안이 건조하거나 갈라지지 않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건강한 성인, 침 하루 평균 1~1.5L 분비
침은 침샘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몸에는 여러 개의 큰 침샘과 작은 침샘이 있다. 큰 침샘은 귀 아래, 턱뼈의 옆 아래, 혀의 앞 쪽 아래에 한 쌍씩 있고, 작은 침샘은 입술, 혀, 볼 안쪽, 입천장 등에 넓게 분포해 있다.
대부분의 침은 큰 침샘에서 만들어지며, 건강한 사람의 하루 침 분비량은 1~1.5L 정도이다. 정상인의 경우 평상시 침 분비량은 분당 0.5ml 정도. 그러나 외부에서 자극이 가해지면 분비량은 분당 4ml까지 늘어난다.
침은 우리 입 속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우선 침은 미끈미끈한 점액질 형태로 되어 있어 구강점막을 부드럽게 해 주고 입 안이 마르지 않도록 보호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구강 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균을 씻어내 청결을 유지하는 자정 기능과 세균감염을 막아주는 면역 기능도 담당한다. 또 침에는 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있어 우리가 주식으로 섭취하는 밥이나 빵의 소화 흡수를 돕기도 한다.
구강건조증은 침 분비량이 1분당 0.1ml 이하인 경우로 입안이 타는 듯 마르는 증상을 뜻한다. 주로 노인층에서 많이 발병하는데, 50세 이상의 10%, 65세 이상의 30%가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와 상관 없이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증 등이 원인이 돼 젊은 사람들에게 발병하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침샘이 마르게 함으로써 구강건조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구강건조증은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며 그 정도도 심해진다. 신체 기능 저하로 침 분비가 원활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각종 질병에 따른 약물 복용량이 늘어나기 때문. 특히 감기약과 같은 항히스타민제나 고혈압 치료제, 항불안제, 수면제, 이뇨제 등을 장기 복용하거나 과다 복용하면 그 부작용으로 구강건조증이 발병할 수 있다.
전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잦은 용변에 따른 수분부족으로, 폐경기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말기 암환자의 경우 방사선치료 때문에 구강건조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파킨슨씨병, 비타민A 결핍, 악성 빈혈, 철 결핍성 빈혈 등도 구강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방치하면 구강 내 면역저하로 각종 질환 유발
구강건조증은 당장 질환을 일으키거나 큰 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침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구강조직을 보호하고, 유해한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 구강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침이 부족하면 구강 내 점막이 파괴돼 충치가 생기기 쉽고, 풍치나 치주염, 구강점막 궤양, 입 냄새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식욕감퇴로 인한 영양불균형 때문에 다른 전신성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램브란트 치과 선릉’ 최용석 대표원장은 “구강건조증은 심각한 증상 없이 지나가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충치나 잇몸 병을 악화시켜 치아를 잃게 잃고 임플란트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노년기 치아 상실을 방지하고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강건조증의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강건조증은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바로 증상이 개선되지만, 원인 약물의 복용을 중단할 수 없거나 원인 질환을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가 쉽지 않다. 침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이나 호르몬 요법도 있지만, 장기 치료 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선 구강을 청결하게 하고 입이 마르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최용석 원장은 “구강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8~10잔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신진대사 저하로 갈증을 못 느끼는 노인들은 의도적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설탕 껌이나 신맛이 나는 과일, 비타민C, 레몬, 설탕, 캔디 등을 먹어 침샘을 자극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음주, 흡연, 과로 등을 삼가고, 커피, 녹차, 탄산음료, 국 등은 수분 섭취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입 안이 심하게 건조할 땐 칫솔 대신 면봉에 치약을 묻혀 닦는 것이 좋다. 건조한 점막에 칫솔이 닿으면 상처 및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 거친 칫솔과 치실은 피하고, 구연산 양치 용액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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