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투자의 적 ‘공포와 탐욕’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어들인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사람 중에는 정말 운이 좋아 투자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그 회사 지분을 일부 매입했는데 나중에 그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해 시세 차익을 상당히 얻었다는 유명 배우에서부터 대대로 농사짓던 땅이 수용돼 받은 보상금으로 산 땅이 훗날 신도시로 개발돼 수백억 원의 자산가로 변신한 농부 이야기까지 거짓말 같은 실화가 너무도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작은 부자는 사람이 만들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운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면 과연 투자의 본질은 운에만 의존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멀리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까지 거슬러 갈 것도 없이 불과 몇 달 전을 기억해 보자. 작년 10월에 900 아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1600선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80%나 상승한 것이다. 작년 10월 당시 1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더라면 지금쯤 평균적으로 8000만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의미다. 작년 12월 실거래가가 3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던 개포 주공2단지 26㎡(8평)형을 샀던 사람은 5억6000만 원에 거래가 되는 현재, 표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시세 차익이 2억 원이 넘은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이처럼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 때문은 아니다.
기억을 더듬어 작년 말로 돌아가 보자. 이때는 주가지수가 500 아래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론을 신봉하는 주식 투자가들이 늘고 있을 때다. 주가지수 900선에서 누군가 주식을 샀다는 의미는 같은 수의 주식을 누군가 팔았다는 의미다. 비관론 속에서도 누군가 용기를 내어 투자를 한만큼 누군가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듯 팔았다는 의미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앞서 예로 들었던 개포 주공2단지의 경우 3억5000만 원이라는 저가에 횡재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를 믿고 같은 가격에 팔아버린 사람도 있는 것이다. 불과 몇 개월만 기다렸다면 2억 원 이상의 차익을 더 거둘 수 있었겠지만 순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팔아버린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7년 11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을 때 하루 거래량이 4억 주를 넘었다. 누군가 꼭지에서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했을 때,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4억 주가 넘는 주식을 누군가 산 것이다.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산다’
이렇듯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에서 성공과 실패는 운이 아니라 투자 당시의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시장 참여자의 10%는 정확한 판단을 내려 투자에 성공하는가 하면, 다른 10%는 사야 할 때 팔거나 팔아야 할 때 사는 우를 범하고, 나머지 80%는 이쪽저쪽 눈치만 보다가 좋은 기회를 다 놓치게 되는 것이 투자의 세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세상에는 투자에 필요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런데 어느 시기이든 정보는 통일된 한 가지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정보를 보면 주가나 집값이 오를 것만 같은데, 다른 정보를 보면 반대로 주가나 집값이 내릴 것처럼 생각될 것이다. 이때 서로 상반된 정보 속에서 한 가지 방향을 골라내는 것이 투자자의 몫이다. 누구도 자신을 대신해 결정해 줄 수 없으며, 강력한 조언자가 주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조차 수많은 정보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의 정보가 어느 한쪽으로 결론 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자신이 투자해야 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신중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잘못된 방향으로 결정한 10% 실패한 사람 안에 들지 않을지언정 성공한 10%에 들지 못하는 사람이다. 투자의 세계는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이다. 0점과 100점 두 가지 점수만 있을 뿐이다. 자신의 주위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해 투자를 할 것인가 아닌가, 예스인가 노인가만 정하면 되는 것이 투자다.
인터넷에서 보면 상승론자든 하락론자든 이론은 잘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 실적이 시원찮은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어찌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론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위 말발이 세기 때문에 논쟁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정작 투자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실적이 저조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변명은 ‘시장이 그렇게 오를 줄 알았지만 자금이 달려서 실천하지 못했다’일 것이다. 본인이 진짜 확신이 있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자금을 융통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본인의 머리 한쪽에는 ‘이리’ 될지 알고 있었을 수도 있으나 ‘저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상당 부분 차지했기 때문이다. 100점이 아닌 95점짜리 이론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래서 알려면 정확하게 알아야지 어설프게 알면 오히려 투자에 독이 되는 법이다.
반대로 이론은 잘 몰라도 투자 실적만 좋으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이다. 투자라는 것이 결국은 돈을 벌자는 것인데,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내지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사람 중에는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가끔 있다. 투자에 필요한 이론은 모르지만 투자에 해악이 되는 반대 이론도 믿지 않으니 의사 결정이 명확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현상이다.
자신을 ‘냉철히’ 돌아봐야
그러면 이런 투자 행태는 바람직한 것인가.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상승기에 투자를 배웠거나 상승장에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돈도 벌어보았기 때문에 자신이 실전 고수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상승기에는 누구든지 사놓기만 하면 오르는 것이다. 실력보다 대출 등 레버러지를 이용해 많이 내지른 사람이 돈을 많이 벌게 되는 머니 게임에서 돈을 벌게 된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2억 원의 수익을 거둔 사람은 40%의 수익률을 거뒀지만 2억 원밖에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반면 전세를 놓고 대출을 포함해 3억 원짜리 주택을 다섯 채 사서 한 채당 6000만 원씩의 수익을 거둔 사람은 수익률은 20%에 불과하지만 수익금은 3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지르는 성향’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문제는 작년 겨울과 같은 하락기가 가끔씩 오면 진짜 실력이 있는 고수와 이런 사람들의 차별화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할 때 별 고민 없이 했고, 언제나 시세가 오르는 것만 보았기 때문에 작년 겨울과 같은 하락기를 만나면 다른 사람보다 더 공포감을 느끼고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작년 10월 주가가 900선일 때 주식을 판 사람이나 작년 12월 집값이 바닥을 쳤을 때 서둘러 급매로 집을 판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라면 자신이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10%만이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투자금을 잃고 마는 10%에는 들지 않더라도,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다가 귀한 투자 기회를 놓치는 사람도 투자의 세계에서는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다가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철저히 살펴보아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는 비슷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세계는 여러 상반된 정보 속에서 자신만이 예스냐 노냐를 결정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더구나 그 싸움의 대상은 다름 아닌 공포와 탐욕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바로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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