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야, 식탁에 숟가락 좀 놔줄래?”
“엄마, 내가 엄마 노예야? 동석이는 왜 안 시키는데? 왜 맨날 엄마는 부엌일은 나만 시켜? 내가 여자라서 그래? 엄마 남녀 차별하는 거야? 엄만 정말 불공평해.”
“누가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 그 입 좀 다물어!”
십대를 키우는 부모의 고민 중 하나는 자녀의 말대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이다.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십대들의 말대답은 점점 많아지고 그 수위도 점점 높아진다. 야단을 쳐야 하는지, 어디까지 받아 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부모의 좌절 또한 점점 커간다.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버릇없는 한심한 인간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으니.
만일 아이의 말대답을 고쳐주고 싶다면 절대로 아이의 말대답에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본전도 찾지 못하는 부모의 반응 중 하나는 말대답 자체를 꾸짖고 가르치려는 것이다. 은지 엄마의 말도 말대답하는 아이를 비난한 것이고 아이는 계속해서 말대답을 이어갈 것이다.
“뭐, 내가 뭘 잘못 말했는데?”
“너 이제 좀 그만해!”
“엄마도 나한테 계속하고 있거든!!”
“엄마 말 좀 들어!!!”
“엄마도 내 말 좀 들어줘!!!!”
이런 대화가 끝없이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부모가 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말대답 내용을 가지고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동생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은지에게 “엄마가 언제 너랑 동석이를 차별했어? 동석이한테도 부엌일 시키는 거 못 봤어?”라고 한다면 아이는 또 구차한 변명과 엄마에 대한 비난을 이어갈 것이다.
“어 그래? 가끔씩 쓰레기 같이 들어달라고 하는 정도…. 난 매일매일 시키면서.”
“정말 바보같이, 그냥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해.”
“엄마가 무슨 딸한테 그렇게 말해! 그게 성차별이야!!”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말대답에서 아이가 핑계 대는 내용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려 해도 부모는 계속해서 아이의 말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부모도 곧 이성을 잃고 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더 심한 비난과 협박을 퍼붓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말을 하면서 부모는 자녀가 자신을 무시한다거나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아이는 엄마를 돕는 것이 귀찮고 싫어서 한 말이었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부모는, “은지야, 밥 먹어야 되니까 엄마 식탁 차리는 것 좀 도와줄래? 식탁에 숟가락만 좀 놔주면 좋겠어”라고 한번 더 말해주면 된다. 말대꾸를 비난하지도 말고 이성을 잃고 반응하지 말고 단호하게 한번 더 요청한 다음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부모의 단호한 반응에서 아이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엄마를 도와줄지 도와주지 않을지. 물론 아이는 계속해서 생각은 할 수 있다. ‘엄마는 정말 문제야. 이젠 말도 못 하게 하고, 난 그저 엄마가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말하려고 했는데….’
그러면서도 아이는 하기 싫은 일 때문에 말대답하고 싸우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희망컨대, 자신이 부모님한테 말하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될 것이고 아이의 말대답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저자
<한겨레 신문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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