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일이든 원인을 정확히 알면 쉽게 해결된다. 반대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해결이 쉽지가 않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질병이나 건강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현대 의학의 발전을 토대로 그 동안 우리는 질병의 원인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렇지 못한데 아토피성피부염 이나 알레르기성비염, 류마치스 등의 만성질환 그리고 백혈병이나 암과 같은 난치병에 이르기 까지 많은 질병의 근본원인에서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소위 스트레스로 일컬어지는 마음의 문제이다. 모든 질병이 감기처럼 쉽게 지나가는 질병이 아니며 난치병의 측면에서 보면 정서적인 측면은 오히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보통 몸과 마음이라는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여 육체와 정신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 몸 가는데 마음이 가고 마음 가는데 몸이 간다든지,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든지 하는 말을 사용하고 자신을 갈고 닦는데 있어서 몸이 더 중요하다거나 혹은 마음공부가 더 중요하다거나 하는 의견이 나뉠 정도로 오래전부터 우리들은 몸과 마음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별개로 보는 측면이 있다. 과학의 발달로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차원을 넘어 양자의학, 그리고 양자생물학의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나와 너, 그리고 온 우주의 모든 생명체와 사물, 유형과 무형의 존재들은 모두가 그 거칠기가 다를 뿐 연속된 에너지스펙트럼의 연장선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개념을 갖게 되었다. 결국은 과학적으로도 몸과 마음이 전체의 일부분이며 순서는 있을지 몰라도 따로 떼어내지 못할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심신상관의학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근대 고전적인 현대의학의 주류가 몸과 마음을 철저히 분리해 놓는 경향이 있으며 그 물질주의적 특성상 마음보다는 몸에 중점을 두고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그 동안 의학에서도 마음은 스트레스라는 모호한 단어로만 설명 되어 왔고 소홀하게 다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며 그에 대한 반성의 한 목소리로 심신상관의학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몸과 마음은 근본적으로 서로 떼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심신상관이라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의학에는 근본적으로 들어있는 개념이다.
실제로 몸과 마음은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동양의학적으로는 경혈, 경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어떤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고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하여 느끼고 운동기관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것 또한 의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한편 의도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알아서 감각하고 심장과 같이 저절로 움직이는 부분도 있다. 인간이 하루에 2만 번 가까이 반복 되는 호흡 또한 우리가 의도적으로 들이마시고 내쉬기도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때에도 자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즉, 우리의 몸과 마음에는 자동과 자동이 아닌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몸으로 따지면 자율신경계, 마음으로 따지면 무의식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고 의도적인 부분은 중추신경계와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주로 관여하는 부분은 의식이나 중추신경계 보다는 주로 무의식과 자율신경계라는 점이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떠올리거나 무언가를 느끼고 감정이 발생했을 때 의식적으로 그것을 인식하고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에 저장된다. 그것을 이후에도 기억하는가 하는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것들은 무의식에 저장되는데 이렇게 무의식에 저장되는 것은 주로 인간의 언어로 잘 표현할 수 없는 감정, 그 중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앙금이다.
인간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미세한 감정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위협적인 감정을 맡아서 처리하는 뇌 속의 편도체라는 부분은 탄생 시에 이미 모두 발달한 상태인 반먄에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기억으로 조직화하고 재정렬하는 해마라는 부분은 생후 2-3년 후에야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약한 유아시절에 다루기 힘든 너무 강렬한 감정이 발생하면 그것을 온전히 느끼는 대신 빠르게 조금만 느낀 후 이름표만 달아두고 나머지는 무의식에 보내서 보관해 버리는 습관을 갖게 된다. 이 습관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성인이 될 때까지 매우 익숙해져 삶 속에서 자동화 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게 언어를 사용하면서부터 느낌을 체계화 시키고 논리를 통해 발전시키면서 생각의 힘을 발전시켜 왔는데 그 문명의 발달하는 만큼 무의식과는 더 멀어지게 되었다. 생각은 언어화하기가 쉽기 때문에 대부분 의식 주변에 남아 있는 반면,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과는 다르게 인간의 언어로는 완전히 표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름 붙여지거나 글로 표현되거나 남에게 설명하거나 스스로 온전히 알아채기도 힘들고 그 본질은 대부분 무의식에 보관되어 있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차후에 마음속에 온전히 떠올리거나 골라내기가 힘들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무의식에 남게 되는 경우는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수치, 굴욕, 잔인함, 죄의식, 비난, 학대, 무기력, 절망, 포기, 슬픔, 후회, 낙담, 두려움, 공포, 근심, 부담, 회피, 욕망, 갈망, 집착, 분노, 미움, 공격, 자존심, 경멸, 혐오감, 과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 되지 않은 상태로 무의식에 남아 있으면 부정적인 신념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그 사람의 태도 또한 부정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자율신경계를 경유하여 건강에도 문제를 쉽게 일으켜 질병을 발생 시킨다. 물론 감정의 앙금만이 질병의 원인은 아니지만 무의식에 부정적인 감정이 강력하게 존재 할수록 큰 병에 쉽게 걸릴 것 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만약에 무의식을 잘 다룰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자. 나도 모르게 무의식에 잠재워진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앙금을 골라내서 해결할 수 있다면, 따라서 자율신경계를 자유자재로 안정화 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자동차도 오토매틱차량 보다는 수동변속기차량이 연비가 좋고 시속100킬로 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빠르듯이 우리가 우리 몸과 마음의 자동적인 부분들 즉, 무의식과 자율신경을 자동기능에 맡기는 대신에 수동으로 다룰 수 있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 오랫동안 훨씬 효율성 있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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