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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 ‘트라우마’

花受紛-동아줄 2011. 12. 27. 14:19

정신질환 중에 ‘트라우마’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전쟁, 천재지변, 화재, 폭행, 강간, 자동차·비행기·기차 사고 등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으로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정신질병이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할 경우에는 ‘사회적 복귀’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그 증세는 크게 과민반응, 충격 재경험, 감정회피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과민반응 환자는 늘 불안해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세까지 보인다. 충격재경험 환자는 사건 당시와 같은 강도로 충격이 느껴지는 기억, 꿈, 환각 등을 자주 겪는다. 감정회피 환자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기억을 결사적으로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이성적인 판단이나 정상적인 감정반응은 사라지며, 이에 따라 사회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만다.

지금 우리 경제도 집단적인 트라우마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위에서 기술한 내용과 일치하는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증세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증세를 모두 겪고 있어서 그 증세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사회적 복귀가 어려울 정도의 중증’이라고 해야 할 정도이며, 이런 상태라면 정신과적 치료가 필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과민반응의 증상을 살펴보자. 얼마 전 우리 경제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기업은 이익을 위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늘어도 생산을 늘리거나 투자를 늘리지 않았으며 고용도 늘리지 않았다.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늘리며 고용을 늘리면 이익이 더욱 늘어날 터인데도 그렇다. 또한 소비자는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그에 상응하게 늘리지 않았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당연히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이게 잘 이뤄지지 않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런 투자 부진과 고용불안 그리고 소비부진이 최근과 같은 저성장을 불렀고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것은 모두 과민반응이라는 트라우마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다음으로, 충격 재 경험의 증상을 살펴보자. 외환위기 이후에는 누군가 터무니없는 경제위기설을 제기하더라도 국민은 그 충격 속에 쉽게 빠져들곤 했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언론들이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도하면 국민은 모두 내일 곧 우리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그래서 기업은 투자를 멈췄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으며, 그 바람에 경기는 더욱 부진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언론이 보도한 내용들은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서 우리 국민들은 각종 엉터리 아젠다를 진실인 것처럼 믿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 공동화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2007년 산업생산지수는 5년 전에 비해 60% 이상 증가했고, 수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만약 산업공동화가 진행되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오히려, 국민소득 5천 달러 산업시설은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되었으나, 그 자리를 국민소득 3~4만 달러 산업이 채웠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래야 생산지수와 수출이 그처럼 증가할 수 있다. 이것은 비이성적인 일로서 트라우마의 전형적인 ‘충격 재 경험’ 증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끝으로, 감정회피의 증상을 살펴보자. 현재 우리 국민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거의 모두 외환위기에 그 근원이 있다. 외환위기만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빈부격차가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고, 양극화도 지금처럼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비정규직 역시 지금처럼 양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는 국민들도 여전히 절대다수를 차지하였을 것이다. 또한 국가경제도 초장기 번영을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얼마 전까지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었고, 중국특수 등 해외특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실정이 이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다시는 외환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뒤늦게라도 대비해두는 것이 순리이나, 외환위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게 된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오히려 국가경제를 번영으로 이끌 정책노선인 신자유주의가 모든 경제난의 원인인 것처럼 치부되고 있을 뿐이다. 더 심각한 일은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파국을 불러올 정책들이 마치 경제를 다시 회생시킬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국민들 사이에서 믿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외환위기의 원인만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정책의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했더라면 감히 그런 파국을 부를 정책을 다시는 제안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이것은 감정회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트라우마의 정신과적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해야 한다. 그럼 치료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당연히 위의 진상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 허상에 놀라서 허우적거렸다는 사실을 알면 국민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트라우마를 강화시켜온 자들을 고발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일도 필요하다.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데에는 꿈과 희망처럼 좋은 약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얼마나 좋은 기회를 맞았는가, 우리 경제의 체력이 얼마나 튼튼한가,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린다면 트라우마는 얼마든지 치유가 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모두 땀과 고통과 인내와 피와 눈물 등을 지불할 각오만 한다면 일본경제도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킬 수만 있다면, 트라우마는 어렵지 않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