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최근 「잘사는 노년(Aging Well)」이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었다. 책 표지에는 ‘하바드 성인발달연구소에서 드리는 행복한 삶을 위한 지침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는 미국 하바드 대학의 성인발달 연구 전문가인 죠지 베일런트 교수이다.
하바드 대학에서는 지난 60여년 동안 졸업생들의 성인 및 노년기의 발달 과정을 장기적으로 연구하여 왔다. 1939년부터 1942년 사이의 하바드 대학 학생 중 268명을 선정 한 후 중간에 20명이 탈락후 최종 248명이 연구에 참가하였다. 이들은 대학 졸업후 매 2년마다 대학에서 작성한 설문지에 응답하고, 매 5년마다 건강진단을 받으면서 연령증가에 따른 건강, 소득, 가족관계, 사회활동, 생활만족도 등의 변화에 대한 종단적 성인 발달연구(longitudinal adult development study)에 참여하였다. 이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성인발달연구사업의 하나이다. 매이런트 교수는 1967년부터 이 연구사업에 동참하여 지금은 연구소장으로 있으며, 이번에 연구결과의 일부를 책으로 소개한 것이다.
하바드 성인발달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그들의 지능지수(IQ)는 130~135 정도였고, 76%가 대학원을 나왔으며, 그들이 50세가 되었을 때 평균 년수입은 십만오천달러(년수입 약 1억4천만원)가량 되었다. 그들은 1921년생으로 지금 만 81세가 된 노인들이다. 그들이 70세가 되었을 때의 생존율은 77%였고, 80세까지의 생존율도 60%가 넘었다. 현재 미국 백인들의 평균수명이 78세인 것에 비교하면 하바드 출신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더 높은 편이다. 베일런트 교수는 하바드 졸업생들의 60여년에 걸친 생애과정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노년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노년생활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재산이나 명예나 권력이라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예를들어 50세가 되었을때 행복한 가정생활이나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은 80세 이후에도 행복한 노후생활을 계속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50세에 수입이 좋고 콜레스트롤 수치가 낮았어도 이러한 것들이 80세 노인이 되었을 때 행복한 삶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둘째, 노년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화과정을 인식하고 수용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이러한 사실은 부정도 회피할 수도 없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우리가 사계절의 변화를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여 봄철의 아름다운 꽃, 여름의 시원한 나무그늘, 가을의 오곡백과, 겨울의 눈 덮인 산과 들을 감상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처럼 노년의 하루하루 생활도 기쁘게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삶이 바로 노년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셋째, 노인이 되면 정년퇴직이나 배우자의 사망, 친구들과의 이별로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상실 또는 감소되어 외롭게 살아가기 쉽다. 따라서 노년에는 새로운 일감이나 친구를 찾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루종일 방안에서 텔레비전만 쳐다보면서 살다보면 건강도 삶의 의욕도 인간관계도 잃게 된다. 따라서 인생 80년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은 재취업이나 자원봉사, 종교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또한 자녀나 손자녀들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넷째, 노인은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또한 필요시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도움을 청할 때는 정중하게 품위있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항상 불평과 불만 속에 짜증을 내며 고집스러운 노인은 먼저 손자녀들이 싫어하고 의사나 간병사들도 만나기를 꺼려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는 모두 정원사이다. 정원사가 씨앗을 부지런히 뿌리면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 프랑스 시인 볼테르는 인생은 정원과 같다고 했다. 우리 각각의 마음과 생활 속에 감사와 소망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면 감사와 소망과 사랑의 꽃들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노년의 행복이다. 정원사가 뿌린 씨앗들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주변의 많은 삶들에게 삶의 기쁨을 안겨 줄 때 꽃향기와 더불어 그 정원사는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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