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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詩

花受紛-동아줄 2007. 10. 28. 10:28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벤자민 뿌리가 쓴 소설/박라연]



 
 
    벤자민 뿌리가 쓴 소설 사람 고픈 냄새가 낭자해서 알았다 나무 벤자민 오래 전에 아파트 쓰레기실에 버려졌다는 것 손톱도 못 들어갈 만큼 굳어버린 흙을 뚫고 미처 못 산 시간을 찾아 나선 뿌리들이 시골 장독만한 화분 밖을 칭칭 동여 매며 버팅긴 것 화분의 배수구 그 작은 통로를 통해 여윈 목마른, 해진 여생을 온몸으로 주워 다시 삯바느질한 것 화분 안은 실존 밖은 죽음이 뻔한데 저를 던져 또 다른 저를 살려내려고 생사의 경계 뚫고 나온 뿌리들의 참혹한 생존 전략 휘청, 내 다리가 굽었다 칼을 들었다 공기 속 수분을 혀로 핥아 2미터가 넘는 벤자민을 먹여 살린 화분 바깥 뿌리들을 베고 또 베어냈다 심장 하나가 함께 잘려 칼을 쥔 손에 들려 있다 소설처럼 아장아장 무수한 잎이 되어 벤자민 씨(氏)네 초록 지붕 올라가고 있다 죽을 목숨 몇쯤은 살려낼 운세 잎잎이 물고서 詩/박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