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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오늘의시

花受紛-동아줄 2007. 10. 28. 10:36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지금은 잃어버린 시인의 초상/박희진]



 
 
    지금은 잃어버린 시인의 초상 배경엔 늘 고대(古代)의 인도풍(印度風) 구름이 뭉게뭉게 일고 있었다. 주황빛인가 하면 초록빛 구름들이. 팔짱을 낀 채 미동도 않고, 검은 셔츠의 시인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겐 하체가 없었다. 그의 가슴 바로 아랜 늘 출렁이는 검푸른 바다, 때로는 휘황한 영감의 바다, 빛과 어둠, 황홀과 오뇌의 양극을 가득히 천변만화하는 바다가 있을 따름. 문득 반인(半人) 반신(半神)을 생각했다. 더구나 내가 마지막 그 초상을 보았을 땐. 그의 가슴 아래 바다가 온통 불길로 화했었다. 세상의 온갖 피와 눈물과 한숨과 기름땀이 범벅이 되어 타면 그렇게 될 것인가.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의 사이 시인은 태연히 이맛살 하나 찌푸리지 아니 하고 그 불길을 누르고 있었다. 화안한 미소로, 천상 천하에 번지는 미소로. 불길이 스러지자 허나 거기 시인의 모습은 없었다. 詩/박희진
    오늘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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