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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의 왕은 징이다!!

花受紛-동아줄 2007. 9. 4. 23:13
풍물의 왕은 징이다!!



요즘 풍물을 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악기(?)가 징일 것이다.

징! 그저 무겁기만하고 남들에게 주목도 받지 못할 분더러, 맘대로 놀기

도 힘든 것으로 인식돼 있다. 누구도 선뜻 '내가 징을 잡겠다'고 나서

지 않는다. 처음 배울 때는 물론이거니와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지 않

는 이상 징은 빼버리기 일쑤다. 부득이 징을 쳐야 할 때도 초보자에게

맡기거나, 가장 실력(?)이 없다고 인정된 사람에게 맡겨버린다. 쇠나 장

구에 쏠리는 욕심이나 관심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정말 징은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악기(?)고, 아무나 쳐도 될 정도로 쉬

운 악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풍물(굿물)의 왕은 징이다"라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이 말이 의외로 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그런 말이 굿판에서 회자되었었다. 지금은 듣기 힘든 말이됐지

만... 점점 천덕꾸러기가 되가는 징이 풍물의 왕이라니? 그렇다면 지금

치고 있는 풍물은 호랑이 있는 굴에 토끼가 왕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인

가? 그렇다. 풍물굿 이야기는 아니지만, 징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

식을 새롭게 해줄 사례는 많다.

시나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최고 수준의 음악성을 요구하는

우리의 음악이라는 사실에 누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듣는 사람이 갑갑해

질 것이다. 지금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시나위는 악보화되고 정형화된 음

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 시나위의 참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시

나위의 참맛을 여전히 느낄 수 있는 판이 있으니 굿판이다. 원래 시나위

라는 것이 굿판에서 태어나 발전하였고, 제 명맥을 이어가는 시나위의

모습이 공연장이 아닌 굿판에서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희미한 모습이긴 하지만...

이 시나위 음악에서 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다. 특히 남도 시나위

의 경우 쟁(징)은 그 음악을 살리고 줄일 정도다. 그래서 제대로 시나위

의 전통이 이어지는 굿에서는 가장 연륜이 있으며, 음악을 주도해 갈 위

치에 있는 고인이 장구와 더불어 쟁을 잡는다. 젓대나 해금이 시나위를

주도해 가지 않는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쟁이 그처럼 중시되는 것

은 전문가들이나 귀명창들이 쟁소리를 갖고 그 시나위에 대해 평가하는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피리나 젓대나 가야금 엇이 장구와 징만으로

바라지를 할 경우보다도, 피리나 해금이나 젓대와 함께 연구할 때 오히

려 징의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된다. 그 어려운 관악기나 현악기를 제치

고 단순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타악기, 그 중에서도 쟁이 그처럼 중시되

는 이유가 무엇일까?

강신무계통의 굿판에 들어서면 가장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징

소리와 바라소리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바라는 뺄 수가 있지만 장구와

더불어 징은 절대 빠질 수가 없다. "쟁 쟁 쟁 쟁" 일정한 박자와 일정

한 기운으로 계속 반복되는 징소리는 무당의 도무와 일치한다. 하늘로

계속 뛰어 오르는 무당춤을 지치지 않게 하면서도 더욱 더 강렬하게 해

주는 힘은 징소리와 바라소리에서 나온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징소리가

결국 최면효과뿐만 아니라, 무당이 무아경에 이르도록 만들어주며, 접신

의 상태까지 끌어올린다. 징소리가 만들어내는 효과다.

물론 풍물굿에서도 그런 사례는 많다. 몇 개의 사례만 들어보자. 징점

은 절대 빼먹거나 틀려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징은 무겁고 힘들기 때문

에 징잽이를 징의 갯수보다 2배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징

이 2짝(개)이면 4명이 징을 치고, 3짝이면 6명의 징잽이가 필요해 지는

셈이다. 지금 식으로 표현하면 스페어징수가 있었다고나 할까. 절반의

징수는 대기를 하고 있다가 치던 징수가 힘들어 할 때 징수에게 징을 다

시 넘겨주는 식으로 말이다.

왕년에 정읍에서 이봉근이라는 사람이 징치는 모습을 보고 그 유명한 이

봉문 설장구가 탄복을 하면서

'저 징치는 거 보라고, 소삼대삼치는 거 보라고' 했다던가!

징을 그저 때리면 되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소삼대삼'으로 치는 소리

가 어떤 것인지 막연해질 것이다. 물론 이 말을 듣는 순간 징이라는 것

이 단순치 않다는 느낌도 분명 갖게 됐을 것이고.

그러면, 현재 풍물을 치면서 징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경험들은 없었을

까?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도 많으리라 확신한다. 연습을 하거나 공연

을 하면서 징점이 틀리거나 깨지는 소리가 나는 순간 우리는 징을 다시

보게 된다. 그 때는 모든 치배와 구경꾼들의 시선이 징으로 쏠릴 것이

다. 한결같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말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

사표시임이 분명한 그 시선들이 바로 징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는 분명

한 증거다. 징이 삐지면 징만 틀린것이 아니라 그 굿 전체가 틀리게 된

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뛰고 놀던 사람들이 멈추게 될

것이며, 구경하던 사람들은 바로 그럴 것이다. "징도 제대로 못 맞춘

다"고. 다른 것은 조금 틀려도 그냥 묻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굿 전체

가 중단되는 경우란 거의 없다. 경우에 따라 양념이 될 수도 있다. 그러

나 징은 다르다. 징이 틀리면 모든 조화가 흐트려져 굿 전체가 깨져버린

다. 이것은 우리가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징이란 절대로 트러리면 안되

는 풍물(굿물)이다.

징소리가 나야할 징점에서 징소리가 안나도 안되고, 소리가 징점에서

삐져나가도 안되고, 그 소리가 깨져 나가도 안된다. 우리들은 징의 중요

성을 감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대관절 징이 뭣이간디 절대로 틀려선 안된단 말일까?

징이란 원박을 정박으로만 쳐주기 때문이다.

풍물굿에 있어서 가락을 넣어 징을 치는 경우란 상상할 수가 없다. 항

상 징은 원박의 첫머리(박)를 쳐 줘야 한다. 풍물은 엇박으로 치거나,

가리새기를 넣어치거나, 잉어걸이로 치거나, 아예 안 쳐버리고 춤을 쳐

버리거나, 악을 쓰거나, 그 어떤 짓거리라도 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단, 장단의 한배를 지키면서라도 조건만 충족시킨다

면 말이다. 장단의 한배를 기준으로 넘나들면서 '지 멋대로'하면 할수

록 잘 치는 것이고 잘 노는 것이다. 정해진 숫자대로 장단수를 맞추고

가락을 통일하면 연주는 잘 될지 모르지만 거기서 멋과 맛을 찾기란 어

려원지다. 이처럼 장단이라는 최소한의 틀거리만 서로 맞출 뿐, 그 한

배 내에서는 '내 개성껏 멋대로 장단을 가지고 노는' 시나위 구조가 역

시 풍물굿에서도 적용된다.


그것이 굿(풍물굿)의 미학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지 멋대로' 쳐서 안되는 풍물이 있으니 바로 징이다.

전부 다 '지 꼴리는(멋대로)'대로 놀아버리면 중구난방이 되 '서로'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풍물굿이란 애초부터 혼자만으

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고, 같이 치도록 만들어진 방법(굿)이다. 중구난

방이 되는 상황은 절대 막아야 하니, 그 안전장치가 꼭 필요할 수밖에.

징이 바로 안전장치다. 그러니 기분 내키는대로 칠 수 있겠는가.

'서로'를 맞출 수 있도록 징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장단의 한배를 지켜

줘야만 한다.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개인

(멋대로)과 전체(서로)가 다 존중되면서도 조화를 이뤄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통로가 <장단>이니 그 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지켜야

하며, 개인과 전체가 만나는 접맥지점인 원박의 첫머리를 무슨 일이 있

어도 지켜야 한다. 그 지킴의 소리가 징소리인 것이다.

정신 못차리고 놀다가 남들과 안맞는다는 자각이 드는 순간 얼른 징을

보면 될 것이고, 옆에서 정신차리라는 핀잔이 들려오는 순가 바로 징소

리에 맞추면 될 것이며, 징소리를 중심에다 놓고 얼르고, 무지르고, 앞

서 가고, 뒷서가고, 먹고가고, 달아가고, 쉬어가고, 달려가며, 이리 저

리 놀면 되지 이 아니 고맙고 마음 든든한 일인가!

징의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되는 경우가 있었으니 군고에서였다. 징소

리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징소리와

북소리는 깃발과 함께 전투상황에서 명령을 전달하는 중요한 신호 수단

이었다. 징소리가 나면 '후퇴'요, 북소리가 나면 '돌격'이었다. 나아가

한 장단 안에 징을 몇 번 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의사전달이 달라지기

도 했다. 징을 세 번 치는 삼채는 전투부대가 이동을 하겠다고 본부에

알리는 신호였으며, 한 번만 쳐야 할 자진일채는 작전을 개시하겠다는

신호였다 한다.


<차근현, '소포걸군악 - 필사본', 1988. 10. 27 작성>


징의 숫자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12가지의 장단

(12채굿)이 전투 상황에서 명령전달 수단으로 쓰였다는 고증을 군고지역

에서는 어렵지 않게 청취할 수 있다.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전쟁터에

서 직접적인 명령전달의 중책을 징이 맡고 있으니 징수의 책무는

막중할 수 밖에 엇었으리라. 절대로 틀려서는 안될 징이었다.

징은 징을 치는 징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소리의 성질도 중요하

다. 소리가 낱으면서도 부드러운 성질이 징의 특성이다. 강하고 높은 꽹

과리 소리와 대비를 이룬다. 징이나 꽹과리는 모두 금속성이다.


꽹과리 소리만 오래 들으면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여 평정심을 잃게 만

든다. 충동적이고 전투적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치고

들을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꽹과리를 너무 오래 치면 가

는 귀가 먹게 된다. 몸을 상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런 꽹과리 소리를

부드럽고 포근한 징소리가 중화를 시켜 버린다. 특히 징의 긴 여운은 어

떤 꽹과리 소리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품처럼 싸안아 버린다.

용도와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징 울음 소리는 세 번 꺾이며 펴져

나가야 제대로 만들어진 징으로 여겼다. 세 번 꺾여 나가는 사이에 모

든 소리는 징소리에 스며들게 마련이다. 꽹과리 소리뿐만 아니다.

북소리든, 장구소리든, 악쓰는 소리든, 싸우는 소리든 징소리는 넓은 어

머니의 가슴처럼 허물을 묻지 않고 품에 안아 녹여 버린다. 시나위성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서 멋대로 돌아가는 소리와 짓거리들의 사이사이에 스

며들어 이들을 하나로 엮어 내버리기도 한다. 그런 힘이 징소리에는 있

다. 그러면서도 웅혼하다. 그리고 가장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멀리서 풍물치는 소리를 한 번 들어보자. 들려오는 소리는 "깨갱 깨

갱"의 꽹과리 소리도 아니며, 화려한 장구가락도 아닐 것이다. 좀 더 가

까이 다가가보자. 북소리와 징소리만 힘있게 밀려와 귀와 가슴을 두드

릴 것이다. 그 모두를 하나로 감싸는 소리는 여운을 갖고 스며드는 징소

리일 것이다.

몸과 마음을 빨아 들여 들썩거리게 만드는 것은 분명 북소리 징소리일

것이다. 사람의 폐부까지 파고 들면서 오래도록 여운을 갖고, '울림'을

전하는 풍물은 징소리의 파장일 것이다. 그 넓고 깊은 징소리 속에서 꽹

과리 소리는 양념처럼 놀고 있을 것이다. 종소리를 들을 때와 같은 편안

함도 함께 갖고 이쓴 징소리는 아무리 오래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이런 실험도 한 번 해보자. 드럼, 기타, 봉고, 꽹과리, 북, 장구, 징

등 동서양의 다양한 타악기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함께 두들겨 보자.

볼 수 없으나 소리는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먼거리에서 사람들이 그 소리

를 듣게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게 될까? 징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는

한 십중 팔구는 풍물을 치는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그만큼 징은 우리다운 소리이기도 하다.

우리답다!

그 '우리답다'는 소리란 과연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세계 여러나라에 우리의 징과 닮은 악기들이 존재하는데, 공(gong), 탐

탐(tam-tam), 망라(가운데가 돌출된 징 모양의 중국악기)라 불리는 악기

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외형이나 연주방법이 우리의 징과 매우 흡사하

다. 그러나 그 소리에 있어서는 징과 다른 음색을 갖고 있다.


모양새가 가장 우리의 징과 흡사한 망라마저도 그 소리의 음색에 있어

우리의 징과 다르다.

여러 가지 연주법이 개발되어 현대음악에서도 널리 쓰이는 공이나 탐탐

은 소리가 땅땅거리고 가벼워 우리의 징처럼 넓고 깊은 폭의 울림을 전

하지 못한다. 물론 그 차이란 문화와 기질의 차이에서 생길 것이다. 분

명 징소리에는 우리다운 그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답다!

그 '우리답다'는 소리란 과연 무엇이며, 또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

까? 우리의 징소리도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다. 서울, 경기자

방 사람들은 비교적 땅땅한 소리를 좋아하고, 전라도 사람들은 여물고

육중한 소리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고, 경상도 사람들은 웅장한 맛이 있

고 여운이 긴 소리를 많이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소리의 취향이 각각이

지만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찾는 성질이 있었다. 우선, 부드럽고 웅장

하되 앙칼진 데가 없어야 했다. 또 징의 소리에는 쇠의 잡음이 섞이지

않아야 하며 소리가 퍼지거나 갈라져도 안됐다. 맑고 분명한 제울음을

내야만 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육중한 맛이 있으며 끝 여운

이 길게 뻗어나가다가 하늘을 치솟는 듯한 맛을 내야 했다. 그런 소리

를 '황소 울음소리'라고 했다. "우웅~"하고 트리는 소리가 굴곡을 그리

며 길게 뻗다가 끝을 부드럽게 채며 사라지는 것이 마치 황소의 울음과

도 같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런 비유가 생겼다고 한다.

석양의 시골길을 가다 "음메~"하는 황소울음을 들으면 왠지 고향소리 같

고 마음이 그저 훈훈해지며 이게 우리 소리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것처

럼 징소리에서도 이런 느낌이 나야 좋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소리

를 내는 징이 좋은 징으로 꼽혔다.


그러나 황소 울음소리를 내는 징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징의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면 결코 오를 수 없었던 회고의 장인인 대정이들

도 황소 울음소리에 평생을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소리를 잡아

내지 못하고 마는 대정이들도 많았다니 우리로서는 그 어려움을 헤아리

기 어렵다. 황소 울음소리는 일정한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가

슴과 감각으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렵고도 오묘한 작업이기 때문이

다. 메질과 성형작업이 기계화된 현재의 제작기법에서도 소리를 만드는

공정만은 어쩔 수가 없다. 대정이가 두들기는 망치질에 자리를 넘겨줘야

만 한다. 현대기술도 대정이의 경험과 정성이 도달한 경지를 범접치 못

하고 있다는 말이다. 딱딱한 쇳덩이에 온갖 재주와 정성을 받쳐 생명을

불어 넣어야만 비로소 황소울음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대정이들은

자기만의 감각과 방법으로서 징 울음을 잡는데 최고의 심혈을 기울여야

만 한다.


징은 놋쇠로 만든다. 놋쇠는 넒은 의미로 동을 기본으로 하는 비철금속

의 합금을 통칭하는데, 동과 주석의 합금물인 청동, 동과 아연의 합금물

인 황동 동이 이에 포함된다. 이 중 징의 재료는 청동이다. 청동은 황동

보다 내식성과 내마모성이 좋아 악기 공예품이나 미술 공예품의 재료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징은 생활용품이 아니고 소리를 내야 하는 악기이

므로 최고의 재료를 써야만 한다. 합금비율이 맞지 않거나 잡쇠가 섞이

면 메질할 때 쇠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최상품의 동이나 주석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좋은 놋쇠를 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이 좋기로 이름난 나라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

에는 신라동·고려동이라 하여 주나라 원나라에 수출이 활발하였고, 특

히 고려시대의 동은 중국에서도 질이 좋은 것으로 높이 평가되어 식기·

수저·화폐 등을 만드는 원료로 크게 쓰였다. 좋은 징, 좋은 소리를 만

들어낼 1차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 좋은 재료를 갖고 혼

신의 정성과 기술을 발휘한 셈이다.


징소리에는 몇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 음향을 분석해 보면 징소리를 구

성하는 각 부분 음들이 배음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악기의 음은 모두

휘파람소리와 같은 '단순한 음'이 여럿 혼합되어서 하나의 음을 형성하

는데, 징소리에서는 마치 효과음 역할을 하듯 부분음들이 배경음 관계

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는 여타 타악기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으로 징

이 타악기이면서도 일정한 음높이를 가지며 자체로도 조화롭고 아름답

게 들리게 하는 요인이다. 같은 재질과 같은 제작과정을 거치는 꽹과리

소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란다. 이런 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는 단순한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특성으로 징의 음은 음이 시작된 후 음높이가 점차로 올라가

는 현상이 있다. 끝 여운이 길게 뻗어나가다가 하늘을 치솟는 듯한 맛

을 낸다는 말이다. 이것은 징의 판이 평면판이 아닌 약간 볼록한 곡면판

(징의 두께는 부위별로 다르다. 중앙을 붕뎅이라고 하는데 대개 6mm내외

다. 바깥쪽으로 갈수록 얇아져 가장자리 부분은 2mm정도가 된다)이라는

것과 진동진폭이 커서 비선현으로 진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서, 단조롭지 않고 긴장을 주는 음이 되게 한다. 이러한 음높이 상승현

상도 꽹과리에서 보다 징에서 현저하다.


그리고 징소리는 맥놀이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같은 주파수의 음

파가 만나면 음파가 서로 간섭하여 주기적으로 증폭되었다가 사라지는

비트(beat)현상으로서 소리가 몇 구비의 파도를 그리며 길게 울려 퍼지

게 만드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범종을 가장 우리나라의 종소리답게 만

드는 요소로 이 맥놀이현상과 여음을 꼽는다. 황소울음을 토해내는 징소

리도 맥놀이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긴 여운을 갖는다. 징소리가 담

을 타 넘고, 낮은 언덕배기와 산을 감아 돌면서 멀리 멀리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은 이 맥놀이의 작용으로 가능한 것이다. 맥놀이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기술상 간단치가 않다.

맥놀이와 여음을 길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맞춰야만 한

다.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정확하게 (구리 : 주석 = 3.75 : 1) 맞아야

한며, 원형판이어야 하며, 가장자리에 전두리모양을 갖춰야 하며, 담금

질의 시간과 물의 온도가 적정해야 하며, 담금질의 횟수가 많을수록 좋

고, 메질의 횟수가 많을수록 좋고… 그 중에서도 저울이나 기계의 힘으

로 해결 안되는 영역이 있으니 울음작기의 메질이다. 메질!


전체의 두께가 다른 것에 비해 얇은 징일수록 소리의 울림이 좋다고 한

다. 징바닥이 얇은 것은 그만큼 메질을 해서 펴진 것이므로 쇠의 조

직이 곱고 부드러워 소리가 한결 은은한 맛이 난다. 요컨데 금속의 합금

물에는 기공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기공은 메질로 줄일 수 있는 것이

다. 제 울음을 내는 하나의 징이 완성되기까지는 수 천 번의 세심한 메

질이 쇠 위에 박혀야만 한다. 메질을 하는 동안 소(바디기 : 장을 만들

기 처음 단계의 쇳덩이로 둥글고 평평한게 빈대떡처럼 생겼다)가 식으

면 다시 풀무에 넣어 달궜다가 3~4명의 메질꾼들이 한 사람이 작업하는

것처럼 한호흡으로 돌아가며 수 없이 되풀이되는 내리치기! 담금질과 메

질을 반복하면서 끝없이 되풀이 되는 메질! 징의 형태를 갖출 때까지 결

코 끝나지 않는 메질. 풋울음을 잡기 위해서는 대정이의 수 백번 수 천

번의 세심한 메질이 이어져야 한다. 풋 울음이 잡혔다고 해서 징소리가

완성된 것이 아니다. 뜸들이듯 두세 밤을 더 재우고 난 다음,

시커멓게 그을린 모양새를 보기 좋게 다듬는 가질 작업 때문에 다시 숨

어버린 울음을 찾기 위해 대정이의 망치가 다시 혼신의 땀과 정성을 받

쳐야만 하는 것이다. 메질 말이다. 자시에 시작된 작업이 날이 훤히 동

터올 때까지 계속되는 메질! 그래도 잡힐까 말까 한 황소울음소리! 수

없는 메질과 담금질의 인고를 거치고서야 놋쇠는 비로소 울음을 토해낼

수 있는 생명력을 얻게 된다. 대정이의 숨결과 기운을 나눠 갖고서 말이

다.


수도 없이 메질을 당하는 놋쇠는 갖는 질곡을 거치며 인고의 세상을 살

아온 조선의 민중들과 많이 닮아있다. 묵묵히 온갖 힘든 농사일을 다 해

주고, 죽어서도 가죽 하나 버림없이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몸을 공양하고

떠나가는 황소와도 닮아 있다. 그 메질과 아픔을 통해 나오는 소리이기

에 '울음'인가. 그래서 징소리를 굳이 황소 '울음'이라고 표현하고 '울

음잡는다' 고 인식한 것일까?


그러나 그 울음은 승화된 울음이다. 자신을 극복한 울음이다. 그래서

깊고 웅장하고 여운이 길다. 그 울음은 삼라만상을 한 품에 능히 안을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징소리는 삼라만상을 한품에 안고 있는 하늘

에 비유되어 '하늘의 소리'라고도 하였다. 하늘의 소리는 긴 여운을 갖

고 우주공간으로 퍼져 나간다.

이미 징소리의 특성에서 살펴보았듯이 음이 시작된 후 음높이가 점차

로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진 결과다. 그래서 장소라는 인간

세상의 뜻을 하늘에 전달하는 용도로도 자주 쓰인다. 마을의 안녕과 풍

요를 천신에게 기원할 때는 물론이고, 특히, 무악에서 징은 인간의 소리

를 하늘에 전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징을 울림으

로서 굿하는 사실을 하늘에 알리는데, 이는 '하늘의 소리'인 징의 음이

인간이 직접 닿을 수 없는 천신의 세계에 울려 인간의 의사를 하늘에 전

달하는 매개의 몫을 담당하는 셈이다.


'삼승할망본풀이'라는 무가가 있다. 제주도의 산신신화(産神神話)로서

그 내용이 이러하다.

아직 산신이 없을 때 자식을 낳지 못하는 인간들이 이 징과 바라를 울

리며 자식을 내려주도록 기원을 했는데, 그 소리가 하늘에까지 울려 퍼

져 옥황상제가 그 소리를 듣고 '삼승할망'을 산신으로 하명했다는 이야

기다. 이 신화를 통해 징소리가 천신을 감동시키는 기능이 있는 악기라

고 믿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며, 그래서 기원(祈願)악기로 쓰인다는 해석

을 내리기도 한다.

조선사람이라면 '곤지곤지놀이'를 다 알 것이다. '잼잼놀이'와 '도리도

리놀이'와 더불어 조선인으 피를 이어받은 아이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엄

마나 할머니가 가르쳐 주는 '곤지곤지놀이'를 배우며 자란다.


엄마가 '곤지곤지'라는 말을 하면서 검지 손가락으로 반대편 손바닥의

중앙을 반복하여 찍어대면 아이가 이를 따라 하게 되는 놀이다. 이 놀이

에 함축된 상징과 그 의미는 이렇다. 곤지곤지 놀이를 하게 되면 손가락

과 손바닥이 만나면서 한 점을 만들게 된다. 표시를 하자면

'·'이 될 것이다. 이 점을 ' '이라고 읽는다. 우주 만물의 근원이며 종

시(終始)를 이루는 하늘(한울님)이자 생명을 담고 있는 씨앗을 의미함

과 동시에 수(數)로서는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곤지

곤지놀이의 형상은 바로 징을 치는 모습과 닮아있다. 징(손바닥)

의 중앙을 때리는 징채(검지손가락)가 만들어 내는 징점과 그 징점이 만

들어 내는 소리의 파장! 고로 징소리는 한울의 소리이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생명의 소리라 하겠다. 이런 의미가 상징화되어 극명하게 발현

되는 현장이 제의일 것이다. 풍물굿에서 이런 의미를 읽어 낼 수 있는

제의라면 당산굿이다. 당산할아버지·할머니(삼신·지신 : 한울님·따

님 : 남· 녀 : 陰·陽) 두 분을 일년에 한 번씩 좋은 음식과 놀이를 준

비하여 모셔다 합방까지 시켜드리며 잘 받들어 모시는 구조와 내용을 당

산굿이 갖는 것은 두 당산신령님이 운우지정을 나누면서까지 만들어 내

는 생명력을 얻고자 함이며, 그 생명력은 앞으로 일 년을 잘 살아갈

힘이 되니 당산굿이란 결국 이 힘을 재충전 받는 자리다. 그 당산굿의

현장에서 징이 갖고 있는 하늘의 의미와 생명의 의미를 충격적으로 확인

했던 사례 하나!


전라남도 완도군 금일도라는 섬이 있다. 강진의 마량(제주도로 가는 배

가 뜨는 항구다)이라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1시간쯤 가면 나오는 섬으

로 제법 커서 섬전체가 행정구역상 읍으로 되어있다. 전라남도 완도군

금일읍이 행정명이다. 그 금일도에 있는 동송리라는 마을은 섣달

그믐날 당산굿을 올린다. 먼저 유고식으로 당산제를 지내고 나면 동네

를 사람들이 음복을 하고 좀 쉰 다음에 메구꾼(풍물패)들이 당산에 가

서 당산굿을 다시 치게 된다. 1997년에 이 마을을 찾았을 때, 당산굿은

당나무 앞에 굿꾼들이 도열을 하여 일체부터 죽 올라가면서 시작되었

다. 삼채로 당산굿을 치고 절을 3배씩 3회, 총 9번을 하였다. 여기가 지

는 그 지방의 여타 마을의 당산굿 절차와 대동소이하여 절차의 차이점

만 파악하여 비교적 여유롭게 참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절이 끝나자

충격적으로 나의 눈길을 붙들어 매는 상황이 벌어졌다.

메구가 당산나무를 돌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는데 그때까지 상쇠가

이끌던 굿과 메구를 징수가 맨 앞으로 나서며 이끌고 나가는 게 아닌

가. 그 뒤를 상쇠 이하 메구꾼들이 따르며 당산을 돌았다. 이는 분명 지

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과 지식을 뒤엎는 광경이었다.


이 광경을 음미해 보자면 이렇다. 당산신령님에게 생명력에 대한 기원

을 드려 그 생명력을 재충전 받았으므로 당산신령님의 생명력을 대변하

는 징이 굿을 이끌게 된다는 구조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즉, 풍물소리

는 북, 장구, 소고, 벅구 등의 가죽소리(陰磬)와 꽹과리, 징의

쇳소리(陽磬)로 대비가 된다. 그 상대적인 두 가지 성질의 소리는 굿을

통해 조화를 이뤄내게 된다. 풍물 중에서도 주로 소리를 내기 위해 쓰이

는 풍물을 돌라면 꽹과리, 징, 북, 장구로 압축될 것이다. 가죽소리가

둘이고 쇳소리가 둘이다. 가죽소리는 또 다시 양의 소리(북)와 음의 소

리(장구)로 대비가 되며, 쇳소리 역시나 양의 소리(꽹과리)와 음의 소리

(징)로 대비가 된다. 그런데 이 소리들이 전체적으로 울릴 땐 각 소리

으 성질상, 꽹과리는 강한 남자의 소리(太陽磬)가 되고, 북도 남자의 소

리(小陽磬)가 되며, 장구는 간드러진 여자의 성질(小陰磬)이 될 것이

며, 징은 가장 강한 여자소리(太陰磬)가 되어 각각의 몫을 담당하게 된

다.


여기서 우리는 예사롭지 않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재질 상으로는

양성(陽性)임이 분명한 징(금속)이 굿을 함께 치게 되면 가장 강한 음

(陰)의 성질을 담당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가죽소리도 아닌 금속성의 징

에게 새생명을 잉태해 키워내는 어머니와 같은 덕목을 부여하고 있다.

평소에는 꽹과리가 태양성으로서 굿을 이끌어 가지만 새 생명을 만들어

해산하는 순간에는 태음성(어머니性)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징이

앞장을 서는 것이다.


동송리의 당산굿은 이런 세상의 이치와 생명의 원리를 정확하게 구현

해 내고 있는 의식으로서 아주 희귀한 사례라 하겠다. 나아가 고형의 제

의양식일 것이라는, 현재의 풍물굿은 이를 잊어버렸다는 추론을 하게 만

든다.

'하늘의 소리'란 표현 속에 뭔가 새로운 상황과 사업을, 그리고 생명을

만들어 내는 토대로서 완성자로서, 또한 그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을 담

고 있기에 현세적인 차원에서는 '풍물의왕'이라는 표현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징이 풍물의 왕이라는 의미를 음미할 기회를 한 번 더 갖

고 마무리를 하자.

<통로>의 문을 열어 줄 것인가 막아 버릴까는 징(징수)의 '멋대로'에 달

린 셈이다. 그런데 징의 '멋대로'는 자신의 감정을 '꼴리는'대로 발산하

는 것은 접어두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잘 놀면서 서로 어우러

지는 것을 확실하게 책임져주는 것에서 '멋'을 찾고 있다. 칼 자루를 쥐

었으니 왕(권력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접고 전체와 개인 모두

를 감싸안아 하나로 통합시킴과 아울러, 전체와 개인 모두를 감싸안아

하나로 통합시킴과 아울러, 전체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욕구도 최대한 살

려준다는 점에서 징은 진정한 왕이다. 이점이 징의 덕목이다.


대개 마을 단위의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풍물패의 경우 징은

신체적으로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청각에 이상이 있

는 사람이나 거동이 전혀 불가능한 사람이 아닌 경우 징을 잡고 당당히

풍물패에 합류할 수 있다. 그리고 동네에서는 그런 사람이 있을 경우 징

수로 환영한다. 징의 덕목과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

문이다. 신체적인 결함이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

며 멋을 부릴려면 장애요소가 분명하지만 전체와 남을 위해 자신을 보

탤 수 있는 멋까지 막는 장애요소일 수는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대

로 내 몸을 발현시키는 것이 내 마음 뿐만 아니라 남들의 마음까지 한

껏 발현시킬 수 있는 길이라면 더 할나위 없는 것 아닌가! 바로 그 통로

와 접합지점이 풍물이고 징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사지가 멀쩡한 사람

들과 동등하게 만날 수 있다. 당당한 공동체 성원으로 동참한다는 말이

다. 오히려 징의 덕목은 남이야 인정하든 안 하든 이들을

정신적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올려 놓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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