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필,선♧/哲學.心理學

전능통제

花受紛-동아줄 2011. 5. 22. 10:46

"주위 대상들을 내 맘대로 조종하고 싶다! 기분 나쁜 녀석은 문제점을 노출시켜 망신당하게 하고, 귀찮고 힘든 일들을 내 대신 하게하고, 내 명성을 높이는데 녀석의 생명에너지를 몽땅 쏟게 하고, 대들면 즉시 제압해 불안에 떨게 하고, 녀석의 재능을 우습게 뭉게 버리고, 꼭두각시로 이리저리 부리다 쓸모 없어지면 하찮게 폐기처분하고...

 
내 맘에 드는 대상들은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주변에 있는 걸 흐뭇하게 느끼게 만들고. 내 말에 귀 기울이며 날 칭송하게 하고, 내 말대로 움직이는 한 매우 가치있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고...


그렇게 세상 모든 걸 내 맘껏 좌우하고 싶다. 언론도 학문도 신앙도, 떠도는 구름도 지저귀는 새 소리도..."

유아기의 자기애 단계에 고착된 자기애성격자는 타인과 대면할 때 자신이 '통제하거나/통제당하는' 관계로 느낀다. 그에겐 관심을 기울여 편안히 교류할 '평등한' 대상, 대상욕구, 대상경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엔 유일하게 소중한 '나'와 나의 가치감을 느끼는데 크고 작은 쓸모를 지닌 '기타 대상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자기중심적인 감정과 생각에 도취되어 있는 자기애성격자는 진정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가?


자존감의 토대는 유아기 때 형성된다. 아기가 배고파 '젖먹고 싶다'는 욕구를 지닐 때, 자아와 신체가 미발달한 아기의 '대리자아'와 '대리신체' 역할을 해주는 보통의 좋은 양육자는 아이가 보내는 몸짓언어를 곧바로 알아채고 '젖'을 입에 물려준다. '춥다'고 느끼면 곧 포근한 담뇨가 덮어져 따스해지고....이 때 아기는 "아. 세상(=엄마)은 나의 욕구와 생각대로 움직여지는구나!"라는 자아전능 감정과 자기존중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느낌은 자존감의 결정적 구성요소다. 그리고 그 때 세상(엄마)은 아기를 누구보다 소중히 생각하며 아기의 안전과 욕구충족을 위해 최대한 신경써주는 방식으로 실 재 로 움직여진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움직여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전능통제감의 달콤함!   이런 경험이 오랜 기간 안정되게 지속되면 자기와 자존감이 충분히 발달하여 자신에게 기쁨을 주고 때로 적절한 좌절을 주기도 하는 외부대상에 대해 진정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자기애' 단계에서 '대상애' 단계로 '정신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좋은 엄마가 아닌 자기애성격장애를 지닌 엄마의 경우, 자신의 자기애 결핍으로 인해 자기 아닌 대상에 대해 ('형식적 관심'을 보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관심과 돌봄을 줄 수가 없다. 늘 자기(문제)가 우선이기에, 아기에게 1차적 관심과 애정을 온전히 쏟을 수가 없다. 아이에게 공감하며 움직이는 대리자아와 대리신체 역할도 온전히 제공할 수 없다. 그로인해 아이는 본능욕구나 관계 욕구를 느낄 때, 대상의 안전한 돌봄에 의한 자아전능감 상태가 아닌,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킬 능력이 없는 무기력하고 고독한 자신을 고통스레 절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통제해대는 자기애적 엄마의 자기중심적 요구와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 결국 엄마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단념하거나 억압하는 사태에 처하게 된다.


자아전능감에 도취되어야 할 자기애 단계에서 역으로 자기무력감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아이는, '사춘기'에 유년기 결핍을 보상해주는 강력한 자기애 충족 경험을 하지 못하는 한, 자기애성격구조를 형성해 고통을 주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 즉, <자존감 유지를 위해> 세상을 평가절하하며 자기맘대로 통제하려 드는 '전능통제' 방어기제를 평생 작동시키게 된다. "날 착취하듯 이용해 먹으려든 못된 세상아. 두고 봐라 오히려 내가 너희를 뒷골 때리게 이용해 먹을 것이다!"

 
자기애가 결핍되면 사소한 자극에도 상처받고, 자신과 세상에 대해 어떤 의미와 가치도 느끼지 못하므로, 그에게 자기애 충족은 곧 생존의 문제, 실존의 문제다. 그래 온갖 원시적 방어기제들을 동원하여 일차적으로 '자기애'를 보충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염치나 죄책감 따위는 배부른 감정이다. 진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은 타인에게 자기의 가치를 치장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쓸모있는 도구이자 한갖 '말'일 뿐이다. 그에게 유일한 절대적 정언명령은 "모든 심리 내적, 외적 수단들을 동원해서라도 기필코 너 자신의 자기애를 보충하라. 그래야 네가 비로소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다. 필요하다면 (네 자존감을 손상시킨 신뢰할 수 없는) 세상 모두를 네가 이용할 '수단'으로 삼아, 대상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힘 덜들이고 세상을 '전능통제'할 능력을 최대한 키워라.

 
유아기 때 엄마(=세상)에게서 마땅히 누렸어야 할 구강-항문욕구와 진정한 관심과 존중받는 돌봄을 받지 못한 그 박탈 감정은...그것이 온전히 '충족'되었다는 느낌이 들때까지 그를 '나르시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런 나르시스트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타인들을 만나 그럴듯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듯 보일지라도 결코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신뢰하고 공감하며 전인적으로 교류하는' 깊은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태어나 단 한 번도 '진정한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관계 맺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단지 관계 맺는 '척'을 할 뿐이다.

 
나르시스트의 일차적 관심은 (알게 모르게) 타인을 전능통제하여 자신이 받지 못했던 유아기 결핍을 보충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데 쏠려있다. "세상(유아기 엄마)을 내 마음껏 지배해 어린시절 좌절된 욕구들과 박탈된 관계들과 상처 입은 자존감을 한껏 보상받고 싶다!" 대상들의 가치 등급은 그의 자아전능감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느냐에 의해 매겨진다. "나의 자아전능감 충족을 방해하거나 무시하는 녀석들은 '적'이고 쓰레기고 파렴치범이고 개자식들이다.("어린 날 무시하고 방치한 혐오스런 그 엄마나 아빠처럼~")

 

히틀러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제3제국' 건설이라는 자기애적 이념을 고안해 교묘하게 학습(전염)시켜 독일국민 대다수를 수년간 전능통제했다. 수천년간 전승된 게르만민족의 좌절과 무의식의 열등감과 증오감을 외부세상에 투사시켜 벗어나기 힘든 박해망상 불안으로 전쟁상황에 몰아넣고 유대인 유럽인 인류 모두를 파괴하게끔 조종했다. 히틀러라는 자기애성격장애자의 개인무의식과 거대목소리는 자신과 유사한 자기애 결핍을 지닌 인간들과 나찌 집단에 침투되어 그 정신과 몸을 장악해 자기뜻대로 움직이게 만들었고, 나찌는 독일국민을, 독일국민은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정복해 통제하는 도구로 총체적으로 이용되었다.

 
히틀러의 분신이 되어,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자존감 높은 정상인들을 적발해, 위대한 지도자와 독일제국의 명예와 자존감을 모독했다는 '죄'를 씌워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한 또다른 나르시스트들에 '게쉬타포'가 있다. 비밀정보대 '게쉬타포'란 어린시절 '대상'으로부터 받은 '자기애 상처'와 복수심이 큰 성격유형자들의 상징적 집합이다. 그들의 일차적 관심 역시 '자기애 충족'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특별하게 인정해준 위대한 '이상화 대상(진정한 양육자)인 히틀러'를 보호하고 찬양하며, 유일 절대자인 그와 동일시되어 자존감을 한껏 보충했다. 아울러 자신의 '전능한 힘'을 느끼기 위해 유대인을 비롯해 하류로 분류된 민족들의 생사를 한순간에 좌우하는 전능한 공포대상으로 군림했고, 그들을 가격매겨진 물건처럼 놀이 도구로 맘껏 사용하다 망가뜨려 방치하거나 폐기처분 했다.

 

"너희는 내게 감히 어떤 요구나 주장도 할 수 없어. 내가 너희를 통제하는 주인이기 때문이지... 너희를 살릴 수도 있고 병신을 만들거나 죽일 수도 있지.... 너희는 나의 한 철 먹잇감, 심심풀이 자위도구, 장난감일 뿐이야...껄껄..."

 
유대인은 물론이고 독일국민에게 그토록 무섭고 강한 惡의 화신으로 보였던 '게쉬타포'는 알고 보면 박탈감과 자기애 상처가 깊어 주체적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없고 정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연약한 나르시스트일 뿐이다. 유아기에 '대상'(엄마) 을 향해 분출하지 못한 채 분열시킨 '분노와 한'을 어른이 되어 (히틀러에 의존해) 풀기위해, 자존감이 강해 히틀러('자신')의 명령에 저항하거나 '관리'당하기를 거부하는 주체적 대상들을 분노 시기하며 살해했고 자존감이 약해 순응하는 대상들은 전능통제하며 함부로 부려먹다 버리는 행동을 반복한 자기애환상에 고착된 어른아이!


우리의 현실 속에도 은폐된 나르시스트들이 곳곳에 있다. 그들은 비록 겉으로는 (자신처럼) 자기애 상처를 지닌 인간들을 위해 활동하는 양 선전하지만, 실은 그들을 지배해 자기를 높이는 활동만을 할 뿐이다. 나르시스트란 타인에게 진정한 관심을 줄 수 없는 '자위의 덫에 갇힌 자'이기에, 자기애 충족에 직간접적인 이익이 되지 않는 한,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명에너지를 조금도 쓰지 않으며 쓸 수도 없다.


프로이드가 아꼈던 제자 페렌체에 의하면, '자신이 세상을 통제한다'는 유아의 일차적 자기애 환상은 차츰 성숙하면서 "'양육자'가 그 힘을 갖고 있다" 믿는 이차적 전능성 단계로 이동한다. 더 성숙하면 "누구의 힘도 무한하지는 않다."라는 냉정한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라깡 : "이 생을 좌우하는 진짜 주인은 내가 아닌 (대)타자다!" 의식이 지각하는 '나'란 자신의 거울이미지에 도취해 자기애적 환상 속에 노니는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정신기능체로서, '힘들'로 구성된 현실세계에선 단지 주변자일 뿐이다! 이에비해 의식화되지 않는 욕망의 '주체'란 타자의 힘과 가치를 현실에서 진정으로 인정하고 내면화한 이후에 타자들과의 상징적 관계 속에서 비로소 형성'되는 '심연의 나'이다. 타자란 엄마->아빠->선생, 권력자,...사회, 상징계,...욕동, 죽음, 신, The Real,..'그것')

 

(창 : 통제 당하는 순간 인생은 '주체'가 모호해져 그저 그렇고 그런 무엇이 된다. 이래도 ~ 저런들...어쩌피..)

 
자기의 힘도 누구의 힘도 무한하지 않다는 성숙한 자각과 태도를 갖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유아기에 자기전능경험과 양육자가 전능하다는 '발달적으로 적절한 착각'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초기 삶'이 필요하다. 유아기 전능감의 잔여물은 어른에게 부분적으로 남아있으며, 이는 자기에 대한 자신감, 유능감, 창조적 활력을 느끼는데 기여한다.

 
세상에는 조금만 힘을 주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잠재능력을 활성화해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단히 긍정적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연한 자기애성격자로부터 결코 변화되지 않은 채 교묘히 세상을 조종하며 파괴하는 악성 자기애성격장애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나르시스트가 있다.

 
정신병질자(Psychopath)나 반사회적 성격자는 타자들이 요구하는 규범들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기전능감에 도취되는 성향이 유난히 강한 악성자기애자다. 타인들을 제 맘껏 통제해 '이겨먹는 것'이 이들의 핵심 집착이며 쾌락이다. 이들은 강렬한 투사 에너지와 교묘한 책략을 사용해 자신의 전능한 영향력을 느끼고 싶은 중심목표 외에 다른 관심사는 하위에 둘 수 있는 영역에서 활동한다. 원초권력을 (전능하게)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각종 직업(사이비종교, 광고, 연예, 정치, 정보기관, 학계....)의 '대표'가 되려는 자는 때로 자신의 자기애성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내 진짜 욕망은 무엇인가?"      

"내가 뱉는 말과 행동은 과연 그 욕망과 일치하는가?"

 
"나는 나에 대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가?"        

"인간들을 대할 때마다 끊임없이 이기고픈 이 마음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악성 나르시스트를 구원하려면. 이 땅과 하늘 온누리에 그만을 위해 울리는 찬양의 소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오직 그를 위해 그가 만족할 때까지 봉사해야 한다. '상처입은 무의식'은 그런 심대한 헌신과 희생이 있어야만 비로소 '봉긋'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어.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대상은 없어! 이대로 살다 갈테니 감히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죽을 때까지 내가 너희들을 명령하고 통제할거야~ "

 

<출처 : 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