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론 및 색채치료
한국 전통 조각보의 색채분석 .
Ⅰ. 들어가는 이야기
한 사회에 있어서 물질문화는 그 사회의 성격을 드러낸다.
즉,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물질을 선호하고 그에 따른 행동양상을 알면 사회의 체계를 알 수 있다. 이에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직물은 사회적인 관계를 나타내며, 사용자의 신분과 가치들을 전달하여 그에 따른 문화적 정보를 준다.
본인이 조사한 조각보는 조선후기, 약 19세기에 나타난 보장식미술이다.
그러나, 이 조각보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이것이 현대미술처럼 작가가 자신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닌, 사회성원들이 가진 상징을 함축적으로 형식화했고 이에 제작자 자신의 미적 감각이 개입되었기 때문에, 이 미술에 있어 해석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다양한 시각으로 말해 질 수 있겠다.
1.> 조각보 문양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 칸딘스키적인 해석, 남자와 여자,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등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조각보 내부에 존재하는 음양사상을 다루고 있다.
음양은 단순히 이분법적인 해석의 틀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뒤에 “조각보와 몬드리안”에서 다루겠다.)
2.> 조각보가 보여주는 색채구성의 미는 현대의 미학으로 풀이해 볼 수 있는 공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당연히 제작자의 의도가 없어서, 조각보를 제작한 이조의 여인네들이 뛰어난 색채감각을 지녔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다만, 생활조건이 만들어낸 색채감각일 뿐이다.
그러므로, 조각보에 나타난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서술해 보겠다.
Ⅱ . 조각보,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해서
인간의 역사를 발전적인 형태로 보는 사고는 아마, 요사이 백년간 이루어진 학문적인 결과 일지 모른다. 이것은, 옛것에 대한 어떤 고정적인 관념이 자극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진화적인 발전적 사고로의 현대의 의미가 부각되어, 진보라는 느낌은 우리가 현대로 넘어오면서 서구적인 것이고, 서구화 개념이 진보가 되었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가 강조되는 현대의 미술에 있어서 대중은 바보가 된 것이다.
오직, 미술을 아는 사람 즉, 지적 계급이 마련한 장난감으로서 미술은 인지되고있는데, 그 미술적인 양식을 바라보는 눈에선 일반인들이 어떤 뚜렷한 의도 없이 마련한 미술은 하등한 문제인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원시인의 심미안이 문명인의 심미안보다 하등 하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미술이라는 것이 고상함과 의도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영국의 곰퍼즈(G. Gompertz)는 한국미술의 가장 뚜렷한 특색은, 형과 균형(均衡)에 대한 위대한 감각이라고 했고, 柳宗悅에 의한다면, 조선의 미는 자연의 미, 자연의 예술이라고 했다.
또한, 고유섭에 의한다면 우리 나라 미술은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 비견제성으로 나타난다1).
우리미술이 이러한 기호를 가지는 것은 민족의 심성이나 그에 따른 환경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조각보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조각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비균형의 균형이다.
흔히 말해, 마치 아이들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듯이 조선시대 여인네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천의 위치를 이리저리 붙였다.
무계획적이면서 그렇다고 균형적인 미가 사라지지는 않으면서, 기묘한 모습을 창출한다. 그 기묘하다는 표현은 완벽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계획된 의도가 없기 때문에 순진한 맛이 난다. 가식이 없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렇다고 우리네 여인들이 산만하게 여기 저기 붙인것은 아니다. 어느 작품도 그 것에 대해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재미없는 일상의 탈출로 볼 수 있다.
즉, 개인적인 감각으로 균형의 감각을 만든 것이고 결코, 세부적인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의미에 충실하였다고 보아진다.
색채적인 면에서는 색깔의 배치 하나 하나에 정성이 들어간다. 특히 모시 조각보는 그 안에서 은은히 흐르는 다양한 색채(주로, 청,황,홍,백,흑.2)의 조화로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우리 나라의 기본적인 정신인 조화성과 일맥상통한다.
조각보의 가치는 조상들의 생활양식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민속자료일뿐 아니라, 그 구성 양식과 표현기법의 탁월한 미적 감각은 예술적 평가의 대상으로써도 결코, 손색이 없으며 현대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조각보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운 정신은, 여인들의 근검절약 정신이다. 옷을 만들고 남은 천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알뜰히 모아두었다가 모시는 모시대로 비단은 비단대로 같은 성질의 천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이와 같이 하나의 훌륭한 완성품을 만든 것이다.
조각보의 아름다움은 자유로우면서도 규칙성을 띠며, 천조각들이 결합하고 있는 미적 통합에 있다.
주된 색상은 오방색인데, 원색을 대담하게 사용한 명주보는, 그 색면 분할의 세련미와 전체 적인 색과 구성의 조화가 마치, 몬드리안의 추상회화에서의 현대적 예술감각을 나타내기도 하며, 전체적 색조의 통일성과 함께 변화와 긴장미를 조성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한의학에서, 동양의 색채를 외부환경과 내부 장기를 오색(五色)과 관련지어 색이 미치는 영향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려고 하였다 .
한의학에 있어서 색채이론은 오행 (五行; 불, 물, 나무, 쇠, 흙)에 배속된 이론으로 생리와 병리 특히, 진단 부분에 응용되어 왔다 .
음양오행사상은 우리문화를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 우주인식과 사상체계의 중심이 되어온 원리이다 . 즉,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이 음양오행의 원리에 지배되어 있다고 보았다 .음양오행적 우주관에 의하면 동서남북 및 중앙의 오방(五方)이 주된 골격을 이루고 있고, 각 방위에 해당하는 오색을 <그림 1>과 같이 배치하고 있다 .
<그림1>
< 그림2>
Ⅲ . 조각보에 대해서.
전통 보자기는 직물의 질, 색상, 꾸밈새에 있어서 화사하고 세련된 귀족 취향의 궁보와, 원만하고 투박한 서민취향의 민보로 나눈다.
구조적 특징에 따라 안감을 대지 않은 홑보, 안감과 겉감으로 댄 겹보, 깨지거나 흠이 가기 쉬운 물건의 보관을 위해 솜을 두고 안감을 댄 솜보, 직선이나 기하학적 패턴으로 누벼 만든 누비보, 같은 종류의 천이나 서로 다른 천조각들 을 이어 만든 조각보, 바탕천에 식지(음식이나 밥상을 덮는 데 쓰이는 기름 종이)를 대거나 혹은 식지만으로 만든 식지보 등으로 나뉜다.
특히, 조각보는 쓰다 남은 천들을 활용한 지혜의 소산으로써, 서민층에서 주로 통용되었다. 조각보는 대개 2폭 내외 크기의 꼭지 달린 상보가 주류를 이루며 받침보, 덮개보, 노리개보 등으로 쓰인 1폭이내의 작은 것과 옷감보나 이불보, 빨래 밟는데 사용하기에 적당한 질긴 베나 모시 빨래보는 3폭이상의 큰 것도 있다.
독특한 이 보자기들은, 옛 한국 여인들의 혼수품목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생활 필수품으로, 이불을 싸는 이불보, 예단이나 혼수를 싸는 혼수보, 밥상을 덮는 상보, 옷을 싸는 옷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용도에 사용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전통적인 유교 사회에서 남성들의 그늘에 가려졌던 여성들은, 자신들의 창조적인 능력이나 재능을 발휘하는 좋은 본보기로 이러한 미학적 감각이 돋보이는 창조적인 문화유산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건의 크기나 용도에 상관없이,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덮거나 운반하거나 보관하는 등 다의적 기능으로 이용돼 왔으며, 물건을 포장할 때 복(福)도 함께 들어간다는 민간신앙적 차원에서 보자기를 만들 때 더욱 정성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에 유독 보자기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주거 공간이 협소한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보자기는 안 쓰는 물건을 싸서 보관하기에도 좋고, 운반할 때도 제 몫을 한다. 사용하지 않을 땐 접어 두면 부피도 없어 간수하기도 편하다. 또, 여인네들이 솜씨를 한껏 부릴 수 있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바깥 출입을 삼가해야 했던 여인들은 답답한 시간을 바느질로 소일했다.
자투리 천들을 모아 구상한 모양으로 한 땀 한 땀 이어 가다 보면, 그런 대로 쏠쏠한 재미를 붙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옛 조각보 중에는 구체적인 용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순수 창작 조각보가 많다. 조각보는 여러 천 조각들을 이은 것이라 '장수(長壽)'를 뜻하기도 했다.
그래서, 강원도 원주에는 아기의 배내옷을 할아버지의 옷을 뜯어서 만들거나, 베조각을 이어 만들면 아이가 수명장수 한다고 하고3), 충청도 서천에서는 “아이의 배냇 저고리를 아버지가 입던 배냇옷에서 100조각을 떠내어 짓거나 100집에서 천을 얻어 만드는데 이는, 아이의 수명 장수를 위해서 하는일이다”.4) 이와같이 조각보는 하나의 복을 상징하기도 했다.
Ⅳ . 조각보와 몬드리안
몬드리안이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아 신지학에서 발현 되었다고 하는 그들에 게 있어서는 수평, 수직적인 요소를 남성, 여성적인 이원론적 요소로 대립시겨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여성은 정적이고 보존적이며 방해적인 요소이고, 남성은 동적이고 창조적이며 표현적이고 진보적인 요소를 가진다.
그래서, 여성은 물질적 요소로 수평선을 나타내며, 정신적인 기쁨을 주고, 남성은 정신적 요소로 수직선을 나타내며, 물질인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이로서, 그는 우주는 두가지의 대립점이 있는데 이러한 대립은 서로가 만나서 긴장감을 주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3원색, 3무색채 만으로 화면을 구성하려는 절대 순수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조각보를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음양오행에 있어서 음양은 남성, 여성, 강, 약, 상, 하등의 이분법적인 사고로서 표현되었는데. 강하고 남성적이고 창조적인 힘은 양이고 ,어둡고 수동적이며 여성적인 모체는 음이라고 하여 이것이 상호조화를 통해서 발현된다고 본다.
그래서, 이러한 구분에 의해서 수직과 수평의 구분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고, 5행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로서, 이는 다섯가지 색깔로서 표현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음양원리가 단순히 남성과 여성, 강과 약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견해들이 있는데, 태극의 문양에 있어서 이것은 완전히 이분되지 않고 음과 양에 서로 얽혀 있다.
이것은 남성안에 여성이 있고 여성안에 남성이 있다는 것으로, 칼.융의 의견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는 그 안에 입자가 다양한데, 이것은 남성이 되기도 여성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이 여성과의 심리적인 입자가 다른데, 단순히 남성과 여성을 음과 양으로 외관적인 차이만으로 나타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극단적으로 나누는 이원론은 아니다라는 얘기이다 .
서구처럼 악귀는 물리처야할 대상이지만, 우리네 종교에서는 악귀를 달랜다5). 이와같이 서로의 의식구조가 다른데, 서양의 의식구조로서 우리네 선과 모양을 설명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다.
수직과 수평의 구분점은 어찌보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의 표현일지 모른다. 제작자 스스로 나타내고자 함은 어찌 보면, 끝이 없는 상상의 세계이고 이것은, 선과 면으로서 색채와 구분선으로서 그들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일지 모른다.
<참고문헌>
金弼禮 1994 <조각보와 몬드리안의 면분활을 응용한 추상 작품연구>청주: 청주대 석사논문
김인자 1994 <조각보를 모티브로한 색과 면의 구성>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이상영 1997 <조각보의 구성에 의한 현대자수의 조형적 표현 연구>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한귀희 1988 <조선조 후기 조각보의 조형에 관한 연구> 경산 : 효성여대 석사논문
권정은 1996 <조각보 문양에 나타난 추상성> 서울 : 이화여대 석사 논문
성향희 1984 <조선시대 보에 관한 연구> 대구 : 계명대 석사논문
진숙미 1984 <조선조 보에 관한 연구> 서울 : 이화여대 석사논문
에프라임 카숀, 반성완 1996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서울 : 디자인하우스
국립중앙박물관 1988 <<한국의 미>> 서울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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