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왕성한 호기심을 뿜어내는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그래서 준비했다. 유아기부터 초등학생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상황별 대처법을 ‘Q&A’를 통해 속 시원히 알아보자.
3~4세 “아빠 거기 그게 뭐야?”
Q 네 살짜리 아들이 최근 제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아이의 행동이 정상인가요?
A 어린아이는 자기 몸뿐만 아니라 가족의 몸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자신의 몸과 엄마의 몸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 시기를 이용해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세요.
Q 아빠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 세 살짜리 딸애가 욕실로 들어와서 아빠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키며 “아빠 거기 그게 뭐야?”라고 물어봐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아이에게 몸의 각 부분의 명칭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고추’, ‘거시기’, ‘거기’ 같은 표현 말고, 남자아이는 음경과 음낭, 여자아이는 외음부와 질, 음핵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생식기를 본래의 명칭이 아닌, 다른 별칭으로 배우면 왠지 신비하고 금기시된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로 인해 어른이 돼서도 음경을 ‘고추’라고 부르고, 외음부와 질을 ‘거기’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지요. Q 40개월 된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지난 12월부터 동생이 태어났을 때 잠시 할머니와 생활하면서부터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불안해하고, 심심할 때 고추를 만지기(다리를 꼬는 행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엎드려 자극하는 행위로 바뀌었습니다. 야단을 쳐서 그런지 최근에는 숨어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유아의 자위를 느긋하게, 편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모는 사실 흔치 않아요. 하지만 자위행위 그 자체는 매우 건강한 반응으로 보셔야 합니다. 성장과정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아이가 자위행위를 할 때 부모가 무안을 주거나 놀라는 반응을 보이면 성적죄책감, 수치심을 형성하게 되고, 이렇게 부정적으로 자리 잡힌 성의식은 이후에 노출증이나 관음증 등 성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야단치고 혼내는 것, 욕을 하거나 때리는 행위입니다. 이럴 경우 이후에 어떤 돌발적 행동을 하거나 후유증이 생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유아기 때 성의 기초를 이루는 내용은 복잡한 성지식이 아니라 성을 대하는 느낌입니다.5~7세 “아이가 부부 성관계 장면을 목격했어요”
Q 다섯 살 된 아들이 저희 부부가 성관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아이가 놀라서 남편이 데리고 얼른 방 밖으로 나갔는데, 아무래도 이상하게 여기는 눈치더라고요. 아이가 아무것도 물어보지는 않지만 충격을 받았을 것 같고, 이번 일로 인해 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A 아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많이 놀랐을 거예요. 아이에게 “그날 많이 놀랐지?”라고 물어본 뒤 편안하게 대화를 시도하세요. 유아가 성관계 장면을 보았을 경우 아이들은 느낌으로 알게 됩니다. 말이 없었어도 느낌과 부모의 표정, 행동을 보고 감지하게 되지요. 엄마 아빠가 놀라서 당황하는 모습을 봤다면 막연하게 성에 대한 느낌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래서 아기를 낳았고,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몸으로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고 말해주세요. 사랑의 개념을 심어주는 정도로 설명하시면 될 것 같아요. 부부관계는 매우 정상적인 것이며 더럽거나 이상한 행동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Q 일곱 살 된 딸아이가 “엄마 아기는 어디에서 나와?”라고 물어봅니다. 당황해서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까요?
A그 나잇대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 아기가 엄마 배 속에 들어가게 됐는지, 어떻게 다시 나오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은 성교육의 추상적인 개념과 감정적인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솔직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빠가 엄마의 질 속에 성기를 넣고, 정자를 내보낸다. 엄마의 몸속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기로 자란다. 아기는 열 달 동안 엄마 배 속에서 자라서 엄마의 질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물론, 아이들이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개념은 알게 됩니다. Q “엄마는 언제 아기를 만들어요?”, “아빠, 성기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보여줘요.” 여섯 살과 일곱 살인 아들과 딸아이가 가끔 이렇게 당혹스러운 질문을 합니다. 얼굴만 빨개질 뿐,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A이런 질문을 받으면 무척 당혹스럽겠지만,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고 싶을 뿐이니까요. 아이의 질문에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열 번 말하는 것보다 책 속의 그림 등을 보면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친구와 바지를 내리고는 서로 엉덩이에 주사 놓는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 서로 성기를 만지면서 ‘의사 놀이’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그 시기에 아이들이 몸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알려줘야 합니다. 특히, 의사 놀이를 한다고 야단을 쳐서 아이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됩니다. 침착하게 옷을 입으라고 한 뒤, 누구나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은밀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놀이 방식을 바꾸어주세요.
몸의 소중함을 인식시켜주시고 생식기는 함부로 보거나 만지는 것이 아니며 옷을 벗으라고 하거나 자신이 옷을 벗어서 남에게 보이거나 만지게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Q 여섯 살 딸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남자아이가 오줌 누는 것을 보고 집에 와서는 “엄마 왜 남자는 서서 오줌을 싸?”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 성에 대해서 조금씩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성기가 가려울 때 엄마 “고추 가려워”라고 합니다. 정확한 명칭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확한 명칭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A 6, 7세가 되면 생식기에 대한 올바른 명칭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도 자연스럽게 사용하신다면 더욱 좋겠지요. 우리 문화와 정서를 생각해볼 때 가장 무난한 것은 음경, 고환, 음순, 질, 자궁 등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올바른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명칭을 말할 때의 자세와 태도입니다. 장난스럽거나 더러워하거나 부끄럽게 느끼지 않도록 밝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하셔야합니다.
8~10세“너 지금 소파랑 섹스한 거야~!”
Q 여덟 살 아들이 완전히 잠든 상태에서 자위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잠을 자는 도중에 성행위 할 때와 같이 엉덩이를 움직이는데 걱정이 되네요.
A 아들이 잠든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아이는 노출과 관찰에 대한 욕구가 강한 시기입니다. 성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기인데, 이때 나타나는 성적인 표현 욕구가 왜곡될 때 변태 등 안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성에 대해서만큼은 야단치지 마시고 사랑스러운 말로 교육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성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의 성의식이 건강하게 자리 잡도록 도와주세요. 무의식 상태에서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시겠지만 아이들도 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Q “너 지금 소파랑 섹스한 거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친구들과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과연 ‘섹스’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걸까요? 제가 그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줘야 하는 건지 고민입니다.
A 아이가 이제 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부모보다 친구들을 통해 성에 대해 배우려고 한다는 신호입니다. 차를 타고 가거나, 산책을 할 때, TV를 볼 때 등 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에 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아마 아이는 신체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할 겁니다. 일단 운을 뗀 후에는 성에 관련된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때와 장소에 맞게 ‘섹스’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세요.
Q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어느 날 “학교 오빠가 자꾸 몸을 만지려고 한다”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어요. 아이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나요?
A 아이에게 몸은 자신의 것이라는 걸 상기시켜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 이외에는 다른 누구도 자신의 성기를 만질 수 없다고 말해주세요. 만약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타인이 성기를 만져달라고 하면 큰소리로 “안 돼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치세요.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즉시 부모에게 말하라고 당부하시고, 자기 스스로 몸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주세요.
Q 여덟 살 된 아들과 열두 살 된 딸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모두 벗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데 그냥 두어도 괜찮은지요?
A 딸아이가 열두 살이라면 이제 사춘기가 서서히 시작될 시기입니다. 젖망울도 생길 것이고 냉도 나올 수 있습니다. 요즘은 5, 6학년 정도에 초경을 하는 아이들이 상당수 되므로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시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하면서 지켜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직은 어려서 혹은 집이 편하기 때문에 아니면 장난을 치느라고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인식을 심어주셔야 합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것은 옛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말이에요.
11~13세 “섹스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Q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그러는데, 친구들 중에서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요?
A 먼저 부모가 두려워하거나 당황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멋진 일입니다. 우선, 부모에게 그런 말을 해준 것을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섹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와,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세요. 아이가 친구들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도와주세요. 섹스는 어른들이 서로 동의하에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Q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 큰 아이 앞에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입이 떨어지지를 않네요.
A 부모들은 아이가 성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떤 경로로든 성에 대해 알게 되죠. 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과 똑같습니다. 특히, 그 나이의 아이들은 ‘섹스가 아기를 낳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부모가 섹스를 많이 했다’는 사실, ‘아직도 부모가 섹스를 한다’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욱 놀랄 것입니다.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이와 ‘섹스란, 두 사람 간의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부모가 섹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고 싫어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서로 애정을 갖고 대하는 모습을 보면 차차 아이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주석, 이성원
■참고 서적 / 「재미있게 알려주는 성」(명진출판), 「구성애의 빨간책」(올리브 M&B)
■자료 제공 / 푸른아우성
■장소 제공 / 잼잼 성교육 체험관(
www.jam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