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실력뿐만 아니라 관련 상식이나 에티켓 등을 갖춰야 한다. 특히 이제 막 입문한 초보 골퍼는 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골프만큼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알아야 할 상식이 많은 스포츠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보들을 위한 상식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다. 먼저 골프게임의 종류에 대해 소개한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이제는 거의 다 떨어지고 있지만, 꽃놀이는 커녕 파릇파릇한 잔디로 골퍼를 유혹하는 코스 구경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머리를 올렸을 때의 감동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드디어 라운드에 나가 잔디 냄새를 맡을 기회가 생겼다. 동반 파트너는 모두 싱글로 라운드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모두 고수들이니 아직은 실력이 미천한 하수를 잘 지도해 주리라 굳게 믿고 당당하게(약간은 뻔뻔하게) 첫 홀에 섰다. 우선 캐디에게 초보임을 자진신고하고 갓난아기 돌보듯 극진한 보살핌을 부탁한 다음, 연습스윙을 시작했다. “이 기자 좀 치지?”“네? 자치기는… 좀 합니다.”“그럼 오빠 심심해야.”“네?”
이 요상한 말은 무슨 뜻일까? 골프 암호일까? 읽었던 골프입문서, 선배들에게서 들었던 기억을 통틀어 검색해 봐도 도대체 일치하는 데이터가 없다. 난감하다. 도대체 어떤 오빠가 왜 심심한 걸까???
이것은 일종의 게임 방식으로 오(OB), 빠(벙커), 심(삼과 비슷한 발음, 3퍼트), 심(트리플보기), 해(해저드)를 뜻한다. 다섯가지의 벌칙에 해당되는 경우에 벌금을 내는 형식이다.
라이더컵은 포섬·포볼 방식 혼용
원래 미PGA에서는 골프게임에 어떠한 형태의 내기도 허용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은 경쟁을 즐긴다. 상금도 따고 게임을 재밌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생겨 집중력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골프에는 많은 게임방법이 있으나 크게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 플레이로 나뉜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메달 플레이라고 도 하는데, 18홀의 총 타수를 가지고 순위를 매긴다. 벌타를 제하고 아마추어는 총 타수에 핸디캡을 뺀다(이것을 ‘네트 스코어’라고 한다). 보통 대회들이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치 플레이는 각 홀마다 승자를 가린다. 원칙은 두 명의 대결이다.
한 홀에서 타수가 적어 이기면 1업(Up), 지면 1다운 (Down), 무승부는 하프라고 한다. 승리가 많은 쪽이 승자이며, 이긴 홀과 진 홀이 같을 때는 올스퀘어(All squre)라고 부른다. 매치 플레이는 고전적인 경기방식이다. 영국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는데, 유럽팀과 미국팀이 대항하는 라이더컵에서는 매치 플레이 방식을 도입한다. 국가대항전이라 볼 수 있는 라이더컵은 자존심의 대결이다. 골프의 발상지인 대영제국과 그의 친구들(유럽연합)인 ‘골프 왕국’(타이거 왕의 통치하는)이 미국과 접전을 벌이는 것이다. 라이더컵은 3일 동안 오전에는 포섬,오후에는 포볼 방식으로 팀플레이를 한다.
두 명씩 팀을 이루는 포섬과 포볼 방식은 매치 플레이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스리섬, 스리볼, 베스트볼이 이와 마찬가지다. 포섬은 4명이서 2인1조가 되어 대결을 하며, 팀당 하나의 볼을 가지고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한다.
포볼은 2인1조로 경기하는 것은 포섬과 같지만 각자의 볼로 경기를 한다. 팀원 중 좋은 스코어를 낸 사람끼리 승부를 겨루는 식이다. 스리섬과 스리볼은 같은 방식으로 3명이 1명과 2명의 한팀이 경기를 벌인다.
매치 플레이 방식에서는 총 타수가 의미 없기 때문에 특이한 스코어의 표기법을 사용한다. 라이더컵 기사에서 볼 수 있는‘&(앤드)’ 기호다. 예를 들어 A와 B가 15번 홀까지 끝냈을 때 A가 B보다 이긴 홀이 4홀이 많아 4업이라면, 나머지 3홀을 B가 다 이겨도 1업으로 A가 이기게 되므로 15번 홀에서 경기를 종료한다.
이때 ‘4&3’라고 결과를 표기하는데, 이는 3홀을 남기고 4홀 차로 이겼다는 의미다. 또 유명한 방식은 스킨스 게임이다. 한 홀마다 상금이 걸려 있어 그 홀의 최고의 성적을 낸 사람이 상금(스킨)을 갖는 방식이다. LG전자가 메인 스폰서를 맡아, PGA투어 LG 스킨스 게임이 지난해 말에 열렸다.
시즌이 다 끝나고 4명의 초청 선수가 벌이는 이벤트성 대회지만 18홀에 걸린 총상금은 약 9억5000만원으로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이 대회의 승자는 첫출전한 스티븐 에임스로 12, 13번 홀 연속 버디로 32만 달러를 벌더니 연장전에 걸린 27만 달러까지 따내 모두 59만 달러를 벌었다. 한 번의 퍼팅으로 2억5000만원을 상금으로 받다니, 골퍼라면 누구나 꿈에서라도 꼭 한번 출전해 보고 싶을것이다.
이상야릇한 이름의 게임방식도 등장팀의 좋은 볼 자리에서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 파를 0점으로 버디부터 1점씩 더하고 보기부터 1점씩 빼어 합계가 높은 사람이 승리하는 어겐스트 파 등 각 나라마다 여러 가지경기방식이 존재한다.
고스톱 룰이 동네마다 다르듯 게임의 방식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 만들기 나름, 정하기나름이다. 비공식적인 방식 중에는 ‘라스베이거스’라는 것이 있는데 핸디캡 적용이 어려울 때 쓴다.
첫 홀의 드라이브샷이 가장 긴사람과 가장 짧은 사람이 한 팀이 되고, 2번홀부터는 타수가 가장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이 한 팀이 되어 각 홀마다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실력 차가 나더라도 공평하게 내기를 즐기는 방법이다. 개발도상국의 원조와 세계무역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약자인 ‘OECD’게임도 있다. 가장 잘 친 사람이 홀당 상금을 가져가는데, 처음에 낸 돈보다 획득한상금이 커지면 선진국이 되어 원조의 뜻으로 상금을 내놓는다.
벙커, 3퍼트, 트리플보기, 옆그린 온, OB, 해저드, 로스트 등 칠거지악을 정해 놓고 이에 해당하면 한 가지당 상금을 내놓는 식이다.‘오빠 심심해’도 OECD와 같은 개념이다. 칠거지악 대신 5가지로 벌칙을 줄인 것이다. ‘오빠심심해’의 정체는 스킨스 게임이면서 5가지의 벌칙에 해당되면 상금을 내놓는 방식으로 이름이 처음 듣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국내에서 만들어 통용되는 게임 방식이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오빠’ 시리즈는 더 있는데, ‘오빠 보상해’(보기 이상 벌금), ‘오빠 나도’(나무와 도로에 맞으면 벌금) 등 이상야릇한 제목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는 이름이 붙었다. 재미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벌칙과 경기방식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면 부부끼리의 게임에서 ‘오빠~ 공주 수지 이뽀?’(오비는 빨래해 주기, 로스트볼(공)은 어깨 주물러 주기, 쓰(수)리 퍼터는 설거지, 더블(2) 보기는 뽀뽀해 주기)를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