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잔소리…
■ 美 골프다이제스트 ‘열받는 파트너 유형’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포근했던 며칠 전. 경기 광주시의 한 골프장으로 향하는 회사원 A 씨(42)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하지만 즐거워야 될 4∼5시간의 라운드가 악몽이 될 줄이야. 동반자 한 명이 지각을 해 3번홀부터 합류한 것은 몸 풀기에 불과했다. OB 말뚝 너머에 놓인 공을 그냥 치더니 숲 깊숙이 공을 보내고도 주머니 속에 있던 다른 공을 떨어뜨린 뒤 “여기 찾았다”며 태연하게 다음 샷을 하기 일쑤였다. 그린에서는 ‘자체 OK’를 남발하며 공을 집어 올렸다. 막가파 라운드에 속을 끓인 A 씨의 스코어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언쟁까지 벌어졌다. 운동을 마친 뒤 대충 샤워를 한 그는 있지도 않은 급한 용무를 핑계 삼아 서둘러 클럽하우스를 빠져나왔다.
매너와 에티켓의 스포츠라는 골프에서는 동반자가 중요하다. 이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7일 ‘열 받게 만드는 파트너의 유형’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라운드 내내 스윙이라도 뜯어고치려고 달려드는 동반자는 결코 환영받지 못할 대상이다. 구력과 핸디캡에 따라 나름대로 플레이에 전념하고 있는데 “백스윙 크기를 줄여야겠어” “스탠스가 너무 좁아” 등 지나친 간섭을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초보자의 스윙을 더욱 망가지게 할 수 있다. 노련한 남녀 프로골퍼들과 라운드를 해보면 끝날 무렵이나 식사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한두 가지 팁을 전해 주는 게 보통이다.
불도저나 허풍쟁이, 사기꾼에 비유될 만한 주말골퍼도 동반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도저히 칠 수 없는 상황인 깊은 러프나 나무 뒤에 들어갔어도 마치 내 사전에 언플레이어블은 없다는 듯 무모에 가까운 샷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만 허비하고 결과는 나쁠 게 불 보듯 뻔하다. 공을 찾는 데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규칙에도 5분이 주어질 뿐이다. 투온이 힘든데도 어지간한 파5홀에서 무조건 앞 팀이 그린을 떠날 때까지 서 있는 경우도 있다. 투온이 아니라 포온으로 파를 하기도 힘겨워진다. 그럴 땐 이런 말이 나온다. “앞 팀이 진행이 나빠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래.” 이런 파트너를 만나면 9홀 도는 데 3시간 30분이 넘을지도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는 훼방꾼이다. 휴대전화를 턱에 낀 채 어프로치 샷이나 퍼트를 하기도 하는데 동반자들이 제대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없다. 미국 골프장에는 카트가 돌아다니며 음료수, 간식 등을 파는데 금발의 미녀들이 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추파를 던지며 ‘작업’에만 열중하는 골퍼가 달갑게 보일 리 없다. 국내에서는 캐디들에게 짓궂은 농담을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치근거려 진상 취급을 받기도 한다. 지나친 음주에 빠진 주당과 너구리 잡듯 홀마다 담배를 피워대는 체인 스모커도 기피 인물로 꼽혔다. 프로샷을 날리면서도 자신의 핸디캡은 20이라고 우기거나 관광지에 온 듯 ‘인증샷’ 찍는 데 열을 올리면 눈총을 사기 마련이다.
골프가 잘되면 마음이 즐겁고 안 되더라도 그만큼 많이 움직여야 하니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죽기 살기로 플레이에 매달릴 필요는 없는데도 미스샷 하나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감정을 폭발시키면 동반자가 불편하게 느낀다. 알까기 같은 속임수나 시도 때도 없이 멀리건을 요청하는 것도 매너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인성까지 도마에 오르게 한다.
요즘 들어 주위에서 라운드하자는 연락이 부쩍 줄었다면 혹시 자신이 이런 꼴불견 동반자는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필드에 가면 자신에게는 철저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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