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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역할에서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

花受紛-동아줄 2014. 3. 4. 22:12

부모역할에서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

 

현미숙박사(부모코치전문가, (주)하우코칭대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역설적으로 그 행동이 얼마나 그 상황에 적절한 행동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산만하고 다른 친구들을 공격하고 욕설을 퍼붓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아이.. 누가 봐도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부모는 누구 길래 아이를 이렇게 키웠나 하는 험담까지 하게 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 아이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었는가를 보면, 그 행동들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적응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울증이 있는 엄마가 아이에게 세밀한 관심을 주기 어렵다. 아이들은 작은 행동으로는 엄마의 관심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행동을 과격하게 하거나 말을 거칠게 함으로서 혹은 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킴으로서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엄마를 불러내는 것이다. 자해하는 아이도 욕설을 하는 아이도,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파장력을 가져오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그런 행동들이 엄마의 관심(대부분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드는 부정적인 관심이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무시하는 것보다는 낫다)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행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택한 것이다. 아이가 잘 했을 때 봐주고 함께 기뻐했다면, 아이가 굳이 자신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자신을 드러내는데 관심을 쏟지는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기대 중 포기할 수 없으면서도 무리한 기대를 강요하게 되는 것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일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구가 투영된 기대를 갖게 되고 그것을 아이에게 요구한다. 부모자신의 기대가 명확하기에, 아이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는 야단을 치게 되고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자녀가 기대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아이가 외울 정도로 자꾸 들려주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내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얼마나 부족하고 미흡한 존재인가'를 매순간 확인하게 된다.

그래도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아이마다 기질이나 여건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모의 기대에 맞춰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기대는 줄어들기는 커녕 계속 커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는 메울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엇나가기 시작한다. 그제야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그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부모만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아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갖는 기대는 상당히 자기중심적이며 막무가내이고 맹목적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자신의 기대를 제대로 표현할 능력조차 없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쉽게 좌절되기 십상이다.

아이들이 기대하는 것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나 예뻐요?', '내가 할 수 있을까요?', '나랑 함께하는 것이 즐거우세요?', '세상의 질서 속에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등에 대한 대답을 부모에게 듣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번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행동과 태도 속에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답을 주어야 한다. '응. 넌 참 예쁜 아이야. 네가 엄마, 아빠에게 큰 기쁨이란다. 너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지난 번에 이런 것도 잘 해냈잖아. 실수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더 중요한 거야. 그럼. 세상에는 신호등처럼 우리에게 질서와 규칙을 알려주는 것들이 많이 있단다. 엄마, 아빠가 잘 알려줄게. 그 질서와 규칙 안에서 너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가 있단다. 너는 잘 적응할 수 있어. 잘 해낼 수 있단다. 그럼~ 그렇고말고.' 이런 대답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이런 대답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긍정적이고 굳건하게 형성해나가기 시작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게 되면, 큰 건물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건물을 함부로 대하게 되어서 또 다른 유리창이 깨지게 되고, 어느새 그 건물은 험한 꼴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작은 것을 방치하면 큰 것을 잃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법칙이다. 고등학교 3학년 아이가 인터넷에만 빠져서 새벽 2~3시까지 인터넷만 한다고 하소연하는 엄마가 있다.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소모적인 인터넷 게임에 팔아넘길 때까지, 그 아이가 부모에게 보낸 소망과 기대의 편지는 엄청난 양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세월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포기해버린 아이에게, 인터넷 선을 끊거나 PC 방에 가지 못하도록 용돈을 주지 않는 것은 전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이런 상황의 부모들은 절망한다. 작은 것을 방치한 결과에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자녀가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건, 연령이 어떻건 간에,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해답은 없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아주 작고 사소한 상황에서라도 들려주어야 한다. 중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이 만화책을 읽고 내게 요점을 말해줄 때 나는 '어이구. 이놈아, 공부는 안 하고 무슨 만화책 읽은 것을 자랑이라고 엄마한테 요약해주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허벅지를 찌르며 참았다. 그 대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요약을 잘 하냐.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하니깐 안 읽어도 내용이 확 들어오네. 역쉬~~. 우리 아들이야!"

'부모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은 '부모역할'이다. 기본을 잃지말자.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도 (설령 아이가 방황하는 시기가 있다 해도) 아이들은 제 삶에서의 길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