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과 방송인 김제동씨가 6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마음이음 토크콘서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박 시장님, 단상 앞 쪽으로 나와 보시죠. 뒤돌아 주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방송인 김제동씨의 요청으로 단상 앞에 섰다. 6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자살예방포럼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박 시장은 “고민할 시간도 없다”는 고민을 털어놨고, 이에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해법을 제시했다.
이어 김씨는 “박 시장에게 ‘원순아 고생해라’라고 말해주자. 여기 계신 분들이 다 같이 따라해 달라”며 4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요청했다.
“원순아, 잘났든 못났든 괜찮다. 서울시장을 떠나서 너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원순아, 고생해라.”
김씨의 선창에 따라 시청에는 ‘원순아’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김씨는 박 시장에게 “‘아이고, 그래도 원순이 잘한다’, ‘우리 원순이 귀엽다’라고 스스로 말 해보시라”고도 했다.
김씨는 특유의 농담을 섞어가며 “다 같이 (반말로)해도 된다. 시장 보다 높은 게 시민 아닌가. 이걸로 삐치면 쪼잔한 시장이다”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에 박 시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며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음선거에 정말 나가야 하나...인간이 아니고, 기계다"
앞서 박 시장은 ‘고민이 무엇이냐’는 김씨의 질문에 “고민할 시간도 없다. 조용히 성찰도 하고, 돌아보고, 반성할 시간도 없다. 너무 힘들다. 인간이 아니고, 기계다”라고 털어놨다.
박 시장은 이어 “나도 화도 나고, 분노도 있지만, 표현할 수 없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 수많은 비판 가운데서 불쌍하다”며 “내가 원래 자유로웠던 사람인데,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 내가 이렇게 조신하게 살았던 사람이 아닌데... 다음 선거에 정말 나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우리사회가 서로가 서로에게 폭력이 되는 세상이다. 나도 그랬다. 자신이 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이제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고 정치권의 공세 타깃이 된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김씨의 발언에는 연신 웃음을 터트리던 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에는 웃지 않자 “왜 내 말에는 안 웃는가”라는 또 다른 고민을 내놓기도 했다.
김씨는 “시장이 말하는데, 시민들이 매번 웃으면 얼마나 이상한가. 시장이 말하는데 웃으면 내가 먹고살 수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박 시장은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이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자살 이유 중 하나”라며 “토크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으며 치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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