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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 단

花受紛-동아줄 2012. 10. 27. 21:40

장 단

'장단(長短)'은 한국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일반인들의 수준에서는 음악을 얘기할 때 주로 장단을 가지고 하기 때문에, 장단은 음악의 제작과 실연, 그리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하는 개념이다. 흔히 장단은 빠르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진모리 장단은 중모리 장단보다도 빠르다', 혹은 '진양조는 중모리보다 느리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장단을 오해한 데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흔히 판소리에서는 장단을 짠다고도 하고, 장단을 친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장단이 맞다, 안 맞다고도 한다. '장단을 짠다'는 말은 소리와 관련해서 쓰는 말이다. 장단을 짠다는 것은 '소리'를 어떤 장단의 형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또 '장단을 친다'는 말은 북에 해당하는 말이다. 장단을 치는 것은 소리에 맞춰 북으로 일정한 리듬의 형태를 만들어 친다는 뜻이다. '장단이 맞다'는 말은 소리에나 북에나 다 해당되는 말이다. 소리도 장단이 맞거나 안 맞을 수 있고, 북도 장단이 맞거나 안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장단은 북하고만 상관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처럼 장단은 북뿐만 아니라 소리와도 관련이 깊다.

    그러면 장단은 무엇인가. 일단 가장 상식적이고 간단한 수준에서는 장단은 서양음악의 박자와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판소리에서 쓰이고 있는 장단의 박자는 다음과 같다.

1) 진양조: 24박(6박×4)
2) 중모리: 12박
3) 중중모리: 12박
4) 자진모리: 4박
5) 휘모리: 4박
6) 엇모리: 5박(혹은 10박)
7) 엇중모리: 6박

    진양조는 24박이 아니라 6박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진양조를 북으로 칠 때는 그 네 개의 마디를 각각 다르게 치지만, 단순히 시간적 배분으로만 생각하면 똑같은 여섯 개의 마디가 네 번 반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양조가 6박인가 24박인가 하는 문제는 그다지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중모리와 중중모리, 자진모리와 휘모리를 박 수가 같은데도 구별하는 것은 강약의 배분이 다르기 때문인데, 강약의 배분은 아래 도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진모리는 12박으로 보기도 하며, 엇모리도 5박 혹은 10박으로 의견이 엇갈려 있지만, 이러한 이견은 똑같은 대상을 어떤 차원에서 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에 불과할 뿐이다.

    장단을 북으로 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원박이라고 한다. 원박은 실제 소리에 맞춰 북을 칠 때는 거의 치지 않고, 이를 다양하게 변화시킨 변화형(가락)만을 치지만, 설명과 교육의 편리상 상정해 둔 것이다. 판소리 장단의 원박을 정간보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2 3 4 5 6 7 8 9 10 11 12
구음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구음 구궁 구궁

* 합: 왼편 가죽을 치면서 동시에 북채로 오른편 북가죽을 힘 있게 침.
궁: 왼편 가죽을 침.
딱: 북채로 북통의 앞쪽을 침.
탁: 왼편 가죽을 손바닥으로 꽉 막으면서 북통 꼭대기를 힘있게 침.
구궁: 왼편 가죽을 재빨리 두 번 침.
따르닥: 북채로 북통 오른편 가를 가볍게 굴려 소리를 냄.
* 동그라미의 크기는 소리의 크기를 말함.


중모리
1 2 3 4 5 6 7 8 9 10 11 12
구음


중중모리
1 2 3 4 5 6 7 8 9 10 11 12
구음








1 2 3 4 5 6 7 8 9 10 11 12
구음








자진모리
1 2 3 4 5 6 7 8 9 10 11 12
구음








휘모리
1 2 3 4
구음 궁딱


엊모리
1 2 3 4 5 6 7 8 9 10
구음






엊중모리
1 2 3 4 5 6
구음

위에서 예시한 각 장단의 원박은 귀로 들리는 것은 아니다. 계속 이어지는 소리 속에 들어 있다고 상정할 뿐이다. 소리 속에 내재해 있다고 상정되는 원박과 실제 귀로들을 수 있는 소리가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 보도록 하자.


단가 호남가, 장단: 중모리
1 2 3 4 5 6 7 8 9 10 11 12




보랴 - 허고




    위 표에서 보듯이 박자는 규칙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우리가 귀로들을 수 있는 것은 소리로 부르는 사설 부분일 뿐이다. 사설의 첫째 줄 5,6박과 11,12박, 그리고 둘째 줄 10,11,12박은 아무 소리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곳이다. 그리고 둘째 줄 7박과 9박은 박 수는 한 개이지만, 사설은 두 음절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귀로 듣는 소리는 두 개가 된다. 이처럼 귀로 들리는 것과 박의 흐름과는 차이가 난다.

    여기서 박자 속에 흘러가는 것으로 상정된 박과 사설이 어떻게 만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판소리에서는 박과 사설의 관련 양상을 '부침새'라 한다. '부침새'라는 말은 '붙이다'의 명사형인 '붙임'에 '어떠어떠한 모양'이라는 뜻을 지닌 접미사 '새'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이다. 이러한 말뜻으로 보면, 부침새란 '박자의 박에 사설의 말을 붙이는 모양'이라는 의미가 된다.

    판소리 장단의 부침새는 크게 '대마디 대장단(대머리 대장단이라고도 함)'과 '엇부침'으로 나눈다. '대마디 대장단'은 장단의 특수한 기법을 쓰지 않은 부침새라고 한다. 그러니까 대마디 대장단은 판소리에서 정상적이다, 혹은 규격에 맞다고 생각하는 부침새인 것이다. 한편 '엇부침'이란 용어에서도 드러나는 바와 같이 정상적인 부침새, 곧 대마디 대장단에서 벗어난 부침새를 말한다. 여기서는 이해의 편리를 위하여 엇부침만을 설명하려고 한다. 엇부침을 제와하고 나면, 나머지는 모두 대마디 대장단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엇부침에는 밀부침, 당겨 부침, 잉애걸이, 완자걸이, 괴대죽이 있다. 박자는 소리 속에서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상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박자는 음악적 분절(마디)이 된다. 그런가 하면 사설에도 분절이 있다. 작게는 음절에서부터 단어, 구, 절, 문장 등의 분절이 있다. 밀부침과 당겨부침은 음악적 분절인 박자와 사설의 분절인 문장의 구절과의 관련 양상에 관한 것이다. 대마디 대장단이라면 박자의 첫 박이 시작함과 동시에 사설의 구절도 끝이 나야한다. 밀부침이란 박자의 첫 박이 시작한 뒤 한 박이나 두 박, 때로는 세 박까지 쉬었다가 사설이 시작하는 것을 가리키며, 당겨부침이란 박자의 첫 박이 시작하기 전에, 그러니까 앞 장단의 끝 부분에서 사설은 다음 구절이 미리 시작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보자.


김소희 창 춘향가 중에서, 장단 : 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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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다아

- 이이 이이 이이 바옹


으로 -

도르 구나

바라 아아 보니

사안

    위에서 첫째 줄과 둘째 줄은 대마디 대장단이다. 셋째 줄 앞부분은 두 박이 쉬고 들어가기 때문에 밀 부침에 해당된다. 넷째 줄의 11, 12박의 [한편]은 [한편을 바라보니]라는 구절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다섯 째 줄 처음에 나와야 할 것인데, 미리 나왔다. 따라서 이는 당겨 부침이다. 잉애걸이는 박이 떨어지고 나서 잠깐 쉬었다가 소리가 나오는 것을 가리킨다.


자진모리
1 2 3 4
구음

- - -

    위에서 [청]은 첫째 박이 시작하고 나서 잠깐 쉬었다가 나온다. 이와 같은 것을 잉애걸이라고 하며, 서양음악에서 말하는 싱코페이션(synchopation)과 같은 것이다. 완자걸이는 세 박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3분박으로 된 장단에서 2분박으로 진행하다가 다시 3분박으로 되는 것을 가리킨다.


엇중모리
1 2 3 4 5 6
구음 아버 -

    위에서 [일색 명기] 부분이 완자걸이에 해당된다. [색]이 첫 박 중간에 시작하여 둘째 박 중간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자걸이는 [박 사이사이에 사설이 붙는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완자걸이는 서양 음악에서 말하는 헤미올라(hemiola) 현상과 같은데, 이 완자걸이는 몇 번이고 겹쳐 일어날 수도 있다.

    '괴대죽'은 '고양이(괴) 발자국(대죽)'이라는 뜻에서 왔다고 하는데, 고양이가 종종걸음을 치다가 멀리 뛰어가고, 또 종종걸음을 치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괴대죽'은 한 장단 이상 사설의 말 붙임이 장단의 구속력을 벗어나는 부침새를 가리킨다.


자진모리
1 2 3 4



-
-










- - - -
- - - - - -









    위에서 다섯째 장단의 [아버지] 다음은, [아버지]까지 장단의 구속력을 벗어나지 않고 이어지던 소리가 여섯째 장단까지 길게 이어진다. 종종걸음을 치던 고양이가 길게 훌쩍 뛰는 것과 같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괴대죽인데, 괴대죽은 판소리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괴대죽은 엇부침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상적인 부침 새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괴대죽은 다른 엇부침과 달리 리듬상의 별다른 변화를 초래하지 않고, 다만 한 음을 길게 빼는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장단에 관해서 알아보았다. 장단과 장단의 부침새를 익히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장단의 부침새는 판소리의 장단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장단을 직접 익혀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단과 부침새를 알고 판소리를 감상하는 것과 모르고 감상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출 처 : 군산대학교 최동현 교수


출처 : 정원기의 국악 아카데미
글쓴이 : 세요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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