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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뇌세포

花受紛-동아줄 2012. 3. 4. 01:44

마음과 뇌세포

 

우리는 마음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어. 내 마음이 아프다. 등등. 수시로 변하고 잘 조절이 안 되는 이 마음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도대체 이 마음이란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심장에? 아니면 가슴부위 어디인가에?

아니다. 놀랍게도 '마음'은 뇌에 있다. 실체가 없을 것 같은 단어 '마음'은 실제로는 뇌의 세포들이 협동하여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그러나 뇌가 하도 복잡해서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각양각색이고,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같은 사람도 때에 따라 변하고 심지어는 내 마음 나도 모르기까지 한다.

뇌가 복잡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것은 우리들의 일반적인 상상과는 조금 다르다. 보거나 듣거나 운동하거나 생각할 때마다 뇌가 가지각색의 기묘한 암호들을 만들어낼 것 같지만, 뇌는 우리가 하는 활동의 종류가 무엇이든지에 상관없이 오직 한가지 방법만을 사용한다. 그것은 간단한 전기신호이다. 뉴런(신경세포)의 세포막이 약 -70mV 정도였던 것이 0 또는 +30mV 등으로 양이온이 증가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이다.

정보의 내용이 단순하거나 추상적이거나에 상관없이 모든 뉴런은 다 똑같이 이런 방법으로 전기신호를 만들며, 이러한 막전위의 변화는 단지 나트륨, 칼륨, 칼슘, 염소라는 4가지 주요이온의 이동에 의해서 일어나다. 예를 들어 양전하를 띤 나트륨이 갑자기 뉴런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면 막은 순식간에 -70mV 에서 +30mV로 변하게 될 것이다.

전기신호가 이렇게 다 똑같고 간단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듣고 보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등의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비밀은 세포의 숫자에 있다. 사람의 몸에는 대략 60조개의 세포가 있고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돕는 일을 하는 약 1조 개의 신경교세포가 있으며, 각 신경세포는 다시 수천 개의 다른 세포들과 시냅스라는 장소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따라서 신경세포들끼리 만나 정보교환을 하는 장소는 최소한 100조개에 이른다. 이렇게 상상하기 힘든 많은 수의 뇌세포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과 마음은 복잡하다. 그러나 더욱 복잡한 문제는 이들 시냅스가 가변적이라는 데 있다.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연결경로가 변하기도 하는 이 시냅스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기억하고 어떤 일은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똑같은 일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다.

뇌에는 이렇게 많은 수의 뉴런과 시냅스가 있을 뿐 아니라 뇌의 구조나 뉴런의 수가 사람에 따라 또는 남녀 사이에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혹은 남녀는 장단점이 다르고 능력도 조금씩 다르고, 그래서 갈등을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매사이에서, 부부사이에서 애인사이에서 쉽게 이해가 안 되는 갈등 한 번쯤 안 겪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뉴런의 수가 많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데, 왜 그 내부 내용까지 달라서 인간사회를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까?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 또 남자와 여자가 많이 다른 것, 이것은 인류가 번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 즉 다양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달라서 우리는 각자 다르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물론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염색체부터 다르다. 남자는 XY를 갖고 있고 여자는 XX를 갖고 있으므로 Y염색체 상에 있는 유전자는 모두 다르게 된다. 특히 Y염색체의 작은 팔 끝 부위에 있는 35000개 정도의 염기에 해당하는 유전자, SRY가 있으면 항뮬러관 호르몬이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량 분비되어 남성으로 분화되며 이 유전자가 없으면 여성으로 발달한다. 이렇게 Y염색체의 유무, 그에 따른 남성호르몬의 차에 의해 남자와 여자는 생식기를 비롯한 신체 구조가 달라지고 뇌의 구조도 달라지며 이에 따라 행동의 차이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가 보이는 행동이나 특성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유전자에 의한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경세포의 생존율, 수상돌기의 크기, 신경세포의 숫자, 시냅스의 숫자 등 남녀의 뇌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뇌 중에서도 시상하부가 많이 연구되어왔는데 시상하부는 흔히 기분이라고 말하는 기쁘거나 분노하는 등의 감정이나, 식욕, 성욕 등과 관련된 부위이다.

대뇌도 남녀 또는 개인간에 차이를 보인다. 오른쪽 대뇌는 공간인식, 왼쪽 대뇌는 언어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비교해보면 남자는 좌뇌가 더 큰 데 비해 여성은 좌우의 차이가 없고 좌우의 뇌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신경다발구조가 남성보다 현저하게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여성은 뇌량을 통해 좌우의 뇌가 함께 언어정보를 처리하고, 남성은 언어능력이 왼쪽 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이 언어능력이 우월한 반면, 공간인식 기능을 하는 우뇌가 언어에 관여함으로써 공간인식 능력이 남성에 비해 다소 제한되는 경향을 보이게 만든다.

많은 신경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수학적 재능과 공간인식 능력 및 스포츠 능력은 일정한 관련성을 갖는다고 한다. 왼손잡이도 남자가 여자보다 월등히 많은데 이것도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좌뇌의 발달이 억제되고 우뇌가 상대적으로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말더듬이나 실어증 환자가 훨씬 많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남녀만의 차이가 아니라 개개인에서도 볼 수 있는 차이이다.

이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행동들이 상당부분 뇌의 구조나 호르몬의 양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남녀 또는 개개인의 차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 행동양식이나 감정이 다르고, 여자 같은 남자나 남자 같은 여자 심지어는 동성애자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좀더 관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다름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생명의 세계가 원래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가 이렇게 복잡하게 된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가 서로 이해하면서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번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