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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테라피

花受紛-동아줄 2012. 1. 11. 23:16

“아이가 다섯 살 때 중증 자폐아란 판정을 받았습니다. ‘자라서도 결혼생활은 할 수 없으며

전문교육기관에서 꾸준히 교육 받으면 담배가게 정도는 해나가며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별의별 짓을 다 해보았습니다. 특수학교도

보내고, 지방 어딘가로 내려가 언어치료도 받아보고, 골격을 똑바로 잡는다는데도 가보고,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 그림치료를 알게 되어 별 기대 없이 2박 3일간

합숙치료를 받았습니다. 교육이 끝나는 날 그곳 선생님 중 하나가 우리 아이에게 “너 가슴이

어떠니?” 라고 물으시자 ‘네. 가슴이 시원해요’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아이가

대답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자신의 속 얘기를 못하고 사니 얼마나 답답할까’ 란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로봇처럼 무뚝뚝하던 아이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졌습니다. “어디 가니?” 라고 물으면 “오락실” 이렇게 말하던 아이가 “엄마! 나 오락실 갔다

올게” 이렇게 대답하고 이젠 먼저 장난칠 정도로 활발해졌습니다. 질문도 많아지고

“너 왜 짜증을 내니?” 그러면 “나 원래 그런 애야”라고 느물거릴 정도로 말이지요”
<동양인의 체질에 맞는 멀티테라피 새 그림치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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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에서 보이듯 멀티테라피는 일종의 첨단 대체의학으로까지 손꼽히고 있다.

예전부터 행해지던 미술치료에 음악, 운동 등을 병행하여 효과를 상승시키는 이 요법은

특히 어린이들의 심리 상담에 유효한 도구로 거론되어 왔다. 미술치료를 처음 듣는 독자를

위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 요법은 환자가 그린 그림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조건을 처방 하는 것이다. 수많은 정신지체아(자폐아), 정서적 부적응아(산만아),

불면증 환자, 그밖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든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이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치유하고 해결책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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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테라피 치료사들은 그림을 ‘자신에게 가려져 있는 마음의 거울’로 본다. 그림 속에 갇혀있는

자신의 내면을 발견함으로써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이라면 답답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고 불안한 마음이라면 그림 역시 불안정하다. 미술은 언어보다 덜 단정적이고 더

가변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적합한 의사소통 양식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심리를 ‘안전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술치료는 아이와 바깥 세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이들 속의 상처나 흉터를 치유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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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테라피는 비단 자폐증세를 보이는 어린이 뿐 아니라 일반적인 아동들에게도 탁월한 교육적

효과를 발휘한다. 7세 이전 아동들은 아직 의식이 채 고정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잠재의식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내 지식의 노예가 되어 창조적 사고를 잃어버리곤 한다. 이런 교육 실정

에서 그림, 음악, 운동을 통한 멀티테라피 교육을 받으면 자유롭게 상상의 넝쿨을 뻗을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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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를 하면서 갖게 되는 통제감, 숙달감을 통해 아이들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

나간다. 한 장의 종이 위에 펼치는 주도적 경험은 아이에게 자기표현, 갈등 해소, 정서적 보상을

안겨준다. 이 즉흥작품은 들쭉날쭉한 성장과 발달을 거듭하는 아이의 내면세계를 ‘통합적으로’

컨트롤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도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개발해내는 것이 멀티테라피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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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테라피에 관한 서적을 읽거나 관련 기관 홈페이지를 찾으면 직접 응용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나와있다. 물론 전문적인 기관을 찾아 캠프에 참여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전문적인

치료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이 방법으로 기쁨이나 두려움을 느끼고

표현하고 또 그에 맞는 감정을 발달시킨다. 이때 엄마하고의 유대관계는 큰 힘을 발휘한다. 아이와

함께 멀티테라피를 해보면 아이가 좀 더 편하고 안락한 상태에서 솔직하게 자기표현을 하게 되고

엄마는 아이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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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때는 긴장이 완전히 풀린 상태에서 시작하고 손과 손목을 많이 사용하도록 한다.

미술재료는 다양하게 준비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재료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화가 많이 난 상태라면 딱딱한 재료-연필, 마카 등을 이용한다. 잡지를 찢어 꼴라주를 하는 것도

멋진 방법이다. 안정적인 상태라면 부드러운 크레파스나 파스텔을 이용해서 표현한다. 물론

처음에는 하얀 도화지 위에 무의식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쉽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재료를 골라잡아야 할 지부터 막막하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면 이 제멋대로 가는 손놀림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딱딱한 껍질에

갇혀있던 내면에 자유를 주어 풀어지게 하는 것. 이것이 멀티테라피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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