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老年)에 찾아온 사춘기(思春期)인가?
부족한 것 없어도 늘 허전하고
달빛 호젓한 밤이면
창 밖에 나가 귀뚜라미 울음에도
슬픔을 느끼고 소쩍새가 울 때면
같이 따라 울고 싶은
사색 잠겨 외로움이 엄습할 때
이유 없는 방황과 혼란은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누가 뭐라 해도 들리지 않고
가슴은 뻥 뚫려 찬바람이 나오는
이 시기를 겪으며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보게 되면
이루어놓은 것 하나도 없이
삶을 허망하게 느껴질 때
젊음의 용기와 교만이 없어지고
어깨에 힘이 빠지고 우울함을 느낄 때
누가 가까이 다가오면
헤어나지 못하고 푹 빠져버릴것 같은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먹어도 안 먹은것 처럼 허전하고
누군가를 자꾸 그리움을 느끼며
종종 혼자서 어디론가
홀연 듯 떠나고 싶기도 하고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밤을 새워 걸으며
불을 찾는 불나비가 되고 싶은 것이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길가에 들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흐르는 물소리에도
노랫말을 붙여 흥얼거리며
삶에 공백을 메우려 애를 쓰다
장미꽃처럼 화려한 꽃을 보면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꼭 사람만이 이성이 아니고
별빛과 눈을 마주쳐도 바로 보지 못하고
싱긋이 웃으며 연민을 느끼며
자꾸 곁눈질하며 모든 사물을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
내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게 되고 앞으로 닥칠 미래가 머지않아 보인다 자신의 울타리밖에 몰랐던
나 자신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그래서일까
어깨동무 친구들을 찾게 되고
때론 아무런 생각 없이
모닥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하고 싶고
호수처럼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듯
가정도 집도 뒤로한 체 어디론가
훌쩍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