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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찾아온思春期[생각사.봄춘.기약할사]

花受紛-동아줄 2011. 9. 26. 20:04

02

 

 

 

 

 

노년(老年)에 찾아온 사춘기(思春期)인가?

 

 

 

 

부족한 것 없어도 늘 허전하고

달빛 호젓한 밤이면

창 밖에 나가 귀뚜라미 울음에도

슬픔을 느끼고 소쩍새가 울 때면

같이 따라 울고 싶은

사색 잠겨 외로움이 엄습할 때

이유 없는 방황과 혼란은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누가 뭐라 해도 들리지 않고

가슴은 뻥 뚫려 찬바람이 나오는

이 시기를 겪으며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보게 되면

이루어놓은 것 하나도 없이

삶을 허망하게 느껴질 때  

젊음의 용기와 교만이 없어지고 

어깨에 힘이 빠지고 우울함을 느낄 때

누가 가까이 다가오면

헤어나지 못하고 푹 빠져버릴것 같은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먹어도 안 먹은것 처럼 허전하고 

누군가를 자꾸 그리움을 느끼며 

종종 혼자서 어디론가

홀연 듯 떠나고 싶기도 하고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밤을 새워 걸으며 

불을 찾는 불나비가 되고 싶은 것이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길가에 들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흐르는 물소리에도

노랫말을 붙여 흥얼거리며

삶에 공백을 메우려 애를 쓰다

장미꽃처럼 화려한 꽃을 보면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꼭 사람만이 이성이 아니고

별빛과 눈을 마주쳐도 바로 보지 못하고 

싱긋이 웃으며 연민을 느끼며

자꾸 곁눈질하며
모든 사물을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

내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게 되고
앞으로 닥칠 미래가 머지않아 보인다
자신의 울타리밖에 몰랐던

나 자신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그래서일까

어깨동무 친구들을 찾게 되고

때론 아무런 생각 없이

모닥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하고 싶고

호수처럼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듯

가정도 집도 뒤로한 체 어디론가

훌쩍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노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