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비밀이 없는 삶은 누추하고 누추하여라 사랑하는 이여, 그러니 내가 밟아온 저 비린 사연을 다 읽지는 말아다오. 들출수록 역겨운 냄새가 난다 나는 안다 내 생을 그대 호기심 많은 눈이 다녀갈수록 사랑이 내게서 멀어져간다는 것을. 오월의 금빛 햇살 속에서 찬연한 꽃 한 송이의 자랑을 자랑으로만 보아다오. 절정을 위해 온 생을 앓아온 꽃의 어제에 더 관심이 많은 그대여,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아직 우리에게 비밀이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살기 위해 소리 없는 처절한 절규를 쉬지 못한다. 생의 이면이 늘 궁금한 그대여, 그 어떤 갈애가 그대의 잠을 앗는 날은 어둠이 실비처럼 내리는 여름의 서늘한 숲 속으로 한 마리 새의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걸어가 보아라 그대는, 그대가 만들어내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크게 놀라 두리번거릴 것이다 숲은 파고들수록 외경과 비의로 가득 차고 그대는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의 존엄과 두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생이 비루하지 않고 신성한 선물이라는 것을 보고 온 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 내가 그대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토록 간절했으나 여직 그대의 생에 내 기다림의 손이 가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보아라, 생의 비밀이 사라진 뒤, 지상의 거리에 넘쳐나는 그 무수한 추문과 널브러진 사랑의 시체를 詩/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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