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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사랑을 낳는다/이재무]

花受紛-동아줄 2007. 11. 12. 17:12

 

더 이상 비밀이 없는 삶은 누추하고 누추하여라
사랑하는 이여,
그러니 내가 밟아온 저 비린 사연을 다 읽지는 말아다오.
들출수록 역겨운 냄새가 난다
나는 안다 내 생을
그대 호기심 많은 눈이 다녀갈수록
사랑이 내게서 멀어져간다는 것을.
오월의 금빛 햇살 속에서
찬연한 꽃 한 송이의 자랑을 자랑으로만 보아다오.
절정을 위해 온 생을 앓아온 꽃의 어제에 더 관심이 많은 그대여,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아직 우리에게 비밀이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살기 위해 소리 없는 처절한 절규를 쉬지 못한다.
생의 이면이 늘 궁금한 그대여,
그 어떤 갈애가 그대의 잠을 앗는 날은
어둠이 실비처럼 내리는 여름의 서늘한 숲 속으로
한 마리 새의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걸어가 보아라
그대는, 그대가 만들어내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크게 놀라 두리번거릴 것이다
숲은 파고들수록 외경과 비의로 가득 차고
그대는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의 존엄과 두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생이 비루하지 않고
신성한 선물이라는 것을 보고 온 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
내가 그대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토록 간절했으나 여직 그대의 생에
내 기다림의 손이 가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보아라,
생의 비밀이 사라진 뒤,
지상의 거리에 넘쳐나는 그 무수한 추문과
널브러진 사랑의 시체를
詩/이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