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삶을 더 윤기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웃음 테크’. 경영에 웃음을 접목한 ‘펀(fun) 경영’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웃음 건강학이 쏟아지고 있다.
웃음을 잃어가는 우울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웃음 바람이 바야흐로 건강관리 분야에도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웃음 치료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지 않은편. 하지만 최근 웃음을 암 등 질병 치료에 접목하려는 병·의원들이 늘고 있다.
◇질병 치료에 웃음 접목
서울 강남 차병원 암대체요법 클리닉. 50대 간암 말기 환자 김진영씨(가명) 가 진료를 받고 있었다. 주치의 이병욱 교수가 김씨에게 주문을 한다.
“자,이제 웃어 보세요.”
김씨가 미소만 짓자 이 교수는 “더 크게 웃으라”고 말한다.
그래도 겸연쩍어하자 이교수는 “저를 한번 봐 주세요”라며 김씨가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유머 몇토막을 들려준다.
이어 우스꽝스런 몸짓을 하기도 하고 쌩뚱맞게 혼자 박장 대소를 한다.
지켜보던 김씨도 마침내 파안대소한다.
김씨는 3년전 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한달내에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교수에게서 웃음 치료 등 면역 요법을 받으면서 현재까지 3년째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암세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면역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정상 생활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외래 진료실.유방암 환자 8명이 이임선(42) 웃음 치료 담당 간호사와 함께 웃음 게임과 웃음 체조에 푹 빠져 있다.
환자들은 도레미 송에 맞춰 “아하하…우하하”를 연발한다. 이어 이 간호사가 개발한 30여가지 ‘억지 웃음 만들기’ 게임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다.
유방암 3기로 한쪽 가슴을 도려낸 박모씨(54·여)는 “수술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는데,6개월전 웃음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불안감이 사라지고 사는 게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웃음이 환자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것 같다”고 했다.
국내 첫 웃음 치료 전담 간호사인 이씨는 매주 금요일 이곳에서 유방암과 자궁암,우울증,뇌졸중 환자 12명에 대해 웃음 치료를 시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암치료,다이어트에 효과
이처럼 웃음이 병을 고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선 웃음은 면역력을 키워주는 확실한 항암제.
일본 오사카 의대 이와세 박사팀은 최근 웃음 치료가 암세포를 잡아먹는 NK(자연살해 세포)를 14% 증가시키고,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1∼5분 정도 웃으면 NK 세포가 5∼6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실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NK세포는 크게 웃으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엔돌핀’에 의해 증가된다.
차병원 이병욱 교수는 “엔돌핀은 또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훨씬 큰 몸속 천연 진통제 역할도 하는데,통증이 심한 이들도 억지로라도 웃으면 이 엔돌핀이 분비돼 고통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간적으로 살짝 웃는 것만으로는 엔돌핀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하하하” 크게 웃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웃으면 병균을 막는 항체인 ‘인터페론 감마’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도 향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의대 리버크 교수와 스탠리 교수는 남자 10명에게 1시간짜리 배꼽잡는 비디오를 보여 주면서 보기 전과 후의 혈액속 면역체 증감을 연구한 결과,웃을때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가 200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웃음은 심장병에도 명약으로 꼽힌다.
사람이 웃으면 심장은 천천히 뛴다.
즉 인체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웃음은 이중 부교감 신경을 자극한다.
덕분에 몸이 편안한 상태가 되고 이에 스트레스와 분노,긴장 등이 완화되므로 심장병에 걸릴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
웃음이 ‘비만과의 전쟁’에 유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테네시주 밴더빌트대 연구진은 지난해 유럽비만학회서 “10∼15분간 웃을 경우 중간 크기 초콜릿 한개에 해당하는 열량(평균 40∼50칼로리)이 소모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는 매우 적은 양처럼 보이겠지만 ‘매일 이렇게 웃는다면 1년이면 2㎏을 감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제 이 칼로리 소모량을 분 단위로 따져보면 3분에 약 3칼로리가 소모되는데, 같은 시간 조깅을 했을 때의 칼로리 소모량과 같다.
연구진은 크게 한번 웃는 것은 10분간 빠르게 걷는 운동 효과와도 같을 만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웃음 치료가 이처럼 암뿐 아니라 감기 등 면역 증강이 필요한 모든 질병에 적용될 수 있지만 아직은 각 질병별로 기존 치료와 병행해야 하는 보조적 치료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의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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