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속의 그대/최광림
하릴없이 심심한 날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도 해보고
두 팔 들고 한껏 기지개도 켜 볼 일이다
초여름 한 낮
헐거운 바지가랑이에 둥지를 튼
눈부신 햇살 한 점
사타구니의 젖은 습기를 채혈하면
창백한 안면에 무시로 희색이 만연하듯
그렇게 발기하는 욕정
몇 쪽이었을까,
낡은 책갈피 속으로
몇 년 전 눈보라와 함께 이주해 온 여인은
행간의 여백에 활자로 각인되어
아직도
무표정으로 걸어나오지 않는다
하 많은 시간의 유혹에도
당당하게 살아
내 젊은 날의 초상을 복원시켜
부활을 꿈꾸는
찬란하다 못해 무시무시한 음모여,
프리즘을 관통한
그대 낭랑한 음성만큼이나
싱싱한 여름 바람은
이렇듯
늘 내 몸에서 큐피트의 화살로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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