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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편 제

花受紛-동아줄 2009. 1. 15. 22:05

동 편 제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가 판소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판소리는 세계적으로 빼어난 문화적 가치와 음악적 예술성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이 살아오면서 이어온 민족의 혼과 선조들의 지혜가 그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들어있고 온갖 해학이 판소리에 스며들어 있기에 우리 조상들은 판소리를 들으며 밤새도록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또 더덩실 춤도 추고 싶은 흥도 느꼈던 것이다. 판소리를 들으며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판소리를 들으며 인간의 도리를 배워 왔던 것이다.

이러한 훌륭한 판소리가 우리나라에 남아 있다는 것은 커다란 복이고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으며 특히 우리고장이 판소리의 고장임은 더더욱 긍지를 가질만한 일인 것이다. 판소리는 오래 전부터 불려왔지만 이조 영조, 정조 때 가장 전성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판소리하면 남자만 불렀던 것으로 이조말기 대원군이 경북궁내 경회루 신축식(1869.7)에 여자 명창 진채선을 불러 소리를 듣게 되면서부터 여자 명창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남자들이 소리를 하다보니 소리가 자연히 웅장하고 호탕하며 굵직굵직하여 하늘이 무너지듯, 땅이 꺼지듯 또 폭포가 떨어지듯 그러한 엄성의 소리가 나오게 되었고 그러한 소리를 들어보려고 극장이고 장터에로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남자의 소리가 바로 동편제인 것이다.

동편제의 묵직하고 장엄한 소리에 막힌 가슴이 뚫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장수의 호령소리에 혼비백산하는 전쟁터를 실감케 했던 것이다. 우리가 일상 대화에 있어서 호령을 한다거나 호걸스럽게 의사를 표시할 때에는 어세(語勢)가 강렬해지고 활발해지는데 판소리에서 이와 같은 흐름으로 노래한 유파가 동편제이다.

동편제는 통성과 우조를 중심으로 하며 대마디 대장단을 위주로 장단을 짜며,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을 구사하는 소리이다. 또 동편제는 소리가 웅장하고 가맥마다 힘이 들어있다. 또한 발성의 시작이 신중하며, 귀절의 끝마침이 쇠망치로 끊듯이 명확하고 상쾌하며, 소리는 자주 붙이지 않고 쭈욱 펴며, 계면조 가락을 많이 장식하지 않는다.

동편제는 지리산을 끼고 운봉을 비롯하여 남원, 순창, 구례와 같이 섬진강을 경계로 하여 함양, 하동, 진주까지를 포함시키며 동편제의 시조가 바로 운봉출신에 가왕(歌王)이란 칭호를 받은 송흥록(宋興祿 조선조 정조∼철종)명창이다. 동편제는 장단도 길게 빼지 않고 짧게 그리고 분명히 끊어지며 리듬 또한 단조로우며 담백한 맛이 있다. 동편제의 근대 명창으로는 권삼득,송홍록,박기홍,김세종,송만갑을 꼽을 수 있는데, 송만갑은 뒷날 서편제와 가까운 새로운 창법을 개척하여 족보에서 할명(割名)당했다.

이는 판소리 법통에서 유파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송홍록.정춘풍.권삼득 등의 법제를 뼈대로 하여, 운봉.구례.순창. 홍덕 등지에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구분은 후대에 와서 동.서 양쪽 가객들이 서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큰 의의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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