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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물놀이의 발전을 위한 고민들-윤용준님[미르 상쇠]

花受紛-동아줄 2008. 12. 28. 20:47

 

사물놀이의 발전을 위한 고민들

윤용준님[미르 상쇠]

 

1) 사물놀이에 대한 평가들
1978년 2월, '공간사랑'이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출발한 사물놀이는 지난 20년간 '우리것'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했던 사람들로 하여금 잊혀졌던 민족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되찾아 오는데 성공했으며 더불어 '아버지 뻘'이라고 할 수 있는 풍물굿이 다시한번 융성하게 했으며 그것이 현대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약 20여년의 역사 속에서 이제 사물놀이에 대한 검토, 평가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여러 가지의 평가가 제출되었고 수많은 논의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한 모든 토론들을 지면에 옮길 수는 없겠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또 빈번하게 돌출되었던 몇가지의 그릇된 오해들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가. 사물놀이가 풍물굿을 '음악'으로 한정시켰다는 견해에 대해
사물놀이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웃다리풍물'로 대신하였습니다. '웃다리풍물'은 사물놀이의 '풍물굿의 현대화' 모색작업의 최초의 성과로서 마당판에서 연희되던 종합예술인 풍물을 무대로 끌어올려 음악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속에서 풍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인 발림, 사설, 잡색, 대동굿적인 요소들이 제거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물놀이를 비판하는 이들은 흔히 '대동적인 신명성과 종합예술적인 풍물의 모습'을 거세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고의 뿌리부터 잘못짚은 견해입니다.

 

사물놀이의 출발은 누가 뭐라해도 '무대예술'이었습니다. 이것은 그 자체내에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포괄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음악적인 부분만을 강조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흡사 민속적인 요소를 포함시켜 작곡한 교향곡에 대하여 '민속적인 요소가 전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풍물굿은 풍물굿대로, 사물놀이는 사물놀이대로 발전의 전망을 생산해야지 서로의 방식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후의 사물놀이의 레파토리에는 '판굿'이 추가되어 무대예술로써의 완결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나. 소위 '정통'이 아니라는 견해에 대하여
사물놀이에 대한 편견들의 문제점은 그것이 전혀 본질적인 부분에 맞닿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통인가, 아닌가'하는 부분은 그것이 창작음악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 먼저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사물놀이의 경우 전통예술에 대한 보존과 함께 '현대화' 또한 수행했기 때문에 정통성 여부는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도대체 지금 이 시기에 정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지 그것 자체가 의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일제시대와 근대화시기라는 두 번의 단절기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지금의 우리가 전통을 지켜나간다고 하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두 번의 단절기는 엄혹한 현실속에서 수많은 명인들이 외롭게 죽어가야 했고 수많은 춤과 노래와 풍물굿이 사라져가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전란을 거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이란 옛 예인들의 영광의 발자취와 그들의 그림자였을 따름입니다. 흡사 잃어버린 역사의 페이지처럼 그 비어있는 부분을 우리가 연구하고 궁리하여 채워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과정 속에서 전통과 계승, 그리고 그 현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그 안에서 한국적인 것, 한국적인 정신, 민족적 형식들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다. 사물놀이가 너무 빠른 가락을 연주한다는 데 대하여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옛 말을 떠올리게 하는 단선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사물가락을 원래의 풍물가락에 흡사하게 맛낼 것 다 내면서 연주한다고 해봅시다. 어떤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사람들이 그 가락에 도취되어 신명을 내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반대의 경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물놀이가 '개발'될 때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복잡한 산업사회(이제 곧 정보화사회로 진입한다고 하는)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정서, 그리고 그 사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속에서 음악은 조금씩 빨라져 왔습니다. 지금 다시 느린 음악으로 회귀하자는 말은 일면적으로는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무대예술화 되어있는 사물놀이에 대해서는 요구할 수 없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2) 사물놀이의 발전전망
예술에 있어서 완성이란 있을 수 없으며 지난 20여년간 사물놀이가 대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현대사화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사물놀이의 내용과 형식을 더욱 발전시켜야 함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는 과거와 현재의 역동적인 상호작용과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제 새로운 세대들이 그 새로운 변화의 내용을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가. 전통을 철저히 지켜나가면서 당대성에 천착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물놀이가 대중적인 호응을 받음과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성공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사물놀이의 4가지 레파토리는 더 이상의 덧붙임이나 음악적 변형이 필요없을 정도로 정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음악적 구조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 틀이 풍물굿의 기본구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삼도농악'의 경우 오채 - 좌질굿 - 우질굿 - 풍류 - 굿거리 - 덩덕궁이의 흐름은 호남우도 농악의 틀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며 마당일채 - 자진가락 - 짝쇠의 흐름은 또한 경기 - 충청가락의 기본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비나리'는 경기제 비나리를, '삼도 설장고'는 글자그대로 각 지방의 장구의 명인들의 가락을 현대적으로 재정리한 것이고, '판굿' 또한 웃다리 판굿을 기본으로 하여 조화롭게 꾸민 것입니다


그 반면에 풍물굿의 내고 - 달고 - 맺고 - 푸는 구조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올려서 '현대성'을 갖게 했습니다(이 부분은 김헌선씨가 「풍물굿에서 사물놀이까지」에서 '점층과 가속의 틀'이란 주제로 자세히 논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스피드를 가미함으로써 복잡하고 빠른 현대의 정서를 반영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초기의 사물놀이를 보면 그다지 빠르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이 20여년동안 점점 앙상블이 중시되고 세련되어지면서 점점 빠른 속도로 변모해가는 것을 음반이나 비디오 테잎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이렇게 전통을 고수하는 상태에서만이 성공적인 창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나. 다시한번, 근본부터 파고들어가야 합니다.
예술에 있어서 어떠한 양식이든 탄생 - 발전 - 개화의 단계를 거쳐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다시 새로운 자양분(시대정신이든, 혹은 새로운 개념, 테크닉의 발달, 새로운 종합 등)을 얻어 미증유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다시 새로운 자양분(시대정신이든, 혹은 새로운 개념, 테크닉의 발달, 새로운 종합 등)을 얻어 미증유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만약 새로운 자양분을 얻지 못하면 그 장르 혹은 양식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해당 양식이 매너리즘의 단계에 이르면 초기의 활력과 신선함은 쇠퇴하고 본질은 희석된 채 과도한 장식만이 난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눈요깃거리나 그 밖의 화려한 '효과'를 덧붙이려는 시도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곁가지들을 무수히 늘린다고 해서 예술이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의 '소리'를 찾는 것에 다시 한번 매진해야 합니다. 요즈음, 사물놀이가 '테크닉'으로만 이해되어 가락한번 더 집어넣는 것이 최고인양 여겨지는 그러한 풍토가 있는데, 이것은 '기본'에 대한 숙지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곧 무너지고 말 모래성과도 같은 것입니다.

 

앞에서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사물놀이는 풍물굿의 발전단계 속에서 필연적인 과정이며 또한 발전을 일구어 낼 수 있는 토대인 것입니다. 서로 경원시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제 굿쟁이들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풍물굿은 자신의 내부에 사물놀이의 방법론이자 사상으로서의 '호흡'과 '테크닉'을 받아들임으로써 체계화와 세련미를 곁들이는 단계로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풍물굿은 커다란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온 풍물굿을 보존하기에 급급한듯한 인상입니다. 또한 풍물굿은 그것이 이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과학적인 전수방법, 유통구조에 대한 고민등)에 대해 깊이 연구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물놀이 연주자들의 경우 기능수련에 매진한 나머지 잊기 쉬운 우리 조상님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민족 고유의 '굿정신'을 다시한번 가슴 속에 새기고 동시에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될 수 있는 '대동성(大同性)'을 가져나가는 데에 아낌없는 노력을 경주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겐 참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정상적인 발전과정을 밟지 못하고 왜곡된 우리문화를 옳은 흐름 속에 되돌려 놓는 일,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일,

선배들이 창조한 음악적 성과를 이어받아 더욱 확대,융성시키는 일,

나아가 우리의 민족전통예술의 위대한 영광을 우리시대에 재현하는 것까지.......

길은 멀고 험난할 지언정 우리시대의 잽이들은 이를 기꺼이 받아안고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정원기의 국악 아카데미
글쓴이 : 세요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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