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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호흡에 기준을둔 음악

花受紛-동아줄 2008. 12. 15. 23:32



호흡에 기준을 둔 폐부의 음악


식물성 질감이 펼쳐내는 화평한 음색 호흡에 기준을 둔 폐부의 음악 농현에 묻어나는 고유한 민족 심성 제례 음악속에 관류하는 음양사상 전통 음악의 계기성과 동이기질 싱싱한 다이내믹이 펼치는 정관의 세계 흥과 신명의 한마당, 민속음악 정가와 판소리의 맛
상령산(현악) :상령산(관악) :상령산(평조)
시간 예술이라고 지칭되는 음악에 있어서 템포의 완급은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똑같은 곡이지만 템포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서 재현해내느냐에 따라서 그 음악의 악상은 판이하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비중을 지니는 템포의 인지 감각도 각기 문화권에 따라서 혹은 민족에 따라서 상이할 수 있으니, 동일한 속도의 음악을 듣고도 누구는 빠르게 느끼는데 비해서 누구는 느린 것으로 인지(認知)하기도 하는 예가 바로 비슷한 경우라고 하겠다. 결국 문화권에 따라서 템포의 인지 감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바꿔 말해서 서로의 문화 배경이 다른 이유로 그들 각자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모테라토'템포도 실제의 시간적인 속도의 객관적 수치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등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좀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서구인이 모데라토라고 느끼는 빠르기가 메트로놈 수치로 90회를 지칭한다면 우리의 그것은 20도 될 수 있고 30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이 한국의 전통 음악은 서양 고전 음악에 비해서 비교적 한배, 즉 속도가 느린 것이 분명한데 많은 내외국인들이 찬탄해마지 않은 대표적 정악곡인 수제천(壽濟天)이나 상령산(上靈山) 등속의 음악을 들어보면 쉽게 수긍이 될 것이며, 또한 이같은 구체적인 음악의 예가 아니더라도 국악의 첫 인상을 일단은 '느리다'고 간주해버리는 일반의 통념을 상기해보면 전래의 한국 음악이 보편적인 서구 음악에 비해서 한배가 느린 것만은 틀림없다고 하겠다. 여기 구체적으로 이삭대엽(貳數大葉)이라는 전통 가곡의 경우를 보자. 일반적으로 가요나 예술 가곡의 경우에 그 가사의 1, 2절을 모두 불러도 4분여의 시간이면 족하다. 그러나 이삭대엽이라는 노래는 45자의 정형 시조시를 가락에 얹어서 불러 가는 데 무려 10분이 넘어 걸린다. 한 마디로 메트로놈 박자기로도 측정할 수 없는 느린 속도이다. 굳이 메트로놈 수치로 따진다면 25쯤에 해당되기 때문에 가장 느린 하한선의 눈금이 40인 메트로놈으로는 측정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 음악이 서구 음악에 비해서 템포가 유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도 여러가지 문화적 혹은 민족적 특질과 연결해서 생각할 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겠지만, 여기서 일단 템포의 계량적 단위인 박(拍)의 준거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템포 관념의 차등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 정확한 접근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전통 문화를 일별해 보면 그 저변의 잠재의식속에는 호흡을 중시하는 징후가 역연함을 알 수 있는데, 이 점은 심장의 고동을 중시하는 서양적 의식 성향과는 많이 다른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하겠다. 기실 우리의 문화 속에는 호흡과 얽힌 용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숨을 한번 내쉬고 들이마시는 동안을 하나의 시간 단위로 설정하여 일식간(一息間)이니 이식간이니 하는 양식척(量息尺)의 용례를 비롯해서, 감정이 격앙되었을 때는 긴 호흡을 해서 감정을 누그러뜨리려 한다던가 또는 건강을 위한 단전호흡 등은 하나같이 호흡을 중시하고 호흡에 뿌리를 둔 문화양상의 좋은 예증들이라고 하겠다. 더우기 심장의 정지를 사망으로 단정하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에는 '숨이 끊어졌다'는 말로 유명을 달리했음을 표현하고 있듯, 확실히 호흡의 문제는 모든 생리 현상에서부터 문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의식 저변에 두루 편재해 있는 공통된 민족적 문화소(文化素)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동서양간의 이질적인 의식 성향을 염두에 두고 각자의 음악을 관찰해 보면 역시 양자간에는 템포의 기준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가 있다. 즉 서양의 템포관념은 주로 맥박, 다시 말해서 심장의 고동에 기준을 두고 있으며, 우리의 그것은 호흡의 주기, 즉 폐부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의 경우 박자의 단위인 박(拍)을 비트(beat)혹은 펄스(pulse)라고 하는데 여기 펄스라는 말이 곧 인체의 맥박을 의미하고 있듯이 서양 음악은 원초적으로 심장을 기준으로해서 출발하고 있다고 하겠으며, 이에 비해서 한국의 전통 음악은 모음변화를 일으키면서까지 길게 장인(長引)하여 호흡의 리듬을 타고 있음을 볼 때 역시 근원적으로 호흡에 뿌리를 둔 음악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서양 음악의 경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중간 속도인 '모데라토'의 박수(拍數)가 본래는 메트로놈 수치의 90회 내외로서 1분간에 움직이는 심장의 고동수에 가깝고, 우리의 전통 음악은 영산회상의 기본곡인 상령산이나 가곡의 원형이랄 수 있는 초삭대엽(初數大葉)이나 이삭대엽(貳數大葉)같은 곡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메트로놈 박수의 30회 내외로서 1분간의 호흡의 주기에 가깝다. 결국 한국 음악에 있어서 안온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모데라토의 기준 속도는 서양의 그것에 비하면 마치 심장의 주기와 호흡의 주기에서처럼 무려 3배쯤 느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 음악은 호흡 문화를 바탕으로 한 폐부적(肺腑的)인 음악이라고 하겠으며, 서양의 고전 음악은 맥박의 고동을 기준으로 한 심장적(心臟的)인 음악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 음악이 유장한 맛에 정적인 명상성을 드러내는 것은 곧 폐부적인 속성에서 오는 것임에 틀림없고, 서양의 전통 음악이 발랄한 분위기에 동적인 진취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은 바로 심장적인 속성에서 배어난 것임이 분명하겠다.(퍼온내용)

출처 : 정원기의 국악 아카데미
글쓴이 : 열채소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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