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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차이점

花受紛-동아줄 2008. 12. 15. 23:30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차이점

국악이라고 하면 뭔가 고리타분하고 싱거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학생들이 더 많겠지만, 그건 국악의 매력과 만날 기회 없이 서양 음악 중심의 교육만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서양 음악에 서양 음악 나름의 매력과 감동이 있듯, 동양 음악과 한국 전통 음악(국악)에도 나름대로의 매력과 감동이 있다.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국악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 던지고 한 번쯤 그 매력에 빠져들기 위해 의도적으로라도 노력을 기울여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서양 음악이 여러 음의 어울림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한국 전통 음악은 음 자체의 빛깔과 가락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특징이다.

 

두 음악 세계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빛깔이 서로 다르므로 둘은 서로가 모자라는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서양 음악의 어법으로 표현의 한계에 부닥친 많은 서구 음악가들이 오히려 동양의 세계에 심취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 선생의 곡에 서양인들이 오히려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들이 찾아내기 어려운 새로운 음의 세계를, 이상의 음악이 동양의 정신을 통해 표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차이점 중 음계와 음높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국악의 음계(선법)

(1) 음악의 훈민정음 정간보

국악에 사용되는 악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서양의 5선 악보만큼이나 널리 사용되는 국악보가 바로 정간보이다. 이 악보는 우물정자 모양의 칸에 율명(음이름)을 적어 넣는 악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정간보는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악보인데, 음의 높이와 길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유량악보로 동양 최초라고 한다. 이 정보가 발명됨으로 해서 우리는 요즈음도 500여 년 전에 작고된 '여민락'같은 명곡을 감상할 수 있으니 정간보의 발명은 위대한 음악 혁명이 아닐 수 없다. 정간보 음악의 훈민정음이라고 할 수 있는 정간보 정말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 악보이다.

(2) 악보의 한계

이처럼 음악을 기록할 수 있는 악보는 문자만큼이나 대단한 것이다. 서양에서도 악보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300년 전의 음악인 바하의 음악을 과연 감상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악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완벽한 것이 아니다. 악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더 나아가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음들을 다 기록하기에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불완전한 것이다. 극히 제한된 범위내의 음들만 기록이 가능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악보는 계속 새롭게 보완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한계는 영원히 극복되지 못할 것이다. 언어가 아무리 발달되어도 인간의 생각과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악도 악보로 제대로 기록할 수 있는 음악과 그렇지 못한 음악으로 크게 양분(兩分)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국악은 정악을 제외하고는 후자, 즉 악보로 제대로 기록하기 곤란한 음악족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음악은 구전심수로 남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우리 국악에서 악보의 의미는 서양음악과는 조금 다르다.


즉, 국악에서 악보는 음악을(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음악의 윤곽을) 잊지 않기 위한 메모(memo)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훌륭한 음악은 국악처럼 제대로 악보로 기록이 안 되는 음악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도를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이미 그것을 도가 아니라고 했듯이 음악 역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보는 매우 중요합니다. 문자가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하지 못해도 대단히 중요한 것처럼. 다만, 악보를 너무 과신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3) 정간보와 5선 악보의 차이

정간보나 5선보나 음악을 기록하는 악보라는 점에서는 서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국악과 서양음악이 다르듯 이 두 악보는 국악과 서양음악이 다른 것만큼의 차이점이 있다.
우선, 5선보는 음의 높낮이를 구별하기에 무척 편리한 악보이다. 그래서 악보를 전혀 읽을 줄 모르는 사람도 최소한 어느 쪽의 음이 더 높고 낮은지는 음표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정간보의 경우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 시력이 정상이라도 실력이 비정상이면 음이 더 높은지, 음이 더 높은지 구별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정간보는 한 칸에 음이름을 하나씩만 적어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화음을 적어 넣을 수가 없다.


반면, 정간보는 음의 길이를 읽는데는 5선보 보다 훨씬 편리한 악보이다. 정간보에서 한 칸은 무조건 한 박으로 세면 되니까. 그러나 5선보에서는 무척 복잡합다. 가령, 한 박 길이를 나타내는 음표의 경우 고정불변의 음표가 없이 박자에 따라 모두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4분음표(♩)라도 다음과 같이 박자에 따라 그 길이가 여러가지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하므로 숫자 계산에 약한 우리 한국사람들은 5선보에서 음표 길이를 익히는데 무척 애를 많이 먹게 돤다. 쉼표의 경우도 정간보쪽이 훨씬 편리하다. 현재의 정간보에서는 △하나면 만사형통이니까.
한 가지 모양으로 된 표가 어느 위치에 놓이느냐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5선보에서 쉼표는 음표만큼이나 복잡 다양하다. 우선, 쉼표의 모양만 익히는데도 한참 걸린다. 특히, 온쉼표와 2분쉼표는 초보자들에게 항상 혼란을 일으키는 쉼표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악보간의 우열이 아니라 특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즉, 서양음악은 화성이 바탕이 되는 높낮이 중심의 음악이므로 5선보도 이러한 특징에 알맞게 만들어진 것이고, 국악은 리듬과 가락이 바탕이 되는 음악이니 정간보 또한 이러한 특징에 알맞게 각각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음식물을 담는 식기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서양 식기는 대체적으로 넓적한 것이 많은 반면 우리 식기는 깊은 것이 많은데, 양식은 건조한 것이, 한식은 습한 것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기는 음식물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되듯이 악보는 음악의 특징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이 변하는한 악보도 계속 변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현대 서양음악에서는 매우 다양한 새로운 형태의 악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서 5선보는 이제 고악보가 되어가고 있을 정도이다.

기준음높이

상식적인 얘기지만, 서양음악에서는 440㎐의 음을 기준음고(표준음고)로 사용하고 있다.
즉, 1초동안 진동수가 440인 a(가)음을 기준음고를 정한 것이다. 이 440㎐=a음을 국제고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이것은 국제고도가 아니라 서양고도인 셈이다.


서양인들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서 항상 자기네 것이 세계의 기준이며, 으뜸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디언들이 1만 5천년 동안이나 살아왔던 아메리카대륙에 대해서도 백인들은 그 대륙을 차지한 그 날부터를 아메리카 역사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인종만큼이나, 또 언어만큼이나 다종다양한 음악에 어떻게 국제고도란 것이 성립될 수 있을까? 이것은 바벨탑 붕괴로 인한 신의 형벌과 은혜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라고 생각돤다.


피아노가 악기의 왕이란 것도 순전히 서양음악적인 음악관에서 생겨난 편견입니다. 피아노는 장점만큼 또 단점도 많은 악기이다. 각설하고, 그럼 우리 국악에서는 기준음이 무엇일까? 바로 '황종'이란 음이다. 그런데 국악에서 기준음인 황종은 크게 두 종유가 있다. 하나는 서양의 (다)음에 가까운 황종이고, 또 하나는 서양의 내림마음에 가까운 황종이다. 앞의 것(c≒황)은 중국계 국악인 아악이나 당악의 기준음이 되며, 뒤의 것은 향악계 국악의 기준음이 된다. 그래서 국악기라도 편종·편경, 당피리 등은 향악기가 아니므로 조율되며, 거문고나 대금같은 향악기로 각각 조율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준 음 황종의 높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이것은 우리나라가 과거에 중국의 영향권내에 있었으면서도 중국 음악에 대한 맹목적인 수용을 거부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나름대로의 기준음인 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악학궤범에 의하면 기준음 황종은 잘 영근 기장알 1,200알을 담을 수 있는 부피의 대나무관을 황종관으로 삼아 여기서 나는 음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천생자연의 대나무에 천생자연의 물건을 담으면 근소한 차이의 길고 짧음과 용량의 많고 적음, 음의 높고 낮음, 중량의 가볍고 무거움이 모두 자연에서 나고 인공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중화음이 나오가 대악이 형성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다분히 철학적인 것 같다. 반면, 진동수까지 따져 기준음고를 정한 서양음악은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과학적이란 생각이 든다. 음악은 철학적인 면과 과학적인 면 두 가지가 다 필요하지만 음악이 결국은 인간의 정서에 그 귀착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좀 더 철학적인 면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판단된다.


이것으로 두 음악의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원래는 이보다 더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두가지만을 알아보았다.


음악을 비교하는 것이 쉬운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음악을 비교해가면서 각 음악의 장단점을 알아간다면 각 음악에 대해서 좀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처 : 정원기의 국악 아카데미
글쓴이 : 세요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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