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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양한 실험을 통한 전통축제의 가능성 확인-주강현님

花受紛-동아줄 2008. 12. 15. 23:29

 

     ◈ 筆者 : 주강현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 / 문화재전문위원>

 

Ⅰ. 정통성을 기준으로 한 복원

축제의 범주는 물론이고 개념정의 자체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각종 축제들이 난무하고 있다. 선의로 본다면 그만큼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 답게 축제가 활성화되었다는 증거이며, 악평한다면 '실제로는 축제다운 축제가 별로 없다'는 표현도 가능한 대목이다. 2001년 축제의 현주소는 이같은 야누스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이같은 혼효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01년에 이루어진 전통축제도 21세기 현대적 시공간에서 이루어졌을 뿐, 당연히 전근대사회 나름의 축제적 층위를 연속적으로 잇고 있다. 기존에 전통시대부터 이어지던 축제는 물론이고 새롭게 재현, 복원된 축제들이 전통적 층위에 기대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어쩌면 일면 복고주의란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전통의 법고창신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더욱이 신자유주의의 급격한 세계화 속에서 지역적 정체성이 해체되어나가는 측면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측면에서 긍정성이 인정되기도 한다. 축제를 평가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전통축제의 경우에는 역시 그 전통성에 눈길을 돌리고 기준잣대를 전통성에 둠으로써 논의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가권력에서 관장한 전통축제의 전통이다.

국가에서 전통축제를 전담해온 역사는 실로 오래다. 삼국시대는 물론이고, 「고려사」지(志)를 보면, 예(禮)에 길례대사(吉禮), 흉례(凶禮), 군례(軍禮), 가례(嘉禮) 악(樂)에 아악(雅樂), 당악(唐樂), 속악(俗樂)을 망라하였으니 국가적인 전통축제가 긴요하였다. 조선시대에도 국가상층부에서 유교통치원리에 의한 예악(禮樂)을 중시하였으니, 국가통치이데올로기에서 무형문화가 사상문화적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20세기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묘제례악 등이 대표적인 국가적 축제다. 2001년에도 예외 없이 종묘에서 종묘제례악이 펼쳐졌으며 가두행진을 비롯한 일련의 볼거리가 연출되었다. '선농제향'(서울시 동대문구) 같은 국가적인 제향, 그리고 각종 궁중의상을 복원시킨 다양한 궁궐문화 재현도 이루어졌다. 지방에도 영향을 미쳐서 '웅진 수문병근무교대식'(공주시)은 서울시의 창덕궁, 덕수궁 근무교대식이 확산된 결과물로 엿보인다. 경복궁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낙성식을 필두로 한 다양한 궁궐문화적 축제재현이 가시화되기도 하였다.

이같은 축제들은 외국인관광객에게 궁궐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참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나, 일과성행사에 자원을 '낭비'하고 전근대적인 궁궐풍습을 재현하는 것이 시민사회에서 평등주의적 복지문화정책을 구현하는데 어떤 이득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일각의 비판도 존재한다. 

둘째, 지역단위 향촌에서 별도의 축제가 존재했다.

중앙권력의 예악을 이어받아 향촌에서 향촌문화권력을 장악하면서, 동시에 향촌의 토착의례와 결합하는 이중적인 방식을 보여주었다. 조선왕조의 지방사회에서 읍치를 중심으로 편성 운영된 군현체제는 단순한 행정구역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지방민에게 군현체제는 하나의 생활권이며, 그들이 중앙정부와 만나는 최고의 단위였다. 그러나 읍치의 의례는 읍치에 거주하면서 관역을 세습해 온 향리들의 이해를 강하게 반영하였다.

그 대표적인 축제로 강릉단오제를 손꼽을 수 있다. 강릉시에서 주관하는 현대적 축제로 발전하고 있으나 그 뿌리는 읍치의 축제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영산 읍내에서 행해지던 작은 읍치의 줄다리기와 쇠머리대기축제, 자인현에서 행해지던 단오제축제 등도 읍치축제이다. 멀리 제주도에서도 기왕에 제주목에서 행해지던 입춘굿놀이(목우희)를 재현하여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같은 시도는 전통적 읍치축제가 21세기 공간에서 재현되었음을 뜻한다.

셋째, 마을축제가 그것이다.

읍치를 벗어나 마을단위로 가면 마을공동체적인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마을단위의 축제가 별도로 존재하였다. 조선후기에 이르러 동계 전체가 하나의 마을굿을 행하던 경우와 달리 촌마다 마을수호신을 독자적으로 모시는 경향이 늘어났다. 양반들은 이를 음사(淫祀)라고 비판하였으며, 음사에 대한 대비책은 성리학적 이념에 입각한 「삼강행실도」, 「소학」 등의 윤리서와 향사례, 향음주례의 보급운동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마을굿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존속되었다는 데서도 촌계(村契)의 독자성은 뚜렷했다.

장승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보름놀이 등이 바로 마을굿에 연원을 둔 축제로 여겨진다. 시청이나 군청, 문화원, 심지어 구나 면 단위에서 소소한 축제가 마을굿의 연속성에서 이루어졌다. 실제로 통계에 잡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무관하게 주민의 자발적인 각출과 공동경비로 이루어진 마을굿 형식의 축제가 실로 전통축제를 떠받치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국 곳곳에서 마을굿이 펼쳐져서 이에 수반된 장승제, 줄다리기 등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들 마을굿축제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관계로 일괄로 자료제시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나 여전히 2001년에 이루어졌던 전통축제 속에서 숫자로 볼 때나 내용적 진실성으로 보거나 단연 압권을 이룬다고 하겠다.

돌이켜보면, 일제식민지와 분단을 거치면서 전통시대의 문화층위가 와해된 상태에서 새로운 층위를 모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중앙문화와 지방문화가 균형을 이루면서 존재했던 균형감도 깨진 상태에서 오로지 중앙집중문화 방식으로 문화정책이 구사되기 시작하였다. 읍치문화가 지녔던 향촌문화의 독자성이 와해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중앙문화 따라하기' 풍조만이 성행했다. 군사정권의 중앙집중적 속성은 문화적 중앙집중도를 더욱 조장하였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를 여는 방식 같이 군사문화적인 '속도감'이 창출되었다. 속도와 효율성은 증산 '수출'건설시대의 화두였으며, 무형문화정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지방 군소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향토축제가 선보였는 바, 미인뽑기대회, 글짓기대회 따위의 천편일률적인 행사로 가득 찼을 뿐 어떤 지역적 전통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같은 기형적인 전통은 사실 일제시대에 조장되었으며, 해방 이후에 촉진되었고, 군사정부 아래서 적극 권장되었다. 그 결과 21세기 초엽까지 지방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지역축제들은 천편일률적인 내용물과 관에 의한 획일적인 프로그램이 선보일 뿐, 우리문화의 자생력을 이어주는 문화의 전통성은 약하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이 마쯔리라는 지방축제를 현대화하면서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꾀하는 사례와 대비된다.

 

이점은 2001년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과제풀이가 더욱 중요하다. 2001년 전통축제는 그동안 와해된 축제의 층위를 되찾는 과도기로 여겨진다. 촌평을 가한다면, 그 과도기적 상황을 빨리 끝내고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가령 제주시에서 이루어진 입춘굿놀이가 하나의 모범적 실례로 적시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 입춘굿놀이는 탐라시대의 친경(親耕) 유습이 조선시대에 와서 제주목사가 제주도의 심방을 모두 모아 비용을 대고 제주(祭主)가 되어 벌이는 굿형태로 발전한 바 있다. 관민합동의 나희(儺戱)로써 풍농굿과 제주목 관아의 문굿이 복합된 굿놀이 뒤에 여흥으로 탈굿놀이인 입춘탈굿놀이가 말미를 장식하는 완성형 입춘굿놀이가 되었다. 이같은 전통을 기반으로 제주도의 풍물굿인 걸궁, 낭쉐고사(木牛告祀), 풍물판굿과 영감놀이, 낭쉐몰이거리굿, 입춘굿, 입춘굿탈놀이 등으로 복원하였다.

 

이같은 복원을 위하여 지속적인 연구사업이 이루어지는 한편, 입춘굿놀이 복원을 위한 타지역과의 교류사업, 목우 제작기능 전수, 입춘탈의 제작과 기능전수, 입춘굿탈의 대본화작업, 무신도를 토대로 한 제주신화 창작전 개최, 제주시내 19개 걸궁팀의 특장화, 거리굿과 전야제 등 전통축제의 도시축제화, 제주시 문화권의 제주읍성 집결, 입춘굿축제 지역의 상권개발, 축제상품의 개발과 판매,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연희개발 등이 병행되었다.그 지향점은 탐라적 전통성을 되살리는 것이며 내용상으로도 성공한 축제로 기록된다. 입춘굿놀이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복원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여타 축제에서도 하나의 복원 모범사례로 여겨진다.

 

Ⅱ. 다양한 실험과 그 현황

2001년 전통축제의 구체적인 현황을 살펴본다.
전통축제는 여타 어느 축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역공동체성을 밑바탕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자제 실시 이후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전통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서 대체로 전근대사회의 전통적 제의성을 이어가는 축제가 있는 반면에 이를 대체시킬 수 있는 요소를 다양한 양식으로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전근대사회적 잣대로 축제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사회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복잡다단해졌다. 따라서 새로운 대체요소가 늘 요구되고 있다. 그 대체요소로는 상권강화, 역사인물 재현, 예술적 심미성 강조 등이 손꼽힌다. 제의를 대체할 축제의 내용을 지역공동체의 역사, 문화, 상업적 특성에서 찾는 것이다. 이천쌀축제, 도자기축제 같은 상권강화, 장보고축제, 왕인문화제, 다산문화제, 율곡문화제 같은 역사인물찾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들 축제에 '실험'이라는 표현을 붙였음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축제들이 2001년에도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적 증거이기도 하다.

첫째, 상업적 기대치와 연계되었거나 관광문화자원과 연계된 지역축제가 두루 존재한다.

지역의 자연자원이나 특산물 등을 끌어들인 축제를 반드시 전통축제로 볼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지만, 그래도 역사적 연원이 있는 매개물을 끌여들였다는 점에서 전통축제라고 광의로 해석한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주목된다. 특산자원 및 자연자원을 활용한 축제로는 대략 다음 같은 것들이 2001년에도 펼쳐졌다.

 

빙어축제(인제군), 대관령눈꽃축제, 태백산눈축제(태백시), 고로쇠약수제(남원시), 수안보온천제(충주시), 관악산철쭉제(서울시 관악구), 도봉산축제(서울시 도봉구), 약령시축제(대구시), 화왕산억새태우기(창녕군), 지리산철쭉제(구례군), 소백산철쭉제(단양군), 태백산철쭉제(태백시), 보령머드제(보령시), 수박축제(완주군, 고창군), 연꽃축제(무안군), 반딧불축제(부안군), 무등축제(광주시), 연어축제(양양군), 단풍축제(내장산), 얼음골사과축제(밀양시) 등이 그것이다.

둘째, 세시절기별 축제가 2001년에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어떤 축제도 절기를 무시할 수 없다. 가령 눈꽃축제처럼 자연자원을 활용한 축제가 절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에서 절기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1월과 2월의 정월과 대보름축제는 일년 중에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였다. 정월대보름맞이민속놀이(연천군), 황도붕기풍어제(태안군), 안섬풍어당굿(당진군), 정월대보름들불축제(북제주군), 해운대달맞이축제(부산시), 달맞이축제(금산문화원), 위도띠뱃놀이(부안군), 줄포연날리기(부안군), 민속놀이경연대회(순창군), 민속연날리기대회(해남군), 세시풍속한마당잔치(나주시), 화양줄다리기(청도군), 달집놀이(청도군), 진동줄다리기 및 대보름행사(마산시) 등이 이루어졌다. 황도붕기풍어제와 위도띠뱃놀이 등은 국가지정문화재로서 매년 끊김없이 이루어져 왔다.

3·1민속문화제의 백미인 영산줄다리기와 영산쇠머리대기, 그리고 이에 부속된 청소년들의 골목줄다리기와 학생들에 의하여 시연되는 영산쇠머리대기는 청소년민속교육의 진작이라는 측면에서도 돋보인다. 3·1민속문화제는 예외없이 '전국 최고, 최대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 내용성과 축제의 신명성에서 금년에도 변함이 없었다. 음식축제가 드문 처지에 한국의 술과 떡잔치(경주시)도 주목된다. 3월에는 유형문화유산을 활용한 화도진축제(인천시), 행주대첩제(고양시) 등이 이루어졌다. 2년마다 열리는 기지시줄다리기(당진군)는 3월을 장식한 최대의 전통축제로 연인원 10여만 명의 인파를 동원하였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앞의 영산줄다리기와 더불어 가장 대규모적인 대동단결을 촉구하는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4월에는 양주소놀이굿(양주군), 단종문화제(영월군) 등이 이루어졌다. 동춘당문화제(대전시 대덕구)는 지역단위 유교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왕의 은산별신굿과 더불어 새롭게 백제유민의 넋을 달래는 임천충혼제(부여군)도 열렸다. 복사꽃예술제(부천시)는 전통축제는 아니지만 그 내용물 안에 다수의 전통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5월에는 날뫼풍물굿 등이 가미된 날뫼축제(대구시 서구) 등이 있으나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의 현대적 행사에 비하면 5월의 전통축제는 사실상 약한 절기이다. 6월에는 강릉단오제(강릉시), 아우내단오축제(아우내문화원), 법성단오제(영광군), 자인단오제 등 단오제 전통이 2001년에도 이어졌다. 강릉과 법성, 자인 등은 전통적인 맥락에 서 있으나 아우내처럼 문화원 단위에서 단오제를 이어가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7월에는 금강민속축제(금산군), 곰나루축제(공주시), 8월에는 연산백중놀이(논산군), 밀양백중놀이(밀양시) 등이 펼쳐졌다. 여름철을 이용한 기장해변축제(기장군), 을숙도강변음악제(부산시 사하구), 부산바다축제(부산시) 등이 열렸으나 지극히 현대적인 축제들로 풍물굿 등이 가미된 정도다.

 

9월에는 문화유산을 이용한 한성백제문화제(서울시 송파구), 안성마춤축제(안성시),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서울시) 등이 펼쳐졌다. 통과의례축제는 의도와는 다르게 통과의례의 축제적 성격을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여 향후 방향타를 잡는데 보다 많은 신경이 요구된다. 10월에는 바위절호상놀이(서울시 강동구), 마들축제(서울시 노원구) 등 그밖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화제가 펼쳐졌다.

 

11월에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운주대축제(화순군), 12월에는 양양낙산해맞이축제(양양군), 향일암일출제(여수시), 성산일출제(북제주군) 등이 펼쳐졌다. 근 5년여 사이에 두드러진 축제로서 새해맞이를 일출관람으로 시작하려는 시도가 관광문화차원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 바 대략 12월 31일 밤에 시작하여 1월 1일 아침에 끝나는 축제가 그것이다.


 

셋째,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이른바 '구민의 날, 구민의 축제' 등이다.

이들 축제는 구민축제, 구민의 날 기념축제, 주민화합을 위한 축제 등으로 명명되는 바, 그 내용은 대개 노래자랑, 체육대회, 각종공연 등이다. 주민한마당(인천시 연수구청), 아리랑고개를 활용한 아리랑축제(서울시 성북구), 강남문화제(강남구), 서초문화제(서울시 서초구) 등이 하나의 사례로 적시될 것이다. 이들 축제에서도 예외 없이 전통적 문화기재가 일부 활용되고는 있으나 과연 전통축제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

이들 축제에서 몇 가지 주목할만한 일도 벌어졌다. 가령 청도소싸움이 입장유료화에 성공한 것은 획기적인 일로 인정된다. 국내최초로 30대 문화관광축제 중에서 입장유료화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면서 30만 명 입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물론 우권발매사업 등이 야기할지도 모를 흥행성의 문제점, 더 나아가서 서구에서 투우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듯이 동물간의 싸움을 비판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 그렇기는 해도 유료화입장 성공은 전통적 축제를 현대적 상황에서 얼마든지 가능성 있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001년에 무엇보다 큰 특산물축제로 이천과 여주, 광주 등을 연계한 『세계도자기엑스포2001』을 꼽을 수 있다. 한국 도자기 역사상 최장기간에 걸쳐서 전세계 도자기가 결집한 본격적인 전시회였으며, 한국의 도자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적극적 계기였다. 도자문화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며 잉여로 창출될 부대수익은 엄청난 액수로 자평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도의 총력을 퍼부은 결과지만 반드시 그 성과가 자찬할 것만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정작 외국인이 기대보다 덜 왔다는 측면이 그것이다.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면서도 여러 면에서 보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주민과 함께 하는 대학축제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축제기간에 주민을 초청한다거나 더 적극적으로 대학을 벗어나 지역공간으로 파고드는 축제가 늘어나고 있다. 그 축제내용물에 전통적인 문화가 다수 매개되어 있다.

안성의 중앙대 예술대학이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6일 동안 축제한마당을 안성에서 펼쳤다. 안성지역 전통고사 및 길놀이로 시작하여 지역과 대학간의 거리감을 해소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안성문예회관에서는 예술대학생들이 준비한 작품전시, 공연 등이 펼쳐져서 현대적 기재로 주민들과 만났다. 중앙대에 이어 수원 아주대의 축제도 주민과 함께 펼쳐졌으며 이같은 경향이 널리 번지고 있다.
영주시 선비촌 야외놀이마당에서 펼쳐진 전국민속예술축제는 기왕에 '개혁'된 민속예술축제가 이번에도 소박한 놀이마당에서 펼쳐짐으로써 기왕의 운동장식 매스게임을 탈피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여전히 경연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이름만 축제라는 비판을 받았는 바, 이는 앞으로 해결할 과제로 남겨졌다.

 

Ⅲ. 축제의 가치인식과 객관적 평가 필요

지난 10여년 간 지자제시대에 발맞추어 각종 다양한 축제들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대에 강제로 단절된 축제를 복원시키려는 자생의 몸짓이기도 하다. 반면에 지역개발을 매개로 한 마구잡이 축제도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축제의 주체인 시민이나 군민은 없고 '기획회사만 살찌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떤 축제도 기획되어져야 함은 사실이나 그 과정이 오로지 기획만을 위한 방향으로 내달릴 때, 그 축제는 성공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역의 문화예술인에게 축제를 맡긴다고 할 때, '나누어 먹기식 축제'가 될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앞에서 예로 든 제주도 문화예술인들이 주체가 된 입춘굿놀이는 문화예술인들이 기획적 전문성을 갖출 경우에 지역단위에서 높은 수준의 전통축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또한 영산줄다리기와 쇠머리대기에서 잘 보여지듯, 가장 성공적인 축제는 역시나 지역민의 대동단결한 정신에서 비롯된다. 축제는 다중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축제다워지는 것이다.

 

2001년의 어떤 전통축제도 동일하겠지만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는 의문이다. 자체평가단을 비롯하여 행사 후 사회의 전문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행정감사가 이루어지듯이 축제도 그 내용성에 관한 전문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축제에 관한 올바른 평가기준치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전통축제의 현주소가 다소간 주먹구구식이라는 측면을 말해주기도 한다. 2001년에도 축제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들은 미흡한 단계이다.

돌이켜보면, 축제를 상실한 우리시대의 일반적 특징은 대리만족의 시대가 아닐까. 이제 문화는 더이상 생산과 축제의 문화이기를 멈추었다. 문화자체가 소비품목이 된 탓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거대자본주의가 거둔 가장 중요한 전리품의 하나는 바로 문화라는 소비품목이다. 그 소비품은 더 이상 기존의 일과 놀이, 혹은 일과 제의를 벗어난지 오래다. 오늘의 문화는 배설을 원한다. 그 배설은 포만한 잔치, 끝없는 욕망의 굴레, 되풀이되어 끝내 거부할 수 없도록 포박지우는 광고선전, 그리하여 다양한 종류의 배설로 특징지워진다. 화장실은 늘 쾌락한 공간이며 쓰레기장은 늘 넘쳐나며 도시의 하수처리가 사회문제로 된 것은 이미 고전에 속하며 침실에서 이루어지는 남과 여의 섞임이 밤낮 없는 배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누구나 그 배설의 기쁨, 경건성, 놀라움, 찬란함 따위에 영탄하고 감탄하고 끝내 자신도 늘 배설하고 만다.

 

대리만족, 그 배설의 시대에 우리는 전통축제를 다시금 예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영산읍을 문화민족의 자부심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놀이다운 놀이가 사라져 가는 시대에 전범을 보여주는 '모범학습장'이라는 점이 아닐까. 축제는 다시 태어날 죽음과 삶, 꿈 사이의 대화이며, 그것은 하나의 전복이며, 문화의 표상이 아니라 문화의 파괴이다.

무형의 축제문화는 해당 민족문화를 구성하는 근본토대일뿐더러 법고창신하여 21세기를 대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시장논리로만 재단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가치를 지닌다. 무형의 축제를 잘 보존함은 문화산업화의 절대적인 지름길이다. 지적소유권의 시대, 정보산업사회에서 축제문화는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며, 자산가치만으로도 무한대이다. 무형의 축제에는 민중의 집적된 총의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평등문화로서 보장받을 역사적 환경이 축적되어 있다. 놀라운 기동성을 지니고 있고, 문화적 확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축제의 자산은 재평가되기 시작하고 있다.

21세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로 나아가야 하며, 무형문화의 존재가치가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역동적인 세계화로 나아갈 사고의 틀, 조직의 틀이 필요하다. 시대정신과 과감한 전환으로 21세기 우리문화를 창출하는 데서 무형의 축제전통의 희망이 있지 않을까. 2001년의 현주소는 이같은 과도기적 정황을 잘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의 명절과 민족문화

http://www.jygo.net/root/myungjul.htm

 

출처 : 정원기의 국악 아카데미
글쓴이 : 세요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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