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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류시화

花受紛-동아줄 2008. 10. 12. 20:08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류시화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 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리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여기, 거기, 그리고 모든 곳에
멀리, 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봐
이 모든 것들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누구든 떠나갈 때에는...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David Russell - Guitar

 

출처 : 올리브나무 그늘 아래서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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