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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花受紛-동아줄 2007. 9. 19. 22:17












김삿갓의 마지막 시

김삿갓(김병연 1807~1863)

김삿갓은 마지막으로 이 시에

자신의 일생'을 읊었다.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는데

내 평생은 혼자 슬프게 살아 왔구나

짚신 신고 지팡이로 천리길을 다니며


물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지

남들을 탓하랴 하늘을 원망하랴


해가 저물면 마음이 서럽고 슬펐노라

어려서는 그래도 넉넉한 집에 태어나


한강가 이름 있는 고향에서 자랐다

조상은 부귀영화를 누려왔던 집안


장안에서도 이름 높은 가문 이었다

이웃 사람들 득남했다 축하해 주며


언젠가는 출세하리라 기대 했건만

자랄수록 운명이 자꾸만 기구하여


오래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다

의지할 친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부모마저 돌아가셔 집안이 망했도다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 같고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남쪽 지방은 자고로 나그네가 많은 곳


부평초 처럼 떠돌아 다니기 몇 해던고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오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풍월을 읊는 사랑방은 늘 비었더라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후한 집 박한 집 모두 겪어보았노라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흐르는 세월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길위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이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