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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치)란??

花受紛-동아줄 2007. 9. 4. 23:20

채(마치)란??




우리의 장단에 사용되는 ‘채’라는 용어는 사실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마치’라는 말도 ‘채’와 비슷한 경우에 사용됩니다...

그런데 전통장단에 사용되는 용어 중의 하나인 ‘채’라는 용어가 “장고채, 북채, 징채 등 타악기를 치거나 소리를 내는 기구”(국어사전)에서 왔는지, 아니면 “집채, 안채, 사랑채 등 건물에 관한 낱말 뒤에 붙어, 집의 ‘동(棟)’이나 ‘덩이’를 뜻하는 말”(국어사전)에서 유래되었을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학계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못하고 있구요...

그런데 ‘마치’의 용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무엇을 두드리거나 못 따위를 박는 데 쓰이는 작은 연장. 망치의 잘못”이라고 되어있는데, 이걸 보면 채나 마치라는 용어는 아마 무언가 두드린다는 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채와 마치가 전통장단에 쓰이는 사례들을 살펴보지요...


1. 징의 타점 수를 뜻하는 경우 ;

가장 대표적인 것인 호남좌도 필봉마을풍물굿의 판굿에서 쓰이는 채굿들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채굿들은 1채에서 7채까지 모두 7가지의 장단들이 사용되는데, 1채에는 징 한 번, 7채에는 7개의 징 타점이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징의 타점들은 요사이 실제 연주에서는 별로 안 지켜집니다...

그렇다면 타점이 안 지켜질 때는 아래에 3번이나 4번의 사례로 설명하는 경우로 보아야 하겠지요...

여기서 징 타점의 수는 그 장단에 담긴 호흡의 수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필봉풍물굿에 쓰이는 1채의 경우, 호흡은 6번을 하니까요...


2. 호흡의 수를 뜻하는 경우 ;

호남우도굿의 경우, 그냥 어지러이 타점만을 나열하는 ‘난타’(혹은 내드림 가락)를 두고 일채라고 하고, 휘몰이를 ‘이채’라고 합니다... 이 경우는 징은 한 번 치지만, 호흡은 두 번을 하는 장단이므로 호흡의 수를 따라 이채라고 부르는 경우가 되겠지요...

그리고 ‘세마치’ 장단의 경우, 이는 세 개의 호흡이 있는 장단, 다시 말해서 한 장단 안에서 마음의 출렁임이 세 번 일어나는 장단이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입니다...

제가 웃다리 풍물굿의 7채 장단의 호흡을 설명하면서 “아마 이렇게 호흡을 7번하니까 7채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린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7채 장단에는 징의 타점도 7번이 있으므로 그것을 기준으로 7채라고 이해를 해도 되지요...

(그런데 이 때 징의 타점 수와 호흡의 수가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위치는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판소리에서는 진양장단을 빨리 몰아 연주하는 것을 역시 ‘세마치’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호흡과는 상관없는 표현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호흡을 6번을 하거든요...


3. '~가락'을 뜻하는 경우 ;

우리 전통장단에는 1번의 경우처럼 ‘채’앞에 숫자가 붙는 경우도 있지만, ‘채’가 장단 이름 뒤에 접미사처럼 붙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가락’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경기도당굿에서는 ‘섭채’, ‘봉등채’, ‘연결채’, ‘올림채’ 등의 경우처럼 장단이름의 끝에 ‘채’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도 마찬가지입니다...

판소리에서의 ‘세마치’, 경기도당굿의 ‘겹마치기’, 진안풍물굿의 '열두마치' 등은 징의 타점이나 호흡과는 별 관련 없이 붙은 것입니다...

이렇게 사용된 ‘채’나 ‘마치’는 접미사처럼 '~가락' 혹은 ‘~장단’의 뜻으로 사용된 경우이지요...


4. 연주 순서를 뜻하는 경우 ;

다시 한 번 더 필봉마을 풍물굿 중에서 ‘채굿’을 예로 들어야 하겠습니다...

이 지역의 채굿에는 1채에서부터 7채까지가 있는데, 이 지역의 3채는 이 채굿 중에서 3번째로 연주되는 가락입니다...

그런데 이 채굿 가락들 중에서 5채는 오채질(길)굿, 혹은 겹질굿이라고 하여 외마치질굿을 치고 난 직후에 본격적인 채굿을 치기 전에 미리 따로 빼내어 연주를 합니다...

다시 말씀을 드리자면 원래 채굿은 1-2-3-4-5-6-7채의 순으로 편성이 되어있지만, 이중에서 5채만을 따로 빼어내어 5-1-2-3-4-6-7채의 순으로 연주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의 채굿가락들을 살펴보면 5채를 제외한 1, 2, 3, 4, 6, 7채들은 서로 호흡의 구성방식이나 타법의 구사가 서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유독 5채만 3분박과 2분박이 이리 저리 뒤섞여 있는 불균등형 장단이지요...

그래서 따로 빼내어 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채’나 '마치'가 쓰이는 경우들을 살펴보면 그 용례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과거에는 '채'나 ‘마치’가 주로 1번이나 2번의 경우, 즉 징 타점의 수나 호흡의 수를 뜻하는 용어였으나, 세월이 흐르고 여러 사람을 통한 전승이 일어나면서 점점 그 의미가 약화된 것이 아닐까하는 의견이 개진된 바가 있습니다...(이보형 문화재위원의 의견)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제 의견을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채’니 ‘마치’니 하는 용어에 큰 의미를 두어 이해하려고 하시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것들이 특정숫자와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더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숫자가 징의 타점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고, 호흡의 경우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그것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저도 그동안 이 ‘채’와 ‘마치’에 대해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제발 전통장단이나 문화, 예술 등을 논하면서 이름에 속지 말라~!!!”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통장단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삶을 거치며 쉼 없이 변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변해나갈 것이구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 잘 따져서 공부를 해보려는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호함, 확실치 않음, 불확정적임 따위는 차라리 전통의 특질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전통은 ‘통(統)’, 즉 본질을 전하는 것이므로, 그 형식과 모습은 끊임없이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이름이나 가름으로 구분 짓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일입니다...

흐르는 물위에 종이배를 띄워 놓고는 나중에 “어~ 내 배 어디 갔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우리 장단을 볼 때는 “長短은 不立文字, 敎外別傳이니 直指長短心”하여야 할 것입니다...

(저는 불교도는 아닙니다만 잠시 이 말을 빌려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