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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尊嚴死)와 관련해 대조되는 두 가지의 사례가

花受紛-동아줄 2009. 12. 23. 22:09

<출처: 조선일보 20090225>


환자에게 죽음 얘기하는 걸 꺼리는 문화

대부분 임종 임박해 가족들이 결정…

"혼란 막기위해 사전의사결정制 도입해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존엄사(尊嚴死)와 관련해 대조되는 두 가지의 사례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2심에서 존엄사 허용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까지 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김모(77)씨와, 연명(延命) 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히고 선종(善終)을 맞이한 김수환 추기경의 사례다.


세브란스병원측은 24일 "대법원 최종 심판 없이 병원이 김씨의 인공호흡기를 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복잡한 법적 분쟁으로 비화한 것은 김씨 본인에게 미리 존엄사 의사를 받아놓지 않은 탓도 있다.


존엄사는 인간답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 본인의 권리다. 회생 가능성 없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여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받지 않고 고통 없이 세상을 마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내엔 아직 존엄사 법안이 없지만 1990년 후반부터 서울대병원·국립암센터·서울아산병원 등 대부분의 종합병원이 말기 환자 측으로부터 연명 치료 거부서약서를 받는 존엄사 제도를 운용해 왔다. 그러나 현재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병원 현장의 존엄사는 김 추기경의 경우와 달리 가족이 대신 결정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임종 임박해 결정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본인 스스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결정하는 존엄사 본래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 아닌 가족이 결정


김 추기경은 지난해 9월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소생 가능성이 없는 과도한 치료는 받지 않겠다며 의료진에 연명 치료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의식이 명료할 때 존엄사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 이런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서울 A대학병원 내과 집중치료실에 누워 있는 김모(여·70)씨는 당뇨와 신부전증(腎不全症)으로 10여년을 고생한 끝에 임종 단계에 들어섰다. 김씨는 며칠 전 날짜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이 돼 있다. 그러나 서약의 당사자는 김씨가 아닌 그의 가족이다. 큰아들 박모(44)씨는 "어머니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 결정했지만 미리 어머니와 상의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7개월 동안 병원에서 사망한 암(癌) 환자 213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85%가 연명 치료 거부 서약을 했다(2008·대한내과학회지). 그중 환자 스스로 서약을 한 경우는 없었고, 모두 가족이 결정했다. 서약 환자의 80%는 의식이 명료한 상태였는데도 본인이 하지 않았다.


서울대보라매병원이 말기 암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87%(143명)가 연명 치료 거부에 서약했지만 환자 본인이 서약한 경우는 1명에 불과했다. "환자에게 죽음의 방식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이기 때문에 '가족 결정'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뤄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중환자실장의 분석이다.


대외법률사무소 김선욱 변호사는 "환자 본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가족 중 누군가가 나중에 '왜 소생 치료를 하지 않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 분쟁에 휩싸일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임종 임박해 결정


김 추기경은 본인이 먼저 존엄사를 의료진에 제안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아산병원·보라매병원 조사에 따르면 의료진 쪽이 존엄사를 제안한 비율이 10명 중 8~9명꼴이다. 존엄사 서약 시점도 사망하기 평균 8일 전에 이뤄졌다. 존엄사가 의사의 제안으로, 환자가 아닌 가족의 결정으로 그것도 충분한 논의 시간을 두지 않고 이뤄진다는 얘기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환자들이 중증 상태에서 미리 연명 치료 거부 범위를 서면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죽음의 방식을 본인이 결정하는 '사전의사결정' 제도다.


김 추기경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내과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 몇 년 전부터 존엄사 얘기를 수차례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분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었다"며 "치료 도중 갑작스레 상태가 나빠져 인공호흡기 등 생명 연장 치료를 한 경우에는 누구도 존엄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고 존엄사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사전의사결정제도 등 존엄사 제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존엄사(尊嚴死)

임종 단계에 들어섰을 때 생명연장 치료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 생명 유지를 위한 약물 투여나 인위적 영양 공급 중단 범위에 따라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로도 분류된다.


존엄사 대법원행…세브란스 상고결정

<출처: 동아일보 20090225>


세브란스 병원이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해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4일 상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한 보호자들의 인공호흡기 제거 요구에서 비롯된 존엄사 논란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심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시간여에 걸쳐 병원 회의실에서 박창일 연세의료원장과 보직교수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정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병원은 지난 19일 1차 고위정책회의를 개최했지만 상고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었다.


병원측은 최근의 생명경시풍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바탕으로 환자의 현재 상태, 생명존엄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관, 환자의 생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의료의 특성, 옆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보호자의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회의 최종적 판단인 대법원의 판결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소송 대상 환자는 인공호흡기로 기계호흡을 유지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통증에 반응을 보이고, 혈압 등도 안정적이며 튜브영양공급에 대한 거부감 없이 영양공급이 잘 되는 등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경우 수 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일한 생명 유지 장치인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의료원장은 이어 "존엄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하고 있지만 인간생명은 합리성이나 실용성에 근거해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명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키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세브란스 124년의 한결같은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산소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환자 측이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 김모(77.여)씨는 현재까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