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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이 최선이다

花受紛-동아줄 2009. 7. 17. 23:22

예방이 최선이다

 

얼마 전 유엔의 마약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다가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영국이 중국을 침략키 위해 19세기 중반 아편전쟁을 일으킨 후 반세기가 훨씬 지난

1909년 2월 당시 세계 열강과 중국은 상해에 모여 마약의 해악에 대해 공감하고

그것의 거래를 전면금지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니까 상업적 목적의 마약거래가

국제적으로 금지된 지가 금년으로 딱 1백년이 된다.

헌데 지난 그 긴 세월동안 불법마약거래는

국내외적으로 전혀 퇴치되지 못한 채 오히려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게 유엔의 결론이다.

 

각국의 정치가, 학자, 검찰 및 경찰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드릴까?

1920-30년대 미 금주법 시대 시카고를 주 무대로 한 마피아의 황제 알 카포네는

이제 세계 도처에서 등극하여 중남미에서는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까지

암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멕시코에서는 연간 6천여 명이 마약거래와 관련되어

살해되고 경찰도 수백 명이 죽는다.

 

세계에서 보다 강력한 마약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연간 무려 400억 달러(약 52조 원)를

쏟아 붓고도 마약범죄를 줄이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백50여만 명이 체포되어 그 중 50여만 명이 구금된다고 하니 예사문제가 아니다.

 

유엔이 추산한 걸 보면, 아편, 코케인, 마리화나 및

엑스타시 합성 마약 등을 불법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사람 수는

세계인구의 5%나 되는 2억 명에 달해 생산지와 공급망을 없애려고 들면 들수록

가격만 치솟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연간 불법마약거래 총액은 3천2백억 달러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총수출고와 맞먹는다. 아편은 터키와 태국에서 재배가 근절되었으나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남부로 산지가 옮겨졌고, 코케인과 마리화나는

중남미의 깊은 산중으로 재배지를 넓혀가고 있다.

 

생산량이 늘어나 산지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소비지역의 판매가격은 생산자 가격의 100배 이상

폭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국이 공급을 봉쇄키 위해

공권력을 강화한 결과가 가격만 뛰게 만들고, 건강에 더 해로운

저질 마약을 암시장에 범람토록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미국과 영국 같이 마약전쟁을 가열차게 벌리고 있는 나라에서

오히려 중독자가 늘어난다고 말하는 마약 합법화론자들도 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처럼 아예 상당부분 마약거래를 합법화한 나라에서

되레 중독자가 감소한다는 건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유엔통계에서는 엄한 스웨덴과

느슨한 노르웨이 간 중독자 증감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와 술처럼 마약거래를 합법화하여 보다 건강에 덜 해로운 제품을 공급토록 유도하고,

무역과 시장에서 징수되는 고율의 세금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중독치료와

마약퇴치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합법화론자들은 주장한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폐지된 뒤 알코올에 관련된

범죄가 격감했었다는 역사적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처벌 위주의 법과 질서 체계가 당초 입법 취지대로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비단 마약뿐 아니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를 사형시키는 것이 그런 범죄를 줄여 과연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과도 맞닿는 문제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한사코 사형이라는

사법살인이 강력범죄를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범죄는 사회를 파괴하는 악성 균임에는 틀림없으나 인체에 침입한 균을

무작정 죽이려 든다고 해서 무서운 병이 치유되지 못하는 것처럼

예방이 최선의 방법임을 교시해 주는 것 같다.

 

홍역이나 소아마비 그리고 독감 같은 병에 대한 예방 백신이

연구개발되지 못하고, 환경개선으로 콜레라나 페스트의 전염이 억제되지 못했더라면

인간사회는 아비규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백년간의 실패한 마약퇴치역사를 거울삼아

세계의 정치인과 각 분야 지도자들은 보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 21세기 중에는 사회정화와 도덕회복이라는

예방책을 강구코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이 땅의 정치가와 지도자들에게

부과된 최고의 의무이다. 가장 강력한 규제인 법률은 간편할수록 좋은 법이다.

4천3백여 년 전 요순시대가 이미 그걸 증명해 주지 않았던가.

 

안영환(편집위원) 경북일보 200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