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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동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 김혜정님[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

花受紛-동아줄 2008. 12. 15. 23:26

기획특집

우리동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김 혜 정 |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

hjky3528@hanmail.net

전통문화로서, 민족의 정체성을 띤 음악문화로서 우리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이제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다. 또한 우리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교육문제를 거론한 것도 꽤나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들이다. 그 덕에 7차 교육과정에서는 전통음악의 비중이 서양음악에 비해 4:6의 비율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이처럼 양이 늘어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지만, 질에 있어서는 어떤지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1일까지 한 달 여에 걸쳐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남원시내 초·중학교 교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연수가 실시되었다. 남원시내의 모든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만 했던 이번 연수에 무려 457명의 교사들이 참여했다. 그 가운데에는 국악에 열정적인 분들도 있었지만, 마지못해 참여한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들 국악교육의 문제점과 교육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의문사항들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선생님들의 여러 고민을 함께 하면서 느꼈던 점, 초등교육에서 전통음악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실질적인 물음과 생각해 볼만한, 또는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무엇일 것인지 여기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 국악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이 공인한 내용은 아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음악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그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어른들의 노래를 듣고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던 것처럼, 그리고 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민요를 공부하면서, 민요부르는 사람들과 만나 민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초등학교 음악가창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 국악은 어렵다?

이 문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서양음악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듯이 한국음악에도 다양한 음악이 있다. 그 가운데에는 직업음악인이 할 수 있는 예술음악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음악도 있다. 그 옛날,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 않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해왔던 음악문화인 생활음악이 바로 교육재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활음악으로 존재했던 민요와 풍물굿은 어렵지 않다. 옛날에도 누구나 하던 것이었고, 지금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생활음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려하거나 사물놀이를 가르치려하면 힘들겠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재재곡인 전래동요들은 생활음악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다만 교사들이 자신없어 하는 마음 때문에 어렵게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래하게 할 것인가? 실제 가창을 하는데 있어서 생기는 궁금증 몇 가지를 알아보자.

 

◈ 발성은 어떻게 하나요?

서양음악의 벨칸토 발성법에 익숙한 교사일수록 우리음악의 발성에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음악에도 여러 가지 발성법이 사용되고 있고, 또한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발성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가곡을 부를 때와 판소리를 부를 때 발성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경기지역의 노래와 남도지역 노래의 발성 역시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 노래를 부르고 감상했던 사람들의 미감과 정서를, 그리고 그들의 지역성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초등학교 가창교육에서는 그 가운데 어떤 발성을 써야 할 것인가? 초등학교에서는 전래동요를 가르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민요발성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민요발성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경기민요와 남도민요, 그리고 동부민요, 서도민요는 각각 독특한 발성으로 노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민요발성이 특별한 교육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역에 따라 다른 사투리를 사용하며, 사투리에는 어투나 억양뿐 아니라 발성까지도 관련되어 있다. 즉 경기지역 사람들이 맑은 목소리로 경쾌한 소리의 사투리를 쓰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경기도 사람들이 민요를 부르면 자연스럽게 경기민요창법이 되는 것이며, 전라도 사람들이 민요를 부르면 남도민요창법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은연중 자기가 속한 지역의 어투와 발성을 자연스럽게 익혀온 상태이며, 그런 아이들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부르는 발성이 민요발성에서 최고의 발성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과 같은 문제가 궁금할 것이다.

 

◈ 자연스런 목으로 노래하면 높은 소리가 안나오는데요?

사실 진짜 전래동요는 그 음역이 옥타브를 넘지 않는다. 흔히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음계가 5음계라고들 하는데, 전래동요는 바로 그 5음만을 쓰기 때문에 실제 노래 안에 나오는 음역은 6도 정도가 고작이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일수록 사용하는 음은 더욱 좁고 음의 수도 작은 편이다. 그렇다면 음이 너무 높아서, 또는 너무 낮아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는가? 변성기 이전의 아이들의 목소리로 6도 정도를 못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악보에 적힌 음의 높이를 절대음고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잘못이며, 다른 하나는 악보 자체의 잘못이다. 후자의 경우 아이들에게 적합한 재제곡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결과이니 필자와 같은 국악인들의 잘못이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교과서의 음높이는 편의상 그려놓은 것이지 꼭 그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말해두고 싶다. 우리나라 민요는 노래하는 사람의 음역에 맞추어 조절하여 부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이 겨우면 점점 더 높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 우리나라 음악은 서양의 음정과 다른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처리하나요?

사실 서양음악에서 음정은 평균율이라고 하는 수치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동양의 민족들은 그것과는 다른 음정으로 노래하고 연주한다. 그리고 서양에서도 옛날에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서양음악이라고 해서 평균율에 딱 맞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만약 있다면 컴퓨터와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 민요에서 음정은 실제 평균율보다는 좁은 편이다. 그러나 그 음정이란 수치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아주 유동적인 편이다. 따라서 우리음악이 평균율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부르고, 거기에 흘러내리거나 떠는 시김새의 느낌 정도만 살린다면 좋을 것이다.

 

◈ 시김새는 어느 정도로 교육해야 하나요?

흔히 교사들은 시김새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시김새란 ‘삭다’, ‘곰삭다’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 곰삭아 나는 소리를 뜻한다. 김치가 시간이 지나면 곰삭은 맛이 나듯이 오랜 동안 노래를 부르다보면 그 맛을 내기 위한 멋내기(시김새)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김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참으로 버거운 요구사항이다. 옛날 우리 민요만을 부르고 살았던 이들도 시김새를 직업음악인들처럼 멋지게 구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어린아이들은 전혀 시김새를 부르지 않았었다. 실제 60년대 전북 위도에서 조사된 어린이들의 민요에서는 시김새가 드러나지 않는다. 육성으로 쭉쭉 뻗어 질러내는 여러 아이들의 힘찬 노래가 있을 뿐이다. 노래 자체를 즐기다 보면,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시김새는 자연 붙는 것이다. 구태여 안 되는 시김새를 억지로 만들어 내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시김새가 붙었을 때 나는 우리 민요의 맛은 감상을 통해 충분히 맛보게 해줄 필요는 있다.

 

◈ 그렇다면 반주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옛날 민요를 부를 때 반주악기는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노동요에서는 북반주나 풍물반주를, 그리고 여자들은 활방구1)나 물방구2)를 만들어 불렀다. 즉 여러 사람이 제창하는 민요에 반주악기는 타악기로 충분했다. 꼭 장구가 아니래도 주변의 소리나는 물체로 충분했다.

간혹 피아노가 모든 학교에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피아노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 들어온다. 물론 어떤 악기로 반주를 하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악기로 제대로 반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또 다르다. 피아노로 민요반주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장단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장구장단을 모르고서는 힘들 것이다. 또한 빤한 화성 반주를 하거나 화성에 얽매이는 결과는 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 민요에 화성을 붙여 합창하는 것은 어떤가요?

물론 민요를 합창할 수도 있고 제창이나 독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합창보다는 제창을 더 권하고 싶다. 합창이란 화성을 기초로 한 수직적 쌓기의 연속이며, 우리나라 민요는 선율을 강조하는 수평적 흐름이다. 두 가지의 합성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성공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진정으로 감동적인 것은 합창이 아니라 제창’이라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노래는 하늘을 움직일만큼 강하다고 했으니,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본다.

대신 많은 사람의 제창이 재미없다고 생각된다면, 우리민요의 다양한 가창방식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싶다. 한 사람이 메기고 여러 사람이 받기, 두 팀으로 나누어 교환창으로 노래하기, 두 팀의 노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샛소리(구음식으로) 넣기, 돌림노래, 돌아가며 메기기. 여기에 메기는 사람이 자기만의 가사바꾸기를 하거나 신나는 율동까지 더한다면 서양음악의 합창보다 더 재미있는 노래부르기가 될 것이다.

 

◈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 동요는 노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놀이와 관련되어 있다든지, 동작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했던 동작들을 찾기 어려운 경우라면 만들어도 될 것이다. 손과 발을 이용한 동작은 장구장단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큰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호흡을 배울 수 있고, 장단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거창한 무용이 아닌 단순한 발디딤과 손동작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노래부르기가 될 것이다.

또한 가창과 연계한 창작교육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따로 창작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무한한 창작능력을 가지고 있다. 유행하는 만화영화 주제가에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것은 초등학교 근처에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러한 능력을 학교교육에서는 더 자극하고 발달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동요는 그러한 창작교육에 적절하다.

그러나 무조건 창작하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그리고 음계 파악을 통한 선율바꾸기(몇 개의 음의 순서나 높이를 바꾸기), 장단 바꾸기(다른 장단으로) 등의 방법을 통해 창작을 유도해야 한다. 없는 것에서 만들어내기보다는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서양음악보다 우리 동요에서 더욱 유효하다. 같은 민요인데 부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은 바로 ‘바꾸기’가 용이한 우리 민요의 특성 때문인 것이다.

 

◈ 국악은 재미없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자신의 기준이나 정서를 아이들에게 전달시키지 말아야 한다. 교사 자신은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다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음악을 듣고 부를 수 있는 기회를 본인의 판단으로 빼앗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우리 음악듣기가 어려운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청소년기에 국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성장한 후에도 우리 음악을 좋아하기 어렵다. 청소년기와 같이 감수성이 강한 시기에 음악에 대한 미감이 완성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악에 있어 학교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사들은 바로 그 중책을 맡은 이들이기에 좀 더 열린 마음과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국립민속국악원에서의 연수는 일주일간의 짧은 연수기간을 아쉬움으로 남긴 채 끝이 났다. 2학기 때에는 심화연수를 할 예정이며, 겨울방학에는 직무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많은 교사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우리음악을 대하고, 더 열심히 참여해서, 앞으로는 편안하게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음악교육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함박에 바가지를 덮고 그 위에 미영타는 활을 얹어 활을 퉁기면 소리가 제법 울린다. 이것을 활방구라 하는데, 간혹 바가지 안쪽에 반지나 놋수저를 놋그릇에 담아 놓으면 쇳소리가 함께 울려 타악기로 훌륭히 역할했다.

2) 항아리에 물을 담고 그 위에 바가지를 엎은 것.

 

 

출처 : 정원기의 국악 아카데미
글쓴이 : 세요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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