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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탄생 30주년의 발자취

花受紛-동아줄 2008. 5. 12. 23:41

사물놀이, 탄생 30주년의 발자취

 

다음달 6일부터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이 열린다.

김덕수를 비롯한 원년 멤버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의미는 남다르다.

결코 짧지 않은 30여년의 세월동안 사물놀이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를 되짚어 보기로 한다.

 

사물놀이, 탄생의 배경

 

 

▲1978년 2월 소극장 공간사랑에서는 김덕수 등이 주축이 된 사물놀이 첫 공연이 열렸다.

 

사물놀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남사당(男寺堂)’이 자리하고 있다. 남사당은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민중오락을 제공하던 ‘전문 예인 유랑집단’이다. 사물놀이의 창단 멤버들은 모두 5~7세 때 남사당 및 건립패에 입단해 어린 시절을 보낸 남사당의 후예들인 동시에, 남사당의 마지막 연희꾼으로서 남사당의 쇠락을 지켜본 이들이었다.

국악 고등학교 재학 시절 만나게 된 이들은 그 후로도 교류를 계속하며 새로운 남사당 예술의 창조와 사명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갔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외국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우리 전통음악의 타악기가 외국의 타악기와 비교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세계적 보편성과 자부심에 공감하고 사물만으로 구성된 연주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먼저 선배 예인들과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풍물, 무속음악 등의 가락들을 보다 완벽한 형태로 다듬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통 타악의 가락을 크게 풍물굿과 무속음악, 삼도설장고의 3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의 웃다리 가락, 호남지역의 우도가락 등의 풍물굿 가락이 충동적이고 다채로운 흥취를 자아내는 것이라면, 경기도 도당굿의 무속가락은 뭉클한 서정성을 지닌 것이었다. 여기에 삼도 지역의 전통적인 장고 가락을 재편성한 삼도 설장고가 보태지면서 사물놀이는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첫공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물놀이 원년 멤버들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30주년 기념공연 발표와 함께 연주를 선보였다.©연합

 

김용배(쇠), 김덕수(장고), 이광수(북), 최종실(징) 등 4명이 첫 사물놀이 공연을 가진 것은 1978년 2월 28일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열렸던 ‘제1회 공간 전통음악의 밤’에서였다. 이 무대에서 그들은 ‘웃다리 농악-경기충청 가락’을 연주했다. 사물놀이라는 명칭을 갖지 않은 채 가진 이날의 공연은 사물놀이 탄생의 서주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같은 장소에서 ‘제11회 민속악회 시나위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 날의 연주가 끝나자,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이들의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하며 ‘사물을 가지고 신나게 노는 것’이라는 뜻의 ‘사물(四物)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후 그들은 1982년 ‘세계 타악인 대회(미국 댈러스)’에서 사물놀이의 존재를 알리는 등 눈부신 활동을 펼쳐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연은 당대 최고로 인정받았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실력은 현존하는 역대 사물놀이 멤버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그러나 1984년 김용배가 국악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들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공연을 통해서 많은 돈을 모았으나 리더였던 김덕수는 최소한의 생계비만 단원들과 나눠가지고, 나머지는 전통문화를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그 때문이었는지 상쇠였던 김용배는 생활의 안정을 찾고 싶다며 김덕수를 떠났고, 1986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했다.

 

이후 쇠는 이광수가, 징은 강민석이 맡게 됐고, 1987년 사물놀이패는 창단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북을 맡았던 최종실은 팀을 그만두고 서울예술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얼마 후 이광수도 민족음악원을 창립하며 팀을 떠나 사물놀이패는 해산될 수밖에 없었다. 김덕수는 남은 강민석과 함께 사단법인 ‘한울림예술단’을 창단해 사물놀이패를 계속 이어나갔고, 1997년에는 ‘김덕수 데뷔 40년, 사물놀이 20년’인생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첫 공연을 가진지 꼭 30년 만에 원년 멤버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전통음악 전수와 후배 양성 등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왔던 김덕수(56·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교수), 이광수(56·대불대 전통연희학과장), 최종실(54·중앙대 교수), 그리고 1986년 작고한 김용배를 대신한 남기문(50·국립국악원 민속단 지도위원)씨 등이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을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이 합동 무대를 갖는 것은 지난 1994년 예술의 전당 공연 이후 14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