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양조 ]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설은 가난이야. 삼신제왕님이 복 마련을 허셨는가. 나는 세상에 삼겨나서 볼의 행사 헌 일 없는디, 이 고생이 웬 일일까? 이 때는 어느 땐고? 팔월 가절이 돌아왔는디, 다른 동네 사람들은 올기 잡어서 햅쌀밥을 짓고, 동산에 가 알밤을 줏어, 풋콩을 까고, 송편을 허여, 어린 것들을 곱게곱게 입히어 선산 셍묘를 가랴는디, 우리네 팔자는 박복허제. 한가위 명절에도 조상 차례를 못 올리니, 이런 팔자가 어디가 있느냐?" 흥보 내외 붙들고 울고, 울고 만류고 울음을 우는디 사람의 인륜으로 볼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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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수설은 : '원수같이 서러운' 정도의 뜻인 듯. 다른 창자들은 '원수녀르'로 부른다. '원수녀르'는 원수를 강조한 말 2. 삼신제왕님 : '삼신'의 높임말. '삼신'은 민속에서 아이와 해산을 맡은 신의 이름. 3. 삼겨나서 : 생겨나서, 태어나서. 4. 불의 행사 : 옳지 않은 일을 행함 5. 가절 : 좋은 철. 좋은 때. 6. 올기 : 보통 벼보다 일찍 익은 벼. 7. 잡어서 : 여기서는 '올기를 추수하여'라는 뜻으로 씀. '잡다'는 보통은 식용으로 하기 위해 짐승을 죽여 장만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이런 의미가 곡식으로 전이되어 쓰인 듯함. 8. 셍묘 : 성묘 9. 가랴는디 : 가려고 하는데 10. 박복허제 : 복이 없지 11. 만류고 : 하지 못하게 말리고 12. 인륜으로 : 사람의 올바른 도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