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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트라우마동영상

花受紛-동아줄 2012. 1. 27. 22:59

트라우마, 왜, 하필, 나?

이 광고는 2008년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이랍니다.

영상에서 등장하는 촉수는 성폭행의기억을 의미한다네요.

그 기억을 떨쳐버리가 얼마나 힘든지.. 영상에서는 그네를 타는 어린 소녀의 몸

, 공부를 하는 여학생의 몸, 그리고 식사를 하는 중년 부인의 몸에

 그들의 몸을 더듬는 촉수가 등장한다

. 그 촉수가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표정은 어두워지는데요

. 노인이 되어도 촉수는 여성의 몸을 떠나지 않다가

 결국 한 여성이 관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그 촉수는 그의 곁은 떠납니다.

 

 

 

왜 하필 저였을까요?

 

낯선 사람에게 습격을 당할뻔 했지만 가까스로 도망쳐나온 연수씨는 상담전화에다 대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여전히 부들부들 떨렸고, 음색과 고저의 변화가 급격했다. 말과 말 사이의 논리성을 찾기가 힘들었고, 금방이라도 무슨일이 생길 듯,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 연상되었다.

 

왜 하필 나죠?

 

정황과 정황사이, 헐떡이는 들숨과 날숨사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고와 감각사이에, 그녀는 마치 추임새처럼, 저 말을 끼워넣었다. 왜 하필 나인지.

 

"제가 그렇게 눈에 띄는 애도 아니고, 옷을 짧게 입은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오히려 집에도 일찍다니고 조심해서 사는데 왜 그사람은 나를 공격했을 까요?

 

놀람과 경악과 억울함과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이 한 덩이로 얽혀 아우성치는 통에,그녀는 무척이나 힘들어했다.그녀의 말을 수화기 너머로 듣고 있는 나 역시 힘들었다. 왜, 하필, 그녀였을까.

 

그녀의 모습은 모든 트라우마 경험자들이 사고 후 겪는 감정과 사고를 여실히 드러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열심히 착하고 선하게 노력하며 살아온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말이다.

 

성폭행을 당한 직후 상담을 받으러왔던 지현씨도 그런 말을 했었다.

 

"왜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참 억울하고 분하고..."라는.

 

왜라고 질문을 해봐도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삶은 때때로 선한 사람들에게도 나쁜 일을 던진다. 그것도 어떠한 예고도 계획도 없이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첫번째 단계는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지만 이 법칙은 선한 사람에게 닥친 불상사에 대해서는 예외다. 그렇게 한다고 답을 찾을 수 없거니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그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데에 하등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저 선한 사람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과, 이미 그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미 벌어진 피해를 최대한 복구해나가는 데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의 화살이 지나간 후, 반드시 날아오는 두 번째 화살을 보고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또 맞게 된다.

 

삶은 그런 상처와 치유의 반복이다. 한번 상처났다고 '왜?'에만 머물러서 치유할 힘을 상실하면, 상처에 상처가오고, 그 상처에 또 다른 상처가 오게 된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화살을 맞고 비틀거리다가 결국에는 마지막으로 날아온 불화살을 맞고 엎어지게 된다. 치유에서 영영 멀어지게 되는 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번 상처받은 경험을 하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일이' 벌어졌는가'라는 생각에만 갖혀버리게 될 때가 많다. 삶에 대한 통제력을 얻고, 나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경험하기전 삶에 대해 너무나도 선하고 긍정적이며 순진하도록 좋은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트라우마로 인한 피래를 더 강하고 진하며 길게 경험한다고 한다. 삶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을 수록 트라우마의 피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 다른 연구도 있는 걸보면, 삶에 대해 극단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도, 반대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도 모두 건강한게 아니라는 거다.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많은 과제들 가운데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불순물도 있고, 악랄하고 말도 안되는 악도 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말하는 트라우마 피해자들이나, 일상의 짜증과 불만을 토로하는 내담자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티슈를 건네주며 마음 안에 담긴 억울함과 분함과슬픔을 함께 견뎌주는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순간에 나와 함게 해주는 타인을 필요로 하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순간을 보내며 두 번째 화살에 대한 대비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는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 꼭 '나'여서 일어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정말 삶은 가끔 선한 사람에게 불행한 시련을 던진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그 시련과 혼자 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우리는 함께 나누며 이겨나가야 한다. 그것이 트라우마였든, 아니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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