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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김정일이 부시 이겼다"

花受紛-동아줄 2007. 10. 19. 11:47
브루스 커밍스 "김정일이 부시 이겼다"
[연합뉴스 2007-10-19 08:37]
 
"부시, 북핵협상 결단은 이란 때문""북 핵실험 강행은 중국 겨냥한 것"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미국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온라인 정책포럼에 게재한 "김정일 부시와 맞서 이기다(Kim Jeong Il confronts Bush - and wins)"라는 19일자 기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미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핵협상에 나선 것은 이란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커밍스 교수는 또 부시 행정부가 2002년 9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독트린을 천명하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들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미동맹은 파기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북한의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은 이라크 전쟁의 빌미가 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처럼 과장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김정일, 부시와의 대결서 승리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관계정상화 논의를 급진전시켰던 빌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대북정책을 넘겨받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며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도 고집스런 정책을 펼쳤다.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나쁜 행동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딕 체니 부통령도 "우리는 악마와는 협상하지 않고 물리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과 핵실험을 잇따라 강행한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 2.13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관계정상화를 넘볼 수 있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로써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및 대규모 지원을 받는다는 오랜 숙원을 성취하게 됐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 같은 제안을거부하고 비웃어왔지만 결국 김정일이 이긴 셈이다.

◇ 부시, 북핵협상 결단은 이란 때문

부시가 왜 북한과의 타협을 결심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란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백악관은 이란이 더욱 큰 위협이라고 규정했고, 북핵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이란에도 핵협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만일 부시가 이란을 무력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북한은 중립적이거나 문젯거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음직 하다.

◇ 북한 핵실험은 중국 겨냥한 것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1992년 북한이 1-2개의 핵폭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후 북한은 이스라엘처럼 핵무기 보유를 시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모호성'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얻을게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자 9월에 대북 석유 수출을 끊었다. 북한은 결코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는 걸 중국에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2년간은 제재에 시달릴 것을 각오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후차기 미국 대통령과는 협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전략이었다.


"체니 북폭 주장에 한국은 동맹 파기 경고""北 HEU 핵프로그램 정보는 과장된 것"

◇ 체니 북폭 주장 - 한국, 한미동맹 파기 경고

2002년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보유 사실이 드러난뒤 체니 부통령 진영 등의 일부 관리들은 폭격작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다른 관리들은 그럴 경우 또 다른한국 전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반대, 부시 행정부 내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부시 행정부가 2002년 9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해서는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공개 천명한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들은 미국 관리들에게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미동맹은 파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 지도자들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 또는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다짐을 받기 위해 거듭 노력했지만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북한도 2003-2004년엔 미국의 공격을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이라크전 이후 미군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한반도 전역에 배치될 수 있는 병력은 몇 개 여단 정도에 불과했다.

◇ 北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정보는 과장

북한의 HEU 핵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보다 나을게 없다는걸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북한도 이라크처럼 수 천 개의 알루미늄 튜브를 구입했지만,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고속 회전자로 사용하기에는 강도가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이런 구입을 했다는게 2002년 당시 미국 분석가들에 의해 상당한 생산능력이 있는 것으로 부풀려졌다. 이후 미국은 HEU 핵프로그램에 필요한 물품을 북한이대량 구입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북미 관계정상화 가능

저명한 북한 전문가 레온 시갈은 "2.13합의로 미국은 확고한 화해의 길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합의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대북 공격을 하지 않고, 대만 분쟁 발생 시 주한 미군을 빼내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는건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도 미국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촉구해왔다.

미국은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친구나 우방은 아니더라도 중립적 관계로 만들 수 있다. 그럼으로써 중국, 러시아와 균형을 이루고 일본의 향후 행보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게 미국의 합리적인 21세기 동북아전략이다.

lkc@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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