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뚜렷이 기억되지 않은 겨울 끄트머리에 짝궁을 따라 나전 시내 외곽에
위치한 할머니댁에 방문했습니다.
함박 가득히 미소 짓는 할머니의 표정은 순리대로 살아온 삶을 보여주더군요.
수고스레 오신 청년들을 위해서 뚜딱하니 재미없는 정선이야기를 들려 주겠다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아라리 곡조에 맞게 구구절절히 당신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정선아라리가 바로 소리이고, 정선소리가 바로 아라리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머리속 깊이 되새겨 지는군요.
아라리 한곡조에 할머니의 재미난 이야기 한 마디가
곁들어져 아라리의 재미를 한껏 더하였지요.
그야말로 이야기꾼이신 할머니는 건강의 쇄약으로 인해 음성이
못마땅하시다며 웃음으로 이야기 하시지만 이만큼 정선아라리를
몸소 읽어내는 분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개화기를 거치면서 해방과 전쟁을 겪은 세대로 어머니의 삶을 지키며
삶의 한을 아라리로 풀어내는 해학의 미를 소유한 진정한 소리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항상 들었던 정형화된 아라리가 아닌, 삶속에서 아라리를 읊어내는
할머니의 구성진 아라리는 내 맘속에 깊이 남을 것입니다.
소리,사진 출처: jsarirang.or.kr/정선아리랑 명창/토종소리꾼/전옥선할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