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樂♪ 오락♧/글.詩.운세.꿈해몽

詩:이채

花受紛-동아줄 2010. 3. 14. 21:07

중년의 당신, 어디쯤 서 있는가 이채 1 나를 알기도 전에 세상을 먼저 알아야 했던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때로 세상은 내게 엉터리였다 내가 세상과 주고 받았던 많은 일들은 매운 바람의 덫에 걸려 꽃으로 피고 싶었던 삶의 가지마다 시시때때로 매섭게 불어왔지만 그로 인하여 내가 운 것은 단지 세끼를 얻고자 함이 아니고 떳떳한 나의 존재와 그 가치 때문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설 수 있는 것은 엉터리같은 세상에서도 엉터리로 살고 싶지 않은 아직은 남아 있는 한조각 순수일 것이며 아름답기만을 소망한 여정이 진실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알아도 알아도 알 수 없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심지어 나 자신마저도 속일 수 밖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게 얼마나 더 큰 아픔이 주어졌을까 누구나 한번쯤 자신을 속여보지 않은 사람있더냐고 번번이 세상은 내게 비굴을 요구했다 삶의 집을 짓기 위해서 억척스럽게 하루를 살아내도 많은 것이 부족했고 그래서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지만 그 또한 허락되지 않는 몫이었을까 새는 날개를 접으며 휘파람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는데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을 속여가며 얻고 싶지 않았던 가치앞에 내 자존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몸부림이었으리라 3 묻지를 마라 내게도 낭만은 있다 못잊어 슬픈 연인도 있다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연인의 체온에 몸을 적시며 차가운 대지위에 스러져 누워도 너 하나만으로 따뜻할 수 있는 기억 모든것이 꿈만 같은 지금에도 꿈처럼 너는 내 안에서 살아 하늘아래 같은 바람을 맞으며 땅위에 같은 흙을 밟고 살아도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인연이라면 그것이 너와 나의 전부라면 더는 울지 않으리 네 눈물을 알면서도 그 눈물마저 닦아 줄 수 없을 때 네 안에 내가 있다면 내 가슴을 열어보라 끈적이며 돋아난 진액의 덩어리는 너를 다 갖지 못해 굳어버린 아픔의 흔적이다 4 풀잎같은 손끝으로 기타를 치던 한 때 팝송을 즐겨 부르던 풀밭에서 처음 술을 배우고 담배를 배우던 날 그 처음날의 벗들아 벌써 떠나간 벗도 있더란 말이냐 젊은 바다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흰구름을 타 보고 싶다던 꿈을 따라 일찌감치 길을 떠난 것이더냐 세상을 알기도 전에 알아버린 우정이 왜 이렇게 가슴 아플일인가 무일푼인 모습으로도 네 앞에서는 가득한 행복으로 채워졌고 너와 함께 있으면 시름은 바람처럼 사라져 갔는데 어둔 흙속에 널 묻어두고 도무지 믿을 수 없어 하얗게 목이 쉬도록 불러보는 이름 듣고 있니 내가 널 부른다 다시 살아서 돌아와 우리 아직은 아니잖아 5 저녁이 별을 안고 내릴 때면 꿈을 따던 사람들은 어둠속으로 사라져 저마다 화려한 불빛으로 켜지는데 뒷주머니에 손을 꽂고 찾아 간 그곳에는 인생의 잔을 기울이며 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몇몇이 그래도 남아 있더란 말이다 세월의 잔위로 내려앉는 삶의 무게가 둥글게 둥글게 퍼지는 파장으로 먹을만큼 먹은 나이로 차 오르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파도가 치는데 삶의 바다가 되어 출렁이는 그 잔에는 외기러기처럼 작은 돛단배가 떠가는데 어둠을 헤치고 환히 비추는 등대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라고

-중년의 고백 이채 1 내가 원하는 세상은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것인데 내가 아는 세상은 네가 잘 살면 내가 잘 살 수 없으니 어릴 적 타던 시소가 생각나 네가 내려가야 내가 올라가지 2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말이 진리인 듯 싶어서 하느님을 담보로 세상을 믿고 사람을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더라 찍힌 내가 잘못이냐 찍은 네가 잘못이냐 하느님! 믿음엔 왜 차용증이 없나요? 3 살다 보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한 두 가지겠는가마는 그 중 제일이 자식 농사더라 직업의 귀천이 없다 해도 있고 돈이 별거 아니라 해도 별거더라 평범하게 살기에도 힘겨운 세상 천금 같은 자식아! 행복하게 잘 살아 주길 바라는 마음 네가 부모 되면 이 마음 알아줄까 하긴 나도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아니던가 4 살다가 살다가 사랑하는 당신아! 어느 날 문득 다른 마음 먹는다면 행여라도 나 몰래 그런 생각 가진다면 나의 체온이 식어버린 탓인가요 나의 가슴이 건조해진 탓인가요 바람 앞에 눈 못 뜰 때 눈에 뵈는 게 있으리오만 먼 훗날 세월이 약이라고 약처럼 나를 가루로 만들지는 마세요 5 나이를 먹고 싶어 먹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이만큼 내가 비운 밥그릇 세어 보니 그 숫자에 감개가 무량하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인 것은 그럭저럭 밥값은 지불한 듯 싶어 저만큼 키워놓은 자식이 그렇고 방실방실 웃어주는 아내가 그렇고 두 다리 뻗고 자는 내가 그렇다 6 하루 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듯 한 해 저물면 고향으로 돌아가듯 한 세상 저물면 흙으로 돌아가리 유명의 별은 못 되더라도 무명의 꽃은 되고 싶었다 별이든 꽃이든 노을 앞에선 누구나 허무한 인생 그러고 보니 욕심 낼 것도, 싸울 일도 없구나 7 빌린 것은 다 갚았는데 빌려준 것은 다 돌려받지 못했네 줄 때는 앉아서 줬어도 받을 때는 서서 받아야 한다는 걸 순진하게, 아니 바보같이 세상 양심이 그런 줄 미처 몰랐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우는 인생 공부 어쨌거나 밑지는 삶이 마음은 편하더라 8 내 마음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남의 마음 움직이기는 더욱 어렵지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신의 뜻에 맡길 수밖에..

그렇다 해도 하루 하루 섭섭할 때가 있더라 꿈이여, 당신이 그러했다 사랑이여, 당신이 또 그러했다 사람이여, 당신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9 지나가는 아가씨를 힐긋힐긋 쳐다본다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마라 그것이 남자다 몸이 늙었다고 마음마저 늙었으랴 태초에 조물주가 남자와 여자의 사고를 똑같이 만들었다면 신문 기사는 반으로 줄 것이고 세상 이야기는 재미없지 않을까 10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그렇고 그런 것이 세상이라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거짓을 골라내고 나면 진실은 몇 개나 남을까

-꽃피는 창가에서 이채 한철 피고 지는 꽃이라도 한평생 살다가는 나의 스승이어라 그러고 보면 나는 너무 오래 사는 것 같아 꽃 한 송이 필 때마다 하늘 한번 열리고 닫힌다는 걸 꽃 한 송이 질 때마다 아득한 별 하나 사라져간다는 걸 나는 모르지 너무 오래 살아도 나는 모르지 ~

-또 기다리는 봄 이채 꽃이 진다고 아주 진 줄 아느냐 당신을 잊었다고 아주 잊은 줄 아느냐 앞산 뻐꾸기 진달래 피고 지면 뒷산 노을빛에 내 가슴이 타더라 연분홍 꽃 입술 앵두나무에 웃을 때 먼 하늘 바라보며 또 기다리는 봄이여! 강물은 흘러 흘러 돌아올 줄 몰라도 철새는 둥지 찾아 가고 또 오더라 ~~~~

--중년의 하루 이채 하늘을 쳐다본 지가 얼마 만인가 땅을 내려다본 지도 꽤 오래인데 하루해 저물기가 힘이 들고 저녁이 쉽게 오지 않는 날엔 숨소리도 맞바람에 부대껴 가파라만 집니다 욕심 없는 하루건만 세상을, 삶을 몽땅 놓아버리고 모든 걸 잊고 싶은 날엔 더딘 밤은 몹시도 깊고 그 밤의 어둠은 길고도 긴 그림자 이런 밤엔 꿈도 하얗도록 허망하여라 하루 만큼 생은 짧아져 가는데 파고드는 상념은 끝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네 아, 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파문을 넘어 파도를 치던 날엔 물속에서 그 하루를 살았고 채 몸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내일을 걸어야 했던 중년의 하루, 또 다른 하루에 녹지 못하고 얼어버린 가슴앓이가 고드름처럼 맺힌 창문 너머로 뽀얀 아침이 다시 숨을 가다듬고 찾아오면 따뜻한 햇살이여, 새삼 반가운데 등 뒤에서 날마다 부르는 금쪽같은 품안에 자식을 이제는, 이제는 올려다보며 점점 셀 수 없는 내 흰 머리카락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아, 오늘은 무엇이 마냥 그리워진다 ~~~~중년의 가슴에 봄바람이 불면 이채 눈이 작다고 하늘을 못 보랴 가슴이 작다고 너 하나야 못 안으랴 어서 오너라 사랑이여! 산내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면 마음은 꽃으로 피고 생각은 창가에 머무네 아카시아 꽃향기 유혹하는 봄 밤 별잎 하나 입에 물고 보고 싶은 사람아! 나를 향해 웃어주면 누가 뭐라더냐 나이를 먹었다고 그리움을 모르랴 봄은 너처럼 오고 너는 꽃처럼 피어도 홀로 걷는 이 길은 뒤척이는 풀 이파리 내게도 찾아오는 것이 있을까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을까 중년의 가슴에 봄바람이 불면 오고 가며 스치는 소문만 무성한 사랑 이야기 말고 너와 내가 못 잊어 하얗게 달 뜨는 옛 이야기 나누고파 ~-

-중년의 갈증 이채 1 처음부터, 나도 모르는 신과의 약속이 있다면 그 약속을 어기고 싶다면 어찌할텐가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고 '미안해' 라는 한마디로..

그렇게 얼버무리고 싶다면 어찌할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싫다기보다 두려워질 때 한 몇년만이라도 시간을 붙잡아 놓고 젊음을 연장하고 싶다면 신은 어떤 죄목으로 나를 재판할 것인가 2 중년의 나이로 살다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외로움에 잠을 깨고, 다시는 잠을 이루지 못하여 몇번이고 자신을 쓸어내려야 할 때 무작정 달려온 가쁜 숨결은 하얗게 누워 사랑도 자라지 못할 빈 들판같고 빈 들판의 바람같고 그 바람의 낙엽같고 그 낙엽이 흙이 되고 잎이 될 동안 헐벗어 홀로 선 나무같다 3 이제는 흉내조차도 낼 수 없는 겁없이 걸어온 용기가 기특하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하늘을 받히고 섰으면 그만이었지 그맘땐 하늘도 가벼웠고 땅도 힘차게 밟고 섰으면 발 아래에서 무게를 잃고 말았지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던 내 평생의 지금은 과연 어디쯤인가 바라보는 것마다 생각은 많고 바라보는 곳마다 점점 먼 것들 4 우리는 어디를 걸어가든 저녁으로 향하는 길을 가고 그 뜻과 그 하루의 끝에서 우리가 낮동안 썼던 긴 이야기는 결국 저마다 한권의 자서전이 되어 기쁨과 슬픔과 그리고 나머지 것들이 정직과 거짓과 그 속의 모순에도 마지막 한줄을 쓰고 새로운 어딘가를 떠나야 할 때 그곳에서도 그리워하며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별 하나 간직하고 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