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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총기참사 파장 - 이시형 박사가 분석한 조승희

花受紛-동아줄 2009. 10. 27. 09:07

[VT총기참사 파장 - 이시형 박사가 분석한 조승희] “과도한 편집증…그의 심리는 압력솥”

2007년 04월 20일 (금) 13:26   헤럴드경제



“나는 천재인데 남이 바보취급”분노 표출
예수 등 순교자들과 동일시…범죄 정당화
슬픔등 감정 없어…범행하면서 동요 안해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은 신경정신과학계에 수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과도한 피해망상이 낳은 편집증은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이행하며, 이토록 끔직한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범인 조승희 씨는 피해망상의 초기 단계인 ‘남에게 피해를 받을지 모른다’는 피해의식 정도를 넘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느끼는 중증 피해망상에 이른 듯하다. 전형적인 피해망상증 환자는 인격의 특정한 부분에 라쿠나(lacuna·구멍)가 생긴 경우이기 때문에 그 구멍만 막으면 전문의도 알기 어렵다. 여학생을 스토킹한 것 때문에 정신병원에 구금된 적이 있지만 바로 풀려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보통 피해망상은 과대망상과 함께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나는 천재인데 남들은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고 생각한다. 조씨가 예수나 모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이들의 이름을 빌려 ‘처단’이란 명분을 내세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히틀러나 스탈린의 경우처럼 과대망상의 이면에는 ‘파워(power·힘)’에 대한 집착이 숨어 있다. 과대망상증 환자들은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고 느낀다. 파워에 대한 집착이 크지만 파워리스(powerless·힘 없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교포 1.5세대인 조씨도 미국 사회에서는 ‘주변인’이었다.

이와 함께 조씨에게선 편집증적 증상도 엿보인다. 세기의 위인들 가운데는 편집증적 증상을 보여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 일을 성취해 업적을 이룬 경우가 있다. 이들은 머리가 좋고, 치밀한 특성이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 조씨처럼 살인을 결심하면 매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조씨의 경우에도 5주 전부터 총기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고, 최소 6일 전에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하는 등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정당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편집증 환자들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쿨(cool)’하다. 냉혈한적인 측면이 있어 기관총을 난사하면서도 웃을 수 있다. 남을 배려하거나 슬픔을 느끼는 공감력이 없기 때문에 감정의 동요도 없다. 조씨가 한 사람당 최소 세 발씩 권총을 발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32명을 살해하며 27명에게 총상을 입힐 수 있었던 것도 감정의 기복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감정이 없기 때문에 타인과 정서나 우정을 나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증 살인자들은 ‘내가 살인을 하면 자기 가족들이 얼마나 마음 아플까’를 생각하지 못한다. 동정심이란 공감력이 있어야 느낄 수 있지만, 편집증 환자는 공감력이 없고 외톨이로 지내 외로움이 쌓여가면서 문제를 키운다.

조씨에게서 엿보이는 일부 우울증상은 ‘프레셔 쿠커(pressure cooker·압력솥)’처럼 속은 부글거리지만 겉은 평온해 보이는 특성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가 문제인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시형 신경정신과 박사·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