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한 남자가 만든 아름다운 곡이랍니다. *♤* 만 추 / 晩 秋 *♤*
오래전에 만추라는 한국영화가 있었습니다.
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던 중년여성이 3일간의 외출을 허락받고 세상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혈혈단신인 여자는 깊은 가을 속으로 기차여행을 떠나고, 낙엽 날리는 차창 밖으로 멍한 시선을 던지고 있던 중 어느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자 죄수들 틈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여자는 문득 세상에 남자라는 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느끼게 되고, 마침 고독했던 남자는 어설픈 표정을 짓는 여자의 고독을 첫 눈에 알아봅니다.
그리고 급속히 사랑에 빠져듭니다.
남녀는 무엇이 다른가요?
세상을 돌고 돌며 혼자라는 사실이 왜 그토록 외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전기에 감전되듯 시선을 마주치지도, 또한 멀리하지도 못합니다.
허공에 말을 걸듯이 대화를 주고받는 순간에 시시각각으로 불타오르는 열정, 시계의 초침은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사랑의 여행을 떠나고, 예정에도 없는 간이역에 내린 그들은 마구 웃으며 시골장터를 돌아다닙니다.
여자가 남자를 유혹한 것도 아닙니다. 남자가 여자를 유혹한 것도 아닙니다. 사랑이란 이끌림, 플러스 축과 마이너스 축이 어쩔 수 없이 강한 흡인력에 서로 끌리듯 그렇게 시작된 사랑입니다.
옷가게 앞에 둘이 섰습니다.
남자가 먼저. 꽃무늬의 옷을 골라들더니 여자의 몸에 대어봅니다.
순간 여자는 머리를 때리는 어떤 충격을 느낍니다. 남자가 사주는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자기를 위하여 남자가 옷을 골라들고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여성은 이번에는 자기가 남자 옷을 골라서 그의 몸에 대어보았습니다.
여자는 또 한번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어느 남자를 위하여 옷을 골라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이렇듯 두 가지의 성, 곧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큰 덩치로 흔들리는 몸짓, 웃는 얼굴과 굵직한 목소리, 씩씩한 걸음걸이, 이런 것이 모두 여자와는 확실히 다른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남자의 눈에도 여자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세상을 떠돌며 하루하루를 고되게 사는 남자로서는 작은 몸매, 배시시 웃는 얼굴, 가끔은 말을 할 듯 말 듯 조심스런 표정을 짓는 여자의 모습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서로의 손을 잡았지만, 곧바로 자연스런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웃고 떠들고, 이것저것을 먹어보라고 서로 입에 넣어주고, 그리고 만추의 서쪽으로 지는 저녁놀......
째깍째깍, 초침소리는 사랑의 절정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세상의 모든 밤을 합하여 놓은 듯한 그들의 밤은 깊어만 갑니다.
남자의 곁에서 머뭇머뭇 거리던 여자의 몸에서 옷은 하나씩 벗겨져 나갑니다.
하얀 속살이 드러납니다. 여자는 남자의 체취를 맡습니다. 남자도 역시 여자의 체취에 끌려 하얀 몸을 끌어안습니다. 숨겨졌던 여자의 본능에 불이 붙었습니다. 영롱한 눈빛으로 몸을 떨었고, 절정의 순간에 찡그림으로 눈을 스르르 내리감았습니다.
황홀함, 행복한 순간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환 희란 이상하게도 견디기 힘든 아픔으로 환하게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정착을 이야기했습니다. 여자의 품에 머리를 묻고 이 순간의 행복을 영원한 행복으로 만들 계획을 말했습니다.
여자는 땀으로 뒤범벅이 된 남자의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습니다.
째깍째깍 시계의 초침은 달리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높은 교도소 담장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사랑을 향하여 달리던 초침이 이제는 이별을 향하여 치닫고 있습니다.
자신의 계획이 어떠냐고 묻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웃음을 지었습니다.
손에 잡힐 것 같은 봄의 꿈과 만추의 이별이 엇갈리는 시골동네에는 낙엽이 우수수 날리고, 또 북풍의 선두에 선 찬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기차는 떠났습니다.
남자 몰래 여자는 떠났습니다. 낙엽만 날리는 것이 아닙니다. 눈물도 낙엽처럼 우수수 소리를 내고, 마구 휘날리고, 만추의 햇살에 반짝이며 빨간 빛도 되었다가, 노란 빛도 띠었다가, 또 갈색으로 변하여 철길 위에 구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