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스러운 夫婦
“예은이가 아프다는 건 낭설, 가족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요”
지난해 성탄절을 열흘 앞둔 어느 날, 신애라는 가슴앓이로 딸 하나를 낳았다.
‘예은이 엄마’라는 이름을 새로 얻은 그녀는 ‘우리 딸’은
옹알이를 하다가 ‘맘마’라는 말도 한다는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했다.
이제 불과 6개월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아니 벌써?
그렇다. 엄마들의 거짓말은 뻔하지만, 마냥 사랑스럽다.
‘업그레이드된’ 가족사진을 처음 공개하며 신애라가 기자에게 물었다. “두 아이 중 누가 예은이일까, 맞춰보세요?” 사랑을 하면 닮는다는 건 비단 연인들만의 특혜가 아닌가 보다. 이제 가족이 된 지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예은이는 엄마의 동그란 눈매와 코를 쏙 빼닮았다고 했더니, 신애라는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신애라·차인표 부부와 백일 무렵의 정민이, 예은이가 나란히 자리한(합성된) 사진은 뭔가 완성된 듯한 느낌을 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사진이건만, 신애라는 이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무척 꺼렸다. 아이를 아끼는 모정이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열 달간 가슴앓이 해서 낳은 내 딸 예은이
“예은이 많이 컸어요. 보는 사람들마다 ‘한 덩치 한다’
며 깜짝 놀랄 정도예요. 이제 6개월에 접어드니까 앉거나 기어
다니려고 애를 쓰는데 잘 안되는 모양이더라고요.
예은이를 키우다 보니 정민이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곤 해요.”
예은이가 신애라의 품에 안긴 건 지난해 12월 14일. 결혼 전부터 입양을 생각해오던 신애라는 첫아들을 낳은 뒤 결심을 굳혔고,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중 예은이를 만나면서 실천에 옮길 용기를 냈다. 봉사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얼굴이 솜솜하게 떠오르는 아이는 예은이가 처음이었다.
“막상 입양을 하려니까, 이것저것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하룻밤을 꼬박 새운 뒤에 내린 결론은 제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거였어요. 유호정, 김남주 씨의 딸을 부러워했는데, 난 그 고생을 하지 않고 같은 시기에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딸을 얻게 됐으니 정말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는 단순한 마음으로 입양을 추진했어요.”
5월 11일 제1회 입양의 날 기념식에 참가한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내 사랑을 조금 나눠주고 싶은 작은 마음에서 입양을 했는데 마치 거창한 일처럼 비쳐줘서 부끄럽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둘째를 낳은 뒤에 입양하자고 하시던 시아버지뿐만 아니라 2년 전 작고한 친정어머니도 생전에 입양 찬성에 힘을 실어주었다. 가뜩이나 애처가로 소문난 차인표는 딸이 생긴 뒤 더욱 가정적인 남자가 됐다. 절친한 김승현과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한잔 더’의 유혹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할 정도. 아무 때나 방긋방긋 웃던 아들과 달리 웬만해서는 미소를 보여주지 않는 딸의 웃음을 보기 위해 재롱을 피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예전부터 딸을 낳으면 ‘예진’이나 ‘예지’로 이름을 짓고 싶었다는 그녀는 ‘기도 끝에 예수님의 은혜로 얻은 아이’라는 의미로 예은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소아과에 가서 예은이란 이름을 검색하면 1백 명 이상이 주르륵 뜨더라며 부모님들이 꽤나 좋아하는 이름인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정민이 임신했을 때, 내심 딸이었으면 했거든요. 막상 딸이 생기니까 너무 행복해요. 요즘은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니까 마련해놓은 예쁜 옷을 다 못 입힐까봐, 마치 인형 놀이하듯 옷 갈아입혀가며 사진 찍어주는 재미에 빠졌어요. 주변에서 ‘정민이는 얻어온 옷이나 시장옷 입히더니, 예은이는 럭셔리한 옷만 입힌다’며 너무하다고들 하는데, 아들과 달리 딸은 예쁘게만 입히고 싶은 거 있죠(웃음).”
공개 입양은 예은이를 위한 최선의 방도
인터뷰차 만난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은 가급적 공개 입양을 권했다. 그것이 낳아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라고 말이다. 그러나 유명인이 공개 입양을 할 경우, 감내해야 할 부분이 유독 클 수밖에 없다. 불과 생후 6개월인 예은이도 얼마 전 스타 엄마 아빠를 둔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심장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해야 하지만 아직은 어려서 수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난 것. 아이의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전화까지 받았다는 신애라는 “엄마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멀쩡한 아이를 환자 만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공개 입양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공개 입양을 결정한 이유는 비밀이 무덤까지 가는 법이 없을뿐더러, 저희가 공인 가정이기 때문에 더욱 비밀 유지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었어요. 입양 사실을 숨겼다가 훗날 아이가 입양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낳아준 부모가 따로 있다는 것보다 자신이 사회의 어두운 부류에 속했다는 것에 대한 상처가 크다고 하더라고요.”
신애라는 예은이에게 ‘넌 기도 끝에 가슴 아파서 낳은 내 자식이다. 엄마와 아빠도 남남끼리 만나서 가족이 되었듯이 가족이 반드시 핏줄로 맺어지는 것만은 아니며 여러 형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작정이다. 또 아이가 친부모와 만남을 원한다면 다리를 놓아서 가슴속에 품을 법한 궁금증을 해결하도록 도와줄 것이라 약속했다.
“입양한 뒤에 인표 씨는 ‘좋은 일 하셨던데요’라는 인사를 많이 받았대요. 하지만 하나같이 마치 입양이라는 단어가 불경스럽기라도 하다는 듯, 입에 올리기를 미안해하는 눈치였대요. 우리나라도 이제 공개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의식이 하루 빨리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사생활도 있는데, 직접 의사도 물어보지 못한 채 공개 입양을 택한 것이 한편으로 미안하던 신애라는 일체의 가족 내부 사정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건 입양의 날 행사에서 만난 건강하게 잘 자란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입양아 대표로 단상에 오른 어린이가 “엄마 아빠가 되어주시고, 저희에게 가정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낭독하는 순간, 신애라는 가슴이 뭉클해져옴을 느꼈다. 그 순간 다짐했다. 조금이나마 입양 문화 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두 팔 걷고 나서겠다고.
얼마 전 신애라·차인표 부부의 지인들은 감자 한 상자씩을 선물받았다. 동봉된 장문의 편지 속에는 예은이의 백일 잔치를 대신해 가격 폭락으로 울상 짓는 농가로부터 구입한 감자를 고마운 분들에게 전하기로 했다는 글이 담겨 있었다. 이들 부부가 실천하는 사랑이란 농부가 정성껏 기른 감자마냥 순수하고 담백한 느낌이다.
남매의 모습만 보아도 흐뭇하고 든든해
예은이가 가족에 합류하면서 신애라가 더 신경을 쓰는 건 여덟 살 터울의 오빠 정민이다.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동생을 타는 형의 사례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는 그녀는 “형에게 아우가 생기는 것은 마치 배우자의 외도만큼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전했다. 그래서 정민이에는 “엄마는 늘 네 편이고, 언제나 네 곁에서 사랑을 줄 거야”라는 얘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그 효과일까, 한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 주민이 “엄마가 동생만 예뻐해서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뇨, 엄마는 저를 더 사랑하는데요”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하더란다.
“제가 예은이 곁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행여 정민이가 서운해할까봐 겨울방학부터 학원으로 내몰기 시작했어요(웃음). 그런데도 동생과 자신을 대하는 제 표정이나 말투가 다르다는 걸 느끼는지 한번은 숙제하라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가 예은이를 더 사랑하는 걸로 알겠어’라며 서러워하는 거예요.”
첫 대면부터 엄마 품을 유난히 찾던 예은이 탓에 엄마를 빼앗긴 셈이 되어버린 정민이는 아빠의 든든한 어깨에 기대는 법을 익히고 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샘솟아 마냥 든든하기만 하다. 예은이 얘기에 열을 올리던 신애라는 정민이 얘기가 나오자, 또 한번 대화에 가속도를 붙인다. 엄마의 손을 많이 타야 하는 예은이는 애틋한 대상이지만, 미운 아홉 살이 아닌가 싶은 정민이는 웃음을 주는 아이인 듯했다.
“차정민은 되게 엉뚱하고 재미있는 아이예요. 금강산이 무슨 산인줄 아느냐고 묻기에 뭐냐고 했더니 ‘배고플 때 밥 먹고 가는 산’이래요(웃음). 술을 마시고 들어온 인표씨가 정민이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갔더니 ‘아빠, 미안한데 나가줄래. 내가 좀 예민하거든’이라고 말해서 아주 놀란 적도 있다니까요.”
한번은 ‘예쁜 예은이, 예쁜 예은이’라고 부르며 동생을 쓰다듬다가 “엄마, 예은이는 나중에 어떤 남자랑 결혼할까”라고 묻더니 “나는 예은이랑 결혼 못하지?”라고 하더란다. 이에 형제끼리는 못한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지지 않고 “그럼 나중에 여자들이 다 없어지면 그때는 어떡해?”라고 물어와 배꼽을 뺀 적이 있다. 반면 눈물도 많은 아이라 ‘네가 내 아들인 것이 자랑스럽고 언제나 널 믿는다’는 엄마의 얘기를 듣고는 ‘너무 감동적이야’라며 울음을 삼키는 감수성 깊은 아이다. 얘기만 들어도 정민이가 얼마나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소년인지 짐작이 갔다.
“정민이의 장래 희망은 요리사예요. 정말 그랬으면 싶어서 밀어주고 있어요. 예은이는 아직 어리지만 운동 신경이 보통이 아니에요. 인표씨는 ‘골프 시킬까?’라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웃음). 두 아이 모두 앞으로 자라는 것 보면서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어요.”
열두 명의 자녀를 둔 행복한 부부
신애라·차인표 부부는 올해로 결혼 11주년째를 맞이했다. 1995년 스타 커플의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은 두 사람은 어느덧 잉꼬 부부·선행 부부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국제 구호기구 한국 컴패션(www.compassionkorea.org)의 홍보 대사인 부부는 수시로 기부금을 내고 후원 활동을 벌이며 봉사의 참 의미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애라가, 얼마 전에는 차인표가 각각 바쁜 일정을 할애해 필리핀과 동인도로 구호 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월 3만5천원의 후원금이면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저는 세계 각국에 아이를 두고 싶어서 열 명을 후원하는데, 매일 밤 정민이가 잠들 때면 그 아이들의 사진을 함께 놓고 기도를 합니다.”
한번은 정민이에게 누군가 “동생이 생겨서 좋겠다”고 했더니 “우리 엄마는 (자식이) 열 명 더 있어요”라고 대답하더란다.
또 맛있는 걸 먹다가 배가 부르면 열 명의 아이 중 예쁜 여자 아이인 ‘리카’에게 남은 음식을 가져다주면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정민이는 이미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얻은 열 한 명의 형제들과 긴밀한 정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후원하는 아이가 보낸 편지를 읽고 사진을 보여주던 그녀는 얼마 전 부부가 낸 후원금으로 우간다에 사는 산모 7백여 명을 후원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뿌듯해하며 들려주었다.
“결혼기념일에 인표씨가 카드 한 장을 보냈더라고요. 그 사람은 항상 제게 과찬을 해요. ‘가끔 난 네가 천사 같아(웃음). 네가 있어서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든든해. 내 아내지만 가끔 존경스럽다’. 아마 그렇게 살라는 의미로 편지를 쓰는 거 같아요(웃음).”
그녀와 헤어지는 길, 차인표와 결혼 전부터 봉사 활동이나 입양에 대한 교감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역시나 좋은 인연은 좋은 인연을 낳는 법이다.
'♧♪音樂♪ 오락♧ > 뉴스.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바마 대통령과 한인 세탁소 (0) | 2008.12.22 |
---|---|
엘리자베스 테일러, 조용히 죽음 준비 (0) | 2008.12.14 |
성가 (0) | 2008.12.04 |
웹페이지 (0) | 2008.11.28 |
김정은, 이서진과 결별 (0) | 2008.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