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受紛-동아줄
2015. 4. 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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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露宿者
주연/정희정
태양이 풀어놓은 한낮을 점검하고
세상을 한 바퀴 다 돌아도 언제나 한 발짝 비켜서는
잡념 같은 별들이 수북이 내려앉은 밤 골목
주소 잃은 남자가 고착(固着)된 우편물처럼
서울역 지하 도로에 웅크리고 있다.
풀어헤친 머리, 헐렁해진 남자의 몸을 벗어 던지고
사색의 문턱에 홀가분히 나앉은 신발
양복바지처럼 구겨진 그의 그림자가 몇 차례나
제 주인을 일으켜 세우려다 도로 주저앉고 만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포기한 삶을 힘없이 내려놓는다.
신문으로 누더기 이불 덮고 헤어날 길이 없다.
어쩌다가 이 지경(地境)에 이르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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